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40년만의 사과"

Bawoo 2014. 10. 3. 10:10


"40년만의 사과"


1.

 

꿈을 꿨다. 

대학 1학년 시절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던 대학동기 그녀와

마음 속으로 배우해도 되겠다고 부러워하며

가까이 가기도 어려워 했던

훤칠하게 키 크고 잘 생긴 남자동기의 그 시절 모습을 본 꿈을 ..

 

둘은 버스 안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여행을 가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며

'너희 둘이 사귀어라. 너무 잘 어울린다' 그러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나를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2.

왜 갑자기 이런 꿈을 꿨을까?

요즘들어 새벽에 깨지는 습관이 생기더니

오늘도 너무 이른 시간에 눈이 떠져

글을 쓰기엔 무리다 싶어 일단 포기하고

다시 어설프게 잠이 든 탓일까?

 

아마도 요즘 쓰고 있는 글이

대학시절 과 3년 후배인 여학생에게

저지른 단 한번의 실수인 모욕적인 언사를 사과하는 내용을 담아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 글인 때문일까?

 

3.

 

꿈속에서의 동기녀와의 인연은 좀 더 이어지지만

미완으로 끝나기는 꿈이나 현실이나 똑같다.

꿈은 꿈이어서 아름다운 것만을  추억할 수 있게 하고

 현실은 현실이어서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대로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어

모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무심한 세월은

우리 모두의 모습을 그 시절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려주지는 않지만...

 

4.

 

살아갈 날이 살아 온 날보다 적게 남아 있고

세상과의 인연을 최소한으로 이어가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늘 부족한 나날이고,

힘들었던 지난 날들도

이제는 모두 추억의 한 자락으로 되돌아 볼

마음의 여유가 생겨 있어서 그런 것인지,

 

나만의 시각으로 되돌아보는 지난 날들은

이제는 모두 다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시절은 그리 힘들게 살았었지'하고

조용히 되돌아보게 하면서...

 

5.

내 삶이 너무 힘들어,

분명 나에게 호감을 갖고 지었을 후배 여학생의 미소를 보며

내 말을 듣는 순간 안색이 확 변할 정도의

모욕적인 말을 내뱉고도

그 당시엔 전혀 죄책감이 안 들었었던,

비록 그 당시의 내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모르고 있을

그 후배가 너무 야속한 마음에

거의 본능적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녀가 입었을 마음의 상처를

4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헤아려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소개로 아릿다운 부인을 맞이한 대학총장까지 지낸 동기가

30초반 내가 다니던 직장에서  우연히 만나  그녀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도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단순 반복적인 내 삶이 너무 싫은 나날인 탓에

그녀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이 없이 그냥 흘려 들었을 뿐이었는데,

 

6.

 

세월이 흐르고 흘러 살아갈 날이 점점 적어지고

하고 싶은 일 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요즈음이라 그런 것인지

전화로만 연락이 간헐적으로 이어졌던

그녀와의 인연을 들려 준 동기를 요즘 몇 번 만나면서

연스럽게 그녀를 떠올리게 되었고

내가 그녀에게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준 말을 내뱉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그녀는 기억에도 없을 지 모르는 일이지만..

 

6.

딱 한마디 말이었을 뿐이지만,

공개적으로 말하기엔 너무도 모욕적이었던 그 말.

힘든 군 생활을 견뎌 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20 중반이 채 안된,

노년이 된 지금  그 나이의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나를 되돌아 보면

너무도 어리고 생각이 모자랐던 시절이라고 스스로 변명을 해봐도

그녀가 입었을 상처를 생각하면

참 못된 짓을 한 것이었다.

 

7.

 

동기에게 자세한 내용은 말 못하고

'내가 무척 미안해하더라'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문자로 부탁을 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가 않아

동기가 총장 임기를 마치고 이임식을 하는 날  만난

그녀의 친구인 동기 부인에게

친구에게 꼭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철없고 힘들었던 시절이라 내가 너무 큰 실수를 했었다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마치 동기 부인이 그녀인 것 같이 두 손을 꼭 잡고 진심을 담아. 

 

 

2014. 10. 3 아침에  Pietro Nardini - Violin Concerto를 들으면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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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tro Nardini - Violin Concerto in A major, Op. 1 No. 6 >

 

Pietro Nardini (1722~1793)

Violin Concerto in A major, Op. 1 No. 6

00:03 I. Allegro
07:53 II. Andante
13:21 III. Allegro

Violin / Conductor : Mauro Rossi
Orchestra da Camera Milano Clas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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