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 꼴로 찾아 뵙는
여동생과 함게 지내시는
올해로 88세 되신 노모의 모습이
뵐 때 마다 눈에 뜨이게 다르시다.
모친 또래의 친척 분들이
오래전에 이미 거의 다 세상을 떠나시고
유독 모친만
지금까지 병원 한번 안가시면서
잘 지내 오신 걸 생각하면
자식된 입장에서 큰 복이라 아니할 수 없으나
요즘은 늘 마음이 편치 않고 불안불안하다.
목소리는 아직 정정하시나
귀도 어둡고
허리도 이미 많이 굽어 있고
여기 저기 자꾸 쑤신다면서
진통제를 달고 사신다.
모친의 젊은 시절
그러니까 내가 국민학교 4학년쯤 된
60년대 초 즈음에
어디가 아프셨는지는 몰라도
돌팔이 의사한테 수술을 받고
후유증으로 고생하신 후론
병원가는 자체를 한사코 마다하시니
나를 비롯한 두 여동생들도
속으로만 애를 태우며 지켜만 본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50년도 지난 옛날 애기를 하시냐고 말씀드려봤자
들은 척도 안하시고 한사코 거부하신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몸져 누우실 정도로 큰 병 한번 앓으신 적 없어
자식들이 간병의 고통을 아직은 겪지 않고
당신도 그토록 가기 싫어하는 병원행을 안해도 됐다는 것인데,
이게 어느 세월까지 가능하겠는가?
지금도 걷는 자체가 힘들고
무거운걸 이젠 못들겠다고 하시는 데
언제 응급실로 실려가서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에 있을 때도,얼굴을 뵈러 올 때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다.
이제 자식으로서 마지막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욕심일지는 몰라도
앞으로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몸의 기동이 어려워
병원 신세를 지시게 됐을 때
당신의 피할 수 없는 육신의 아픔,고통과
자식들의 긴 간병의 날이 이어지지 않는
그런 평안한 마지막이셨으면 하는 어떻게 보면
자식으로서 너무도 이기적인 그런 바램.
무엇보다도
아직은 정정한 목소리를 가지고 계시니
하루라도 더 자식들 곁에 건강한 모습으로 게시다가
편안한 마지막 길을 가셨으면...
나를 비롯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마지막 가는 길.
그 길을 아무런 고통없이
편하게 가셨으면 하고
오늘 어버이날에 뵈면서
바래 본다.
2013.5.8 어버이 날에 지극히도 이기적인 자식된 마음을 담아 써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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