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감
그림 그리고 글 쓰느라
밤 낮으로 혹사당한
눈을 쉬게 하려고
집을 나선
한 낮의 산책길
살고 있는 아파트를 벗어나면
길 옆에 높은 담장을 두르고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그 담장 밑을 지나노라니
땡감 하나 길에 떨어져 있다
있을 곳이 아닌데 어디서 떨어진 것인지
눈을 들어 담장 위를 올려다 보니
감나무가 한 그루 보인다.
느티나무들만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 나무들 틈새로
감나무도 한 그루 있었다.
새파랗고 넙적하게 생긴 땡감
60여년전 어릴적
시골 할아버지 댁에 살 때도
귀하기만 했던
땅에 떨어진 땡감
끼니를 거른 적은 없으나
군것질거리라곤 구경도 못해본 시절
감꽃이 피고 땡감이 열리면
비가 오기만 기다렸었다.
비가 내리고 나면
작은 할아버지 댁 앞마당에 있던
감나무 밑에는
하얀 감꽃이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그 감꽃 주으러
이른 아침 달려나가던 추억
맛은 얼마나 좋았던지...
땡감은 줍기 어려웠다
잘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떨어진 것도
작은 할아버지 댁 가까운 곳에 사는
타성받이 또래의 차지였다.
같은 성씨들만 사는
울 동네에
전쟁통에 피난와 눌러앉은 집
나하고 다른 성 가진 아이
한번도 줏어 본 기억이 없는 땡감
그래서 더욱 먹고 싶었던 땡감
소금물에 담가 놓으면
떫은 맛이 싹 빠져
맛있는 군것질 거리였던 땡감
먹고 싶었으나 먹을 수 없었던
왕눈깔 사탕 만큼이나
내겐 귀했던 땡감
그 땡감 하나 이제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다
아무도 주으려 하지않고
어린 시절 그토록 줍고 싶어했던
나도
그냥 지난 내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만 하면서
한번 흘깃 보기만 하고
스쳐 지나간다.
2014. 8. 6일 낮에 길에서 본 땡감을 보고 느낀 소감을 써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