[斷想, 閑談]/<단상, 한담>

여동생 집 고양이 이야기(2)-세월호에 승선했다 불행한 일을 당한 모든 분들을 애도하며

Bawoo 2014. 4. 20. 13:55

오늘은 여동생 집 고양이를 일주일 만에 다시 보는 날.

지난 주 마음 먹었던대로 햇볕이라도 쪼여주기로 했다.

그래서 목에 걸려 있는 줄 중 기둥에 묶여 있는 쪽을  풀고,

'녀석아 ! 간만에 햇볕 쬐러 나가자꾸나. 햇볕 쬐어본 지 오래됐지?'

나는 줄을 잡고 녀석에게 대화하듯 하며 나가자는 표시로 줄을 조금 당겼다.

 

그런데 헐~ 이 녀석 안 나겠다고 버틴다.

앞 두 다리에 온 힘을 다 주고서  절대 안 나가겠다는 자세로 강하게 버틴다.

나는 예상치 못한 녀석의 행동에 적이 당황스럽다.

나는 분명히 선의인데 녀석은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하고 나를 쳐다보며 완강하게 버틴다.

눈빛을 보니 겁에 질려 공포스러운 표정인  듯 싶기도 하다.

주인도 아닌 어쩌다 가끔 얼굴 보이는, 자기한테 무관심하기만 했던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나 하는 표정. 

'녀석아! 너를 위해 그러는거니까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따라 나오렴.'

그러나 녀석은 이런 내 마음을 몰라주고 완강하게 버틴다.

별 수 없이 강제로 끌어당겼다.

그런데 완강하게 버티는 모습이 마치 '당신 나를 어디 죽을 곳으로 데려 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연상을 하게한다.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좀 언짢았지만 '그동안 얼마나 힘든 일을 겪으며 살았길래 이러나?'

생각하면서 줄을 좀 살살  당겼다.

5분여를 실랑이  한 끝에 여동생이 사는 집 바로 위층에 있는 옥상에 내놓는데 성공한 나는 녀석의

표정을 살폈다.

'네 녀석 안 나올려고 완강히 버텼지만 어때 햇볓쬐니 좋지?"

 

그런데 녀석의 표정이 썩 즐거워 보이지를 않았다..

옥상의 난간 위에 올라가 나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에 기쁜 표정은 전혀 없었다.오히려 잔뜩 겁을 먹고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 보았다. 그런데 한가지 다른 점은 있었다. 집에서는 한번도 못 들어봤는데

'야옹'하며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의미를 알 수는 없었다. 햇볕을 쬐게 돼서 좋다는 것인지

아니면 '당신 왜 나를 여기다 데려다 놨어?' 그러는 것인지.

 

'녀석 줄을 안 풀어줘서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줄까지 풀어 줄 수는 없었다.

줄을 풀어주면 마음대로 달아날 터이고 그리되면 여동생이 난리를 칠 것은 뻔한 일. 

게다가 녀석이 자유를 얻는다고 해서 그것이 녀석의 안락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닐 것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자유를 얻는 대신 먹고 자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엄청 고생을 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고 햇볓 쬐면서 1시간 정도 있으렴. 이따 데리러 올테니'

 

그러곤 여동생 집으로 들어와 모친 간병을 하다가 1시간 뒤쯤  옥상에 올라가 보았다.

그런데 헐~, 이 녀석 옥상에 있지를 않고 옥상 올라가는 계단 쪽에 내려와 잔뜩 웅크린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것도 뭔가 편치 않은 모습으로.

'녀석, 햇볕이 너무 강해서 그런가?'

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녀석을 다시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옥상 출입문 고리에 묶었던 줄을  풀고

녀석을 끌어 당겼다.

그런데 헐~ 이녀석 이번에도 버틴다. 아마도 본능인 것 같다. 누가 자기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자기에게

하면 본능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하는 그런 행동.

그런데 그 강도가 집에서 나올 때만큼은 강하지도 길지도 않았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녀석은 여동생 집 앞에 이르러 현관 문을 열자마자 내가 잡아 끌

필요도  없이 제가 먼저 집 안으로 쏜살같이 뛰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곤 '여기가 바로 내가 있을

곳이야'라는 듯이 자기 잠자리로 마련되어 있는 플라스틱 소쿠리 안으로 들어가 편안한 자세로 들어

눕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면서 '녀석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스스로 정해 놓고 있는가

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옥상에 데려다 햇볕쬐기릏 해 준 뒤로 이 녀석에게 자그마한 변화가  일어났다.

