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그대에게

Bawoo 2014. 11. 16. 08:58

그대에게

 

 

내가 그대를  만나고자 함은

지난 날의 나를 보려고 함입니다.

이제는 아득히도 멀기만 한

지난 젊었던 옛 시절

그러나 바로 엊그제만 같은

그대를 처음 만나던

꽃같던  20대 초반 그 시절,

그 시절의 나를

그대를 통해 보려고 함입니다.

 

그 시절,

교정에서 우리 처음 만났던 그때

수많은 꿈을 가지고 기쁨에 가득차

같은 출발선에 서 있기는 했지만

이미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은  아니던 시절,

그 누구도 우리의 앞날을 알 수는 없던

그렇지만 꿈은 한없이 크고 많았던

그 시절에 만났던 그대를 통해

그 시절의 나를 보려 함입니다.

 

그 시절,

그대와 나

참 꿈이 많았었지요.

인고의 나날들을 수 없이 보낸 끝에 얻어진

값진 열매.

그 열매는 그대와 나에게

새로운 앞길이 열려 있다는

시작을 알려주는 것이었기에

참 기쁜 나날들이었었지요. 

 

그런 가운데

나는 나의 앞길이 어찌 될지 알수  없었기에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내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대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아무런 걱정없이 잘 갈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부러워했었지요.

참 꿈도 많고

한없이 기쁘고 즐거웠던 그 시절

그렇지만 나는

막연히 불안하기도 했던

우리 기쁜 젊었던 시절.

 

그로부터 참 많은 세월이 흘러

그대와 나 이제 귀밑머리 하얘지고

 삶을 정리해야 될

종착점이 자꾸만 가까워지고 있는 요즈음,

 

살아 온 많은  지난 나날들

서로 살아온 길은 달랐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의 삶을 충실하게 열심히 살아왔으니

미련, 아쉬움 같은 것이 설사 남아있을지라도

다 내려 놓고

남아 있는 얼마간의 나날들을

지난  시절

우리 기뻤던 젊은 나날들을

그대를 보며 

추억하고 지내려고 함입니다.

 

많은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룰 수는 없었던 아쉬운 지난 날들

 돌아보니,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는 살았구나는 싶은 날들

이제는 아쉬운대로나마 다 접고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남아있는 날들

지난 날들을 추억하며

그래서 기쁨과 아픔이 함께 했으나

그래도 생애 가장 기뻤던 시절에 만난

그대를 보면서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기쁨인 요즈음이기에

그 시절 만난

그대를 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체력이 약해

오래 앉아 있기 힘들고

술을 잘 못해

술  한잔 마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세월 탓인지는 몰라도

관심사가 달라져 있어 

때론 대화의 끈이 끊어져 실망스럽기는 해도

 이런 것들을 다 없이해도 될 정도로

그대와 마주 앉아 기울이는  텁텁한 막걸리 한잔

서로 정겹게 바라보며

지난 우리 젊은 날을 추억하며

 부딛치는  술잔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앞으로도 우리

우리에게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우리

지금처럼 우리

시간이 되는대로 자주 만나

잘 못마시는 막걸리 한잔,

주머니도 가벼워

푸짐한 안주는 못 마련하는 자리지만

그래도 정겹게 술잔을 부딛치며

우리 그리 지냅시다.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자꾸만 눈 앞으로 닥아오고 있는

우리 삶의 마지막이 

다 하는 날까지

 

지난 우리 기뻤던 젊은 나날들을 추억하며...

 

 

 

2014, 11.15. 새벽에. 전날 만난 대학동기를 생각하며 써보다. 자크린 뒤 프레의 연주를 들으며...

 

 

 Jacqueline du Pre - Monn cello concerto g mi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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