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누구도 피할 수 없다.

Bawoo 2013. 5. 8. 19:52

한달에 한번 꼴로 찾아 뵙는

여동생과 함게 지내시는

올해로 88세 되신 노모의 모습이

뵐 때 마다 눈에 뜨이게 다르시다.

 

모친 또래의 친척 분들이

오래전에 이미 거의 다 세상을 떠나시고

유독 모친만

지금까지 병원 한번 안가시면서

잘 지내 오신 걸 생각하면

자식된 입장에서 큰 복이라 아니할 수 없으나

요즘은 늘 마음이 편치 않고 불안불안하다.

 

목소리는 아직  정정하시나

귀도 어둡고

허리도 이미 많이 굽어 있고

여기 저기 자꾸 쑤신다면서 

진통제를 달고 사신다.

 

모친의 젊은 시절

그러니까 내가 국민학교 4학년쯤 된

60년대 초 즈음에

어디가 아프셨는지는 몰라도

돌팔이 의사한테 수술을 받고

후유증으로 고생하신 후론

병원가는 자체를 한사코 마다하시니

 

나를 비롯한 두 여동생들도

속으로만 애를 태우며 지켜만 본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50년도 지난 옛날 애기를 하시냐고 말씀드려봤자

들은 척도 안하시고  한사코 거부하신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몸져 누우실 정도로 큰 병 한번 앓으신 적 없어

자식들이 간병의  고통을 아직은 겪지 않고

당신도 그토록 가기 싫어하는 병원행을 안해도 됐다는 것인데,

이게 어느 세월까지 가능하겠는가?

 

지금도 걷는 자체가 힘들고

무거운걸 이젠 못들겠다고 하시는 데

언제 응급실로 실려가서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에 있을 때도,얼굴을 뵈러 올 때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다.

 

이제 자식으로서 마지막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욕심일지는 몰라도

앞으로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몸의 기동이 어려워

병원 신세를 지시게 됐을 때

당신의 피할 수 없는 육신의 아픔,고통과

자식들의 긴 간병의 날이 이어지지 않는

그런 평안한 마지막이셨으면 하는 어떻게 보면

자식으로서 너무도 이기적인 그런 바램.

 

무엇보다도

아직은 정정한 목소리를 가지고 계시니

하루라도 더 자식들 곁에 건강한 모습으로 게시다가

편안한 마지막 길을 가셨으면...

 

나를 비롯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마지막 가는 길.

 

그 길을 아무런 고통없이

편하게 가셨으면 하고

오늘 어버이날에 뵈면서

바래 본다.

 

                                 2013.5.8 어버이 날에  지극히도 이기적인 자식된 마음을 담아 써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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