녀석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지난 주까지 거의 무심하게 어쩌다 한번, 그것도 아무런 감정이 없이 낯선 사람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 봤는데 오늘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모친 간병을 하다가 화장실엘  가기 위하여 녀석 있는 곳

근처를 지나가면 전엔  피하기 바쁘더니 이제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쳐다보는 표정이 '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이기에 나를 옥상으로 끌어가고 난리였던 것일까.

과연 적일까 아군일까 궁금해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고양이가 원래 감정 표현이 잘 안들어나는 짐승이긴

하지만 이 녀석은 좀 더 유별난 것 같았다.그런 녀석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온갖 생각이 오갔다.

 

내가 병석에 누워계신 노모 간병하고 있는 중에  자유가 구속되어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 보기 딱해

햇볕이라도 쬐어 줄 양으로 옥상으로 데려가려고 실갱이하던 그 시간에도 침몰한 세월호에 생사를

알 수 없이 갇혀있을  많은 이들  때문에 온 국민이 마음 아파하며 좋은 소식이 보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 녀석아! 내가 너를 잠시나마 자유랍시고 주겠다고  옥상으로 데려가려는 걸 네가 싫다고 버티는 바람에가자느니 못 가겠다느니 한참 실갱이하던 그 시간에 그리고 지금도 우리 사람 사는 세상은 난리도 아닌

상황이란다.

저 남쪽 진도라는 섬이 있는 곳 근처 바다에서는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을 싣고 가던 여객선이 뒤집혀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아직 생사도 모르는채 배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수백 명이나 된단다.

배의 안전 운항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선장과 승무원 놈들의 과실로 배가 뒤집혔는데  더욱 화가 나는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단다.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선장이란 인간하고 승무원놈들이 자기들만 살겠다고

승객들은 배에 남겨둔 채  배에서 빠져 나오는 바람에 사고가 더 커졌다는구나.

만약에 선장과 승무원들이 자신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승객들을 먼저 대피시키기 위해 힘썼다면

지금과 같은 대형참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꺼라고 한단다.

한마디로  책임을 지고 사고를 수습해야 할 자리에 있는 인간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안하고 자기 목숨

건지자고 먼저 피신하는 바람에 사고가 더 커졌다는 이야기니까 이런 기가 막힌 일이 어디 있겠니?

 

더 기막힌 일은 사고를 당한 승객들 대부분이 단체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들이라는구나.

아직 꿈도 채 못피워 본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이런 참변을 당했으니 본인들은 물론 부모들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겠니?.

 

하긴 이렇게 중대한 사건이 일어나면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막중한 자리에 있으면서 막상 일이 닥치면

제 몸 부터 피하고 보는 비겁한 행태는 원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의 소위 지도층 인사란 인간들이

과거에도 늘상 해 온 짓이란다.

권력은 누리고 책임은 회피하는 아주 비겁한 행태의 전형.

조선 시대 임진왜란 때는 왕인 선조와 그 밑의 고위 벼슬아치들이 그랬고, 65년전 한국전쟁 때는

대통령이란 사람이 자기는 피난하면서 국민들에게는  피난하지 말라고 방송하고는 한강 다리를 끊어버리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다리에서 떨어져 죽고 한강을 못 건넌 많은 사람들이 납북되고 학살당하고 그랬단다.

 

이번 사건도 일개 배의 선장이긴 하지만 승객 수백명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막중한 자리이니 그에

걸맞는 책임 의식이 있었다면 이와 같은 대형참사는 아마 안 일어났을 걸로 봐야 된단다. 또 불가피하게 사고가 났을 때도 내 목숨은 버려서라도 승객의 안전은  먼저 챙겨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인명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런데 그 많은 승객 그것도 수학여행 가는 어린 고등학생이 대부분이었던 승객은 나 몰라라 하고 제 목숨부터 살자고 빠져 나왔으니 정말 죽일 놈 아니겠니. 임진왜란 당시 왜놈들이 나타나자 싸워보지도 않고

저만 살자고 도망친 일부 비겁한 고을 수장들과 똑 같은 놈이란다. 녹봉주며 나라 지키라고 했더니 막상

전투가 벌어지자 자기만 살자고 성민들 모두 팽개치고 줄행랑을 논 인간들도 꽤 있단다.

 

이 선장이란 인간은 타이타닉이란 영화도 안 봤나보다.  승객을 최대한 구명하느라 애쓰고 자신은 침몰하는 배와 함께 운몀을 같이 한 멋있는 선장 말이다. 살아서 손가락질 받으며 구차한 목숨 이어가는 것보다

이 얼마나 당당하고 멋있는 모습이냐?

