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1.
또
꿈을 꿨다.
좀처럼 잘 안꿔지는 꿈을.
새벽 4시경,
아직 마무리를 못한
지지난 주 다녀온 고향 이야기를 쓰다가
눈이 아파
잠시 쉰다는 것이
꿈을 꾸게 했나보다.
2.
고향 이야기를 쓰다가
잠이 든 탓인지
꿈 내용은 아름다웠다.
고향이,
어릴 적 내가 살았던 시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
마음만 아파 가지고 왔는데도
고향과 연계된 꿈이 아름다웠던 걸 보면
고향은 역시나 마음의 안식처인가보다.
상전이 벽해가 된다는 옛 말을
고향이 그대로 입증하고 있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왔는데도.
3.
꿈은,
대학 1학년 시절,
과에서 제일 아름다웠던
그래서 온 남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을
그녀에 대한 꿈이었다.
매주 한두번 같이 테니스를 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제법 재력이 있는
그러면서,
마음씨가 넉넉해서 가끔 밥을 사는
나이로 몇 년 선배인
선배 회원도 같이 나타난
내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서로 전혀 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같이 나타난...
4.
그녀,
예전 20대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실제론 나이가 60이 넘어
이제 외모상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힘든 모습임을
사진으로 확인을 했는데도
꿈에는
나이는 조금 들었으나
아직도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채로
나타났다.
5.
그녀의 나이든 실제 모습을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어,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그녀의 모습이
20대 젊은 시절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이기에
꿈 속의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다른 것이 있다면
곁에 지금의 남편이 있으나
남편은 지금 살고 있는
다른 나라에 그냥 있고
그녀는
무슨 일인지 몰라도
고국인 우리나라에 와 있다는 것만 다를 뿐.
6.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왜 귀국을 했느냐
남편과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느냐 등등
지금도 매주 테니스 장에서 만나는
그녀와는 일면식도 없는 선배가
마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인양
끼어들어 있기는 했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은 쪽이었던
그런 셋 간의 대화
7.
꿈을 깨어보니
좀 황당하기는 했으나
기분 나쁘기보다는
뭔가 아련하게 기분을 좋게 해주는
그런 꿈.
꿈은 꿈이어서
현실과는 다르게
내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꾸어지는
법이어서 그런가
젊은 시절 그녀의 모습을 본 것도,
현실에서 호감을 가지고
좋은 감정으로 매주 테니스장에서 만나는
마음씨 넉넉한 선배의 모습을 본 것도
다,
기분좋은 일이다.
8.
오늘은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내일 출근하기 위하여
직장이 있는 지방으로 다시 내려가는 아들
역까지 데려다 주는 일과
오후에 걷기 운동을 겸하여
예술회관에 있는 장애인 미술 전시장까지
시간 반을 들여 걸어가는 일밖엔
내 매일 일과인
그림 그리고 음악 듣는 일이 전부여서
특별히 좋을 일 일어날 것이 전혀 없는데...
9.
혹,
소재가 너무 마음에 들어,
그제 모처럼 가까이 사는 학교 동기녀와
또 다른 동기 덕분에 알게 된 대학 선배.
마음씨가 너무 좋아,
사람들을 될 수 있는대로 만나면 안 되는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기회만 되면 만나고 싶어지는 그 선배를 만나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인 탓에,
피곤한 몸임에도
3시간여를 들여 작업을 한
화선지 전지에 수묵화 밑그림 그려 놓은 것.
그런데도 마음에 안 들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앞에 떡 버티고 서서
'얀마 잘 좀 그려봐 이게 뭐야'
그러고 있는 화선지 전지 밑그림이
다시 작업을 하면
마음에 쏙들게
100% 마음에 들게
그려지려고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마무리 단계에서 헤매고 있는
고향 이야기 글이
시원하게
마무리가 되려는 것일까?
아무튼 기분 좋은 꿈을 꾼 날이니
기분 좋은 하루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련다.
기분 좋은 꿈은
기분 좋은 현실로 이어지겄제?. ㅎㅎ
2014. 10. 19일 아침에 드볼작의 교향곡 8번을 들으며 쓰다.
Antonín Dvořák Symphony No 8 [No 4] G maj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