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일상 2

Bawoo 2014. 8. 11. 10:32

1.

 

새벽 다섯시에 떠진 눈

습관적으로 컴을 켜고

현관으로 신문을 가지러 간다.

 

컴에 들어가 블로그를 보니

헉!

누군가 30여쪽을 보고 갔다.

 

궁금해서 필명을 추적해 들어가니

도 다시 헉!

내가 필요로 하는 자료들이

알차게도 많이 들어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여

혹시나 하고 프로필을 눌러보니

에그머니나!

80은 되어 보임직한 모습의

인생 대선배다.

 

감탄과 존경스런 마음을 담아

잠시 둘러보다가

눈이 아파

즐겨찿기에 등록을 하곤

돋보기를 벗고 신문을 펼쳐든다.

 

내가 그냥 싫어하는 진중권의

영화 '명량'에 대한 평은

'생각이 나하고 같네'하고

공감하면서

1시간 정도 신문을 보고

다시 잠을 청한다.

 

 

2.

 

얼마나 잤을까

어김없는 '까꿍'소리에

귀가 또 눈을 뜬다.

 

급한 일은 필경 아닌 것이니

아직 일어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눈을 뜨려 해보니

눈에 자그마한 통증이 있다.

 

요 며칠 게속해서 조금씩 일어나나는 통증

원인은 그림에다 블로그에다

밤낮없이 눈을 혹사시키는 나에게 있다.

특히나 몇달 전부터

정밀함을 요하는

꽃그림 그리기 작업하고

요즘 그리는 누드화 그리기가 큰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만 둘 수는 없는 일

 

그림 그리기를 그만 두는 일은

살아있다는 의미가 없게 만드는 일과

다름이 아니기에

그저 조심하며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일

 

요즘 부담가는 심장과 눈의 건강 문제가

다행히 심장은 좀 조용해졌고

앞으로도 급한 운동만 안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눈은 안쓸 수가 없는 일이니

어떻게 잘 조절하여 쓰느냐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3.

 

그나저나 카톡방을 운영하는

대학 동기인 키다리 친구

유난히 키가 커서 키 작은 내가

거리감을 느끼게 했던 이 친구

전공과는 관계없는 분야에 진출해서

성공적으로 사회생활도 잘 했다는  이 친구

 

요즘 동기들 상대로

카톡방을 꾸려가느라 참 열심이다.

 

자료 올려줘봐야

하다 못해 '잘 봤다'는 그림 문자 하나 안보내주는

그런 무심한 동기들을 상대로

열심히 자료들을 올려준다.

 

그 마음이 고마워

나도 내가 갖고 있고 수집하는 자료들 중

혹시나 동기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자료일꺼라 생각하며

같이 자료를 올려주지만

원체 반응이 없으니 

그닥 재미를  못 느껴

별로 하고픈 생각은 없다.

그냥 기게적으로 할 뿐.

하긴 누가 보내주라고 한 것도 아니니

절이 싫으면 떠나면 될 일

그러지 않고

절 주변을 맴돌고 있는건

뭔가 애정을 갖고 있다는 무언의 표현인가 ㅎㅎ

 

4.

 

돋보기를 벗고 컴 자판을 두드리니

자세히 보이질 않아

보는데 약간은 불편하지만

눈에 대한 압박감은 훨씬 줄어든다.

 

캔버스에   미완성인채로 걸려있는 누드화 몇 점

눈 짓으로 부담스럽게 나를 쳐다보고

주방 쪽엔 부엌일 하느라 분주한 아내 모습 보이지만

난 아직 그림 그릴 준비를 안하고 편한 자세로 누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이 작업 끝나면

동기들 카톡방에 자료 몇 점 올려주고

눈 상태 좀 더 체크해보고

그래도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지.

 

그저 좋아서

재능도 별로없고 세속적인 욕심도 못 가지면서

그리는 변변치 않은 그림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일상이니

그것으로 만족해하며

'그런 나날을 쭈욱 건강하게 오래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매미 노래소리,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가을을 알리는 '지지지' 소리이지만,

그래도 정겨웁게 들린다.

내가 좋아하는

'쓰름쓰름''매암매암'소리면 더 좋겠지만...

 

 

2014. 8.11 아침에 슈베르트 교향곡 10번을 들으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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