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그대에게

Bawoo 2014. 10. 23. 00:41

 

그대에게

 

 

 

 

내가

그대를 만나려 하지 않음은

결코

그대가 싫어서가 아닙니다.

젊은 시절

그토록 사랑했던 그대를

노년에 접어든 지금

새삼 만나 볼 생각을 하니

오히려 가슴이 떨려 온답니다.

 

그러나

그것은 거기까지입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그대와의 헤어짐이

그대의 잘못이 아닌

그렇다고 내 잘못도 아닌

단지

그대와 함께 길을 걸을 수 없도록

나를 옭아맨

그 놈의 현실이란 것 때문이었기에

그대와 헤어질 때의 내 가슴은

살을 에이는 듯한

아픔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대와의 헤어짐을 못내

 아파하는 응어리를 

가슴 한켠에 담고 살았던

지난 날들이

'그때는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며

 헛웃음을 지을 수 있는

그런 연륜이 되어 있는 지금,

 

아쉬운 대로나마 크게 부족한 것 없이

젊은 시절 그대와 함께

걷고자 했던 그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 요즈음,

 

그대와의 만남은

커다란 기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이지요

진실로 말이지요

젊은 시절 사랑했던 그대와의 헤어짐이

 우리 둘  중 그 누구의 잘못 때문이 결코 아닌

오로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 탓이었었기에

그대를 지금 봄으로써

노년에 접어든 지금 봄으로써

힘들었던 지난 젊은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건 

참기 힘든 고통이랍니다.

 

그대와 함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그 길이 꼭  행복하기만 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으리라는 사실을

한 세상을 살아내면서도 전혀 몰랐던 사실을

노년기에 접어든

이제 와서야 비로서 깨닫게 되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지난 날 내가 꿈꾸었던 것을

결코 내 잘못이 아닌 이유로

못 이루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이,

 

그것으로

젊은 시절 못이룬 꿈에 대한

한줄기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위안거리인지

그대는 모를겁니다.

 

그러니 그대,

내가 그대를

지 않으려 한다고 해서

결코 서운해하지 마세요.

 

그냥 ,

'저 사람은 나하고의 만남을

결코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했던  아픔

내가 만들어 준 아픔이 아닌

자기를 옭아매고 있던 현실이 만들어 준 아픔을

다시 생각키우는 게 싫어서이구나'

그리 생각하세요.

 

그래야 나도 마음이 편하답니다.

 

젊은 시절 그리도 사랑했던 그대,

그대를 지금와서 안 보려하는 나의 마음도

썩 좋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그대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테니

그대 그리 알고

나를 만나려는 마음은 접으세요.

 

혹 알 수 있나요.?

아직은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듯 싶은 세월

그 세월 동안에라도

그대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젊은  시절의 아픔이

깡그리 없어지는 그런 날이 찾아와

그대를 보며 허허 웃을

그런 일이 생길런지도요.

나도 그런 날이

왔으면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랍니다.

 

그러니 그대

나를 만나려는 미련은 접으시고

남은 여생을 건강하게

그리고 늘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 지내세요.

 

그것만이 지금 내가

그대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인 것이

못내 미안하기 그지 없지만

어쩔 수 없군요.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내 젊은 날의 사랑

그대여.

 

 

2014. 10.22 밤 10시경부터~23일12:03분

이연실씨의 '그대'를 들으며 쓰다.

 

 

 

그대 - 이연실 & 김영균

 
지친듯 피곤한듯 달려온 그대는 
거울에 비추어진 내모습 같아서
바람부는 비탈에서 마주친 그대는
평온한 휴식을 줄것만 같았지

그대..그대그대가 아니면
땅도하늘도 의미를 잃어....
이젠 더멀고 험한길을 둘이서 가겠네 한세월 분주함도 서글픈 소외도
그대를 생각하면 다 잊고 말았지
작정도 없는 길을 헤메던 기억도
그대가 있으니 다 잊어지겠지 그대 그대그대가 아니면
산도 바다도 의미를 잃어...
이젠 꿈같은 고운길을 둘이서 가겠네 그대 그대그대가 아니면
산도 바다도 의미를 잃어...
이젠 꿈같은 고운길을 둘이서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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