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시(漢詩) 마당 ♣/- 우리 漢詩

다산 정약용 선생 시 모음(1)

Bawoo 2014. 7. 2. 20:42

 

  久雨(구우) -  장마

 

窮居罕人事(궁거한인사) : 어렵게 살다보니 찾는 이 드물어

恒日廢衣冠(항일폐의관) : 언제나 의관도 갖추지 않고 있네.

敗屋香娘墜(패옥향낭추) : 낡은 지붕에선 노래기 떨어지고

荒畦腐脾殘(황휴부비잔) : 거친 밭두렁엔 팥꽃만 남아 있네.

睡因多病減(수인다병감) : 병 많으니 자연히 잠은 적어지고

愁賴著書寬(수뢰저서관) : 글을 짓는 일로 수심을 달래보네.

久雨何須苦(구우하수고) : 장마 길다하여 괴로울 것 없으니

晴時也自歎(청시야자탄) : 맑은 날도 혼자서 탄식하는 것을.

 

 

 

* 夜(야) - 밤에 

   

黯黯江村暮(암암강촌모) : 어둑어둑 강촌에 날이 저물어

疏籬帶犬聲(소리대견성) : 성긴 울타리에 개 짖는 소리 가득

水寒星不靜(수한성불정) : 물결소리 차가우니 별빛이 고요하지 않아

山遠雪猶明(산원설유명) : 산이 머니 눈빛이 오히려 밝도다

謀食無長策(모식무장책) : 식생활 영위함엔 좋은 계책이란 없고

親書有短(친서유단경) : 책을 가까이하려니 짧은 등잔이 있도다

幽憂耿未已(유우경미이) : 깊은 근심 끝없이 떠나지 않으니

何以了平生(하이료평생) : 어떻게 일평생을 마칠 수 있으리오.


 

 

山木(산목) - 산의 나무

 

首夏氣布濩(수하기포호) : 초여름 기운 널리 퍼져가

山木交蔥(산목교총천) : 산의 나무들 모두가 짙어는구나

嫩葉含朝暉(눈엽함조휘) : 어린 나뭇잎 아침 햇살 머금고

通明曬黃絹(통명쇄황견) : 볕 에 씻긴 노란 명주처럼 밝구나

濃綠遞相次(농록체상차) : 짙은 녹음 서로 번갈아 들고

邐迤引界線(리이인계선) : 비스듬하게 한계선을 긋는구나

羞老蒼(송괄수노창) : 소나무 향나무는 늙어 부끄럽고

新梢吐昭絢(신초토소현) : 가지 끝에 새 싹을 뱉는구나

壽藤亦生心(수등역생심) : 해묵은 등나무 넝쿨도 마음 드러내어

裊裊舒蔓莚(뇨뇨서만연) : 간들간들 넝쿨들을 죽죽 뻗어 내는구나

要皆非俗物(요개비속물) : 요컨대 이 모두가 속물이 아니어서

熙怡共幽眄(희이공유면) : 서로 기쁜 표정으로 그윽히 구경 하는구나

幸無簪組累(행무잠조누) : 다행히도 벼슬에 얽매이는 마음 없어

奚復室家戀(해부실가연) : 어찌 다시 집안일에 연연하리오

躋攀旣費勞(제반기비로) : 풀과 나무 부여잡고 오르니 벌써 피곤하나

享受宜自便(향수의자편) : 기쁨을 누림이 의당 절로 편안하도다

靜究生成理(정구생성리) : 생성의 이치를 조용히 연구해보니

足以當書卷(족이당서권) : 충분히 책 읽은 것과 서로 같구나

高秋滿山紅(고추만산홍) : 높은 가을 하늘, 온 산엔 붉은 단풍 가득하니

重來覽時變(중래람시변) : 다시 와서 계절의 살펴보고 싶어라.

 

獨立(독립) - 홀로 서서

 

秋山衰颯暮湍哀(추산쇠삽모단애) : 가을 산 바람소리 저녁 여울 처량한데

獨立江亭意味裁(독립강정의미재) : 강가 정자에 홀로 서니 마음은 머뭇거린다.

風鴈陣欹還自整(풍안진의환자정) : 기러기 떼는 허물어 졌다 발라지고

霜花莟破未輕開(상화함파미경개) : 국화꽃은 시들어 다시 피지 못하하는구나.

空懷竹杖游僧院(공회죽장유승원) : 공연히 죽장 짚고 절을 유람하려 생각하니

徑欲瓜皮汎釣臺(경욕과피범조대) : 이내 다시 작은 배로 낚시배에 떠 볼까 하나.

百事思量身已老(백사사량신이노) : 온갖 일 생각해도 몸 이미 늙었는지라

依舊照書堆(단경의구조서퇴) : 짧은 등잔불은 옛날처럼 책더미에 비추는구나.


 


* 打麥行(타맥행) - 보리타작

 

新蒭獨酒如白(신추독주여동백) :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희고

大碗麥飯高一尺(대완맥반고일척) : 큰 사발에 보리밥이 높기가 한 자로다

飯罷取耞登場立(반파취가등장입) : 밥 먹고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雙肩漆澤翻日赤(쌍견칠택번일적) : 검게 탄 두 어깨가 햇볕에 번쩍인다

呼邢作聲擧趾齊(호형작성거지제) : 응헤야 소리 내며 발 맞춰 두드리니

須叟麥穗都狼藉(수수맥수도랑자) : 삽시간에 보리 이삭 온 마당에 가득하다

雜歌互答聲轉高(잡가호답성전고) :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고

但見屋角紛飛麥(단견옥각분비맥) : 다만 지붕 위에 어지러운 보리티끌 뿐이구나

觀其氣色樂莫樂(관기기색락막락) :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고

了不以心爲形役(료불이심위형역) :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음을 알았도다

樂園樂郊不遠有(락원락교불원유) :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何苦去作風麈客(하고거작풍주객) : 어찌하여 벼슬길 떠나는 것 고민하고 있는가.

 
                          < 자료 출처: 카페 '한시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