그리고 이 선장이란 인간 분명 자식들이 있을텐데 그 자식들이 이런 비겁한 애비를 둔 때문에 앞으로

얼굴이나 제대로 들고 다니겠니?. 만약에 승객들을 한명이라도 더 구명하려고 애쓰다 목숨을 잃었다면

사명감 투철한 선장이라고 얼마나 많은 칭송을 받았겠니? 그런데  살아 있으되 산 것 같지도 않을 구차한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수많은 승객들 구조 의무를 외면하고 자기만 먼저 살아나오다니 이런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을 인간이 어디 있겠니?  승객 구조 의무를 외면하고 먼저 빠져나온  일부 승무원들도 똑같은

놈들이란다.  

형벌이 가혹했던 왕조시대 같으면 모두 극형으로 다스려졌을 인간들이란다.

 

그래도 아직  수습도 다 안 된 이 참사에서 한가지 희망을 보긴 했단다.

뭔가하면, 학생들을 인솔한 선생님들이 자기들 보단 제자들 먼저 살리느라 애쓰다 결국 자기들 목숨은 

잃어버린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지만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소식을 들은 것이란다. 진짜 책임을 져야 할  배의 선장과 승무원 놈들은 자기 한 목숨 살자고 먼저 도망친 상황에서 제자들 살리느라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않은 이런 선생님들이 있었다는 것 때문에 선장을 비롯한 비겁한 승무원 놈들 때문에 치밀었던 울화를

조금이나마 가라앉힐 수가 있었단다.

선생님들 말고도 자신만 살자고  먼저 피한 선장과 승무원들과는 달리 안내 방송을 하다가 끝내 목숨을

잃고 만 여 승무원, 자신은 구조되었으나 수학여행에 대해  총괄 책임지는 자리였던 탓에 저 세상에 가 있을

수많은 제자에 대한 자책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만 교감선생님 등 모두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제대로 알고 목숨 돌보지 않으며 지킨 아름다운 분들 아니겠니?

 

이번 사고는 많은 이들 가슴에 두고두도 피멍이 맺히게 될  커다란 사건이란다.

무심한 세월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고 또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고 말겠지만 사고 당사자와

직접 관련이 있는 이들 특히 부모의 가슴에는 죽을 때까지 안 없어질 피멍이 들 것이란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던 천수를 다하고 떠난다면 가족 모두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지만 부모가 아직 살아있는데 자식이 먼저, 그것도 병도 아닌 사고로 세상을 뜬다면 그 부모들

가슴은 절대 성할 수가 없는 법이란다.

 

그러니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인간의 부주의 그리고 책임 방기로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이번 사고로 인해

희생된 많은 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게,  직접 관계는 없는 미물인 너긴 하지만   마음 아파하며 애도의

마음을 갖기 바란다.

너와 내가 고작 햇볕을 쬐네, 안쬐네 하며 싱갱이 하던 그 시간에도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결코 잊지 말자꾸나.

이미 고인이 된 모든 이들 그리고 아직 소재도 찿지 못하고 있는 이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해 두 손에

가슴을 얹고 고개 숙여 명복을 빌고 위로의 마음을 보내드리자꾸나.

 

그나저나  네 녀석 그토록 밖으로 안 나가려고 버틴 이유가 그동안 밖에서 살면서 너무 고생을 해서 또 그런 삶을 살게 될까봐 두려워서 그랬을꺼라고 네 주인인 여동생이 그러던데 그렇다면 앞으론 창 밖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는 모습은 하지 말거라. 자유가 좋은 것이긴 하지만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되는

자유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걸 네 스스로 겪어보지 않았니. 앞으론 절대 내 앞에서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지 말거라.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여 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생사를 모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와 나의 지금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도 결코 잊지 말자꾸나.

너는 한가닥 끈에 묶여 있는  제한적인 자유만 허용된 삶이고 나는 60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거동도 못하고 회생 가능성도 없는 노모 간병하느라 많이 힘이 들지만 너나 나나  모두 감내할만한 삶을

살고 있는 것 아니겠니? 그러니 자유가 부족하다고, 간병하기 힘들다고 불평하거나 우울해하지 말자꾸나.

 

불의의 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어버린 분들과 아직 생사도 모른 채 저 깊은 바닷속에 있을 많은 분들,

그리고 그분들을 가족으로 두고 있어 매일매일을 피눈물을 뿌리며 애통해하고 있을 모든 분들의 아플

마음을  생각하며 너와 나 지금의 주어진 상황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리 살아가자꾸나.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으신 분들 그리고 아직도 구조되지 못하고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있을 많은 분들에게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그리고 가족분들의 비통할 마음에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해 드립니다.*>

 

 

( 2014.4.19.토.)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분들을 애도하고  가족들을 마음깊이 위로하는

마음으로  두서없이 써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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