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땡감

Bawoo 2014. 8. 7. 00:31

땡감

 

땡감의 추락에 담긴 비애

 

그림 그리고 글 쓰느라

밤 낮으로 혹사당한

눈을 쉬게 하려고

집을 나선

한 낮의 산책길

 

살고 있는 아파트를 벗어나면

길 옆에 높은 담장을 두르고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그 담장  밑을 지나노라니

땡감 하나 길에 떨어져 있다

 

 있을 곳이 아닌데 어디서 떨어진 것인지

 

눈을 들어 담장 위를 올려다 보니

 감나무가 한 그루 보인다.

느티나무들만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 나무들 틈새로 

감나무도  한 그루 있었다.

 

새파랗고 넙적하게 생긴 땡감

 

60여년전 어릴적

시골 할아버지 댁에 살 때도

귀하기만 했던

땅에 떨어진 땡감

 

끼니를 거른 적은 없으나

군것질거리라곤 구경도 못해본 시절

감꽃이 피고 땡감이 열리면

비가 오기만 기다렸었다.

 

비가 내리고 나면

작은 할아버지 댁 앞마당에 있던

감나무 밑에는

하얀 감꽃이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그 감꽃 주으러

이른 아침 달려나가던 추억

 

맛은 얼마나 좋았던지...

 

땡감은 줍기 어려웠다

잘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떨어진 것도

작은 할아버지 댁 가까운 곳에 사는

타성받이 또래의 차지였다.

같은 성씨들만 사는

울 동네에

전쟁통에 피난와 눌러앉은 집

나하고 다른 성 가진  아이

 

한번도 줏어 본 기억이 없는 땡감

그래서 더욱 먹고 싶었던 땡감

소금물에 담가 놓으면

떫은 맛이 싹 빠져

맛있는 군것질 거리였던 땡감

먹고 싶었으나 먹을 수 없었던

왕눈깔 사탕 만큼이나

내겐 귀했던 땡감

 

그 땡감 하나 이제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다

 

아무도 주으려 하지않고

어린 시절 그토록 줍고 싶어했던

나도

그냥 지난 내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만 하면서

 

한번 흘깃 보기만 하고

스쳐 지나간다.

 

 

2014. 8. 6일 낮에 길에서 본 땡감을 보고 느낀 소감을 써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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