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의 사과"
1.
꿈을 꿨다.
대학 1학년 시절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던 대학동기 그녀와
마음 속으로 배우해도 되겠다고 부러워하며
가까이 가기도 어려워 했던
훤칠하게 키 크고 잘 생긴 남자동기의 그 시절 모습을 본 꿈을 ..
둘은 버스 안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여행을 가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며
'너희 둘이 사귀어라. 너무 잘 어울린다' 그러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나를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2.
왜 갑자기 이런 꿈을 꿨을까?
요즘들어 새벽에 깨지는 습관이 생기더니
오늘도 너무 이른 시간에 눈이 떠져
글을 쓰기엔 무리다 싶어 일단 포기하고
다시 어설프게 잠이 든 탓일까?
아마도 요즘 쓰고 있는 글이
대학시절 과 3년 후배인 여학생에게
저지른 단 한번의 실수인 모욕적인 언사를 사과하는 내용을 담아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 글인 때문일까?
3.
꿈속에서의 동기녀와의 인연은 좀 더 이어지지만
미완으로 끝나기는 꿈이나 현실이나 똑같다.
꿈은 꿈이어서 아름다운 것만을 추억할 수 있게 하고
현실은 현실이어서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대로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어
모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무심한 세월은
우리 모두의 모습을 그 시절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려주지는 않지만...
4.
살아갈 날이 살아 온 날보다 적게 남아 있고
세상과의 인연을 최소한으로 이어가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늘 부족한 나날이고,
힘들었던 지난 날들도
이제는 모두 추억의 한 자락으로 되돌아 볼
마음의 여유가 생겨 있어서 그런 것인지,
나만의 시각으로 되돌아보는 지난 날들은
이제는 모두 다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시절은 그리 힘들게 살았었지'하고
조용히 되돌아보게 하면서...
5.
내 삶이 너무 힘들어,
분명 나에게 호감을 갖고 지었을 후배 여학생의 미소를 보며
내 말을 듣는 순간 안색이 확 변할 정도의
모욕적인 말을 내뱉고도
그 당시엔 전혀 죄책감이 안 들었었던,
비록 그 당시의 내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모르고 있을
그 후배가 너무 야속한 마음에
거의 본능적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녀가 입었을 마음의 상처를
4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헤아려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소개로 아릿다운 부인을 맞이한 대학총장까지 지낸 동기가
30초반 내가 다니던 직장에서 우연히 만나 그녀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도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단순 반복적인 내 삶이 너무 싫은 나날인 탓에
그녀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이 없이 그냥 흘려 들었을 뿐이었는데,
6.
세월이 흐르고 흘러 살아갈 날이 점점 적어지고
하고 싶은 일 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요즈음이라 그런 것인지
전화로만 연락이 간헐적으로 이어졌던
그녀와의 인연을 들려 준 동기를 요즘 몇 번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떠올리게 되었고
내가 그녀에게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준 말을 내뱉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그녀는 기억에도 없을 지 모르는 일이지만..
6.
딱 한마디 말이었을 뿐이지만,
공개적으로 말하기엔 너무도 모욕적이었던 그 말.
힘든 군 생활을 견뎌 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20 중반이 채 안된,
노년이 된 지금 그 나이의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나를 되돌아 보면
너무도 어리고 생각이 모자랐던 시절이라고 스스로 변명을 해봐도
그녀가 입었을 상처를 생각하면
참 못된 짓을 한 것이었다.
7.
동기에게 자세한 내용은 말 못하고
'내가 무척 미안해하더라'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문자로 부탁을 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가 않아
동기가 총장 임기를 마치고 이임식을 하는 날 만난
그녀의 친구인 동기 부인에게
친구에게 꼭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철없고 힘들었던 시절이라 내가 너무 큰 실수를 했었다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마치 동기 부인이 그녀인 것 같이 두 손을 꼭 잡고 진심을 담아.
2014. 10. 3 아침에 Pietro Nardini - Violin Concerto를 들으면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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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tro Nardini - Violin Concerto in A major, Op. 1 No. 6 >
Pietro Nardini (1722~1793)
Violin Concerto in A major, Op. 1 No. 6
00:03 I. Allegro
07:53 II. Andante
13:21 III. Allegro
Violin / Conductor : Mauro Rossi
Orchestra da Camera Milano Class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