宿香村(숙향촌)-향촌에서 자며
金克己(김극기)
雲行四五里(운행사오리) 구름 따라 사오리 걸어
漸下蒼山根(점하창산근) 푸른 산 밑으로 점점 내려가니
鳥鳶忽飛起(조연홀비기) 까마귀와 솔개 문득 날아오르고
始見桑柘村(시견상자촌) 비로서 뽕마무 마을 보이네
村婦里蓬鬢(촌부이봉빈) 시골 아낙 헝클어진 머리 매만지며
出開林下門(출개임하문) 나와서 숲 아래 대문을 열어주네
靑苔滿古巷(청태만고항) 오래된 골목엔 푸른 이끼 가득하고
綠稻侵頹垣(녹도침퇴원) 아직 푸른 벼 무너진 담장으로 넘어드네
茅簷坐未久(모첨좌미구) 초가집 처마 아래 잠깐 앉아 있으니
落日低瓊盆(락일저경분) 지는 해는 옥쟁반에 머무른다.
伐薪忽照夜(벌신홀조야) 섶나무 베어 밤을 밝히고
魚蟹腥盤飱(어해성반손) 물고기 게 반찬 오른 저녁 밥상 비릿한 냄새
耕夫各入室(경부각입실) 농부들 각기 방에 들자
四壁農談諠(사벽농담훤) 농사 이야기로 방안이 시끌벅적
勃溪作魚貫(발계작어관) 웃고 떠드는 소리 고기를 꿴듯 하고
咿喔分鳥言(이악분조언) 사람들 말소리 새처럼 조잘댄다
我時耿不寐(아시경불매) 나는 그 때 잠이 오지 않아
敧枕臨西軒(기침임서헌) 서쪽 난간에 나가 나무베개 베고 누워보네
露冷螢火濕(노냉형화습) 반딧불이는 차가운 이슬에 젖고
寒蛩噪空園(한공조공원) 철 늦은 귀뚜리는 빈 뜰에 울어대네
悲吟臥待曙(비음와대서) 서글피 시 읊으며 날 새기를 기다리니
碧海含朝暾(벽해함조돈) 어느새 푸른 바다 아침해 머금었네.
金克己(김극기 1379(우왕 5)∼1463(세조 9). 고려 말 조선 초의 학자ㆍ문신.
본관은 광산(光山). 자는 예근(禮謹), 호는 지월당(池月堂).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10세에 시를 지어 세인을 놀라게 하였다.
고려가 망한 뒤로는 유세(遺世 : 세상일을 잊음)의 뜻을 가져 거업(擧業)에 힘쓰지 아니하고 이름난 산수를 찾아 시작(詩作)으로 소일하였다. 문명으로 이름이 나자 태종 때 윤상(尹祥)의 천거로 남대(南臺)로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다가 그 뒤 부득이 한번 나아갔다가 바로 그만두었다.
세종 때는 그의 고명(高名)을 듣고 교리(校理)로 부르고 역마까지 보냈으나 세 번이나 거절하는 상소를 올리자 은명(恩命 : 임금이 내리는 임관명령)을 끝내 거절한다하여 북도(北道) 우후(虞侯)에 좌천시키므로 하는 수 없이 임지로 향하였다.
북변(北邊)에 있으면서 그의 시작은 한층 더 깊이를 더하게 되었다. 곧 이어 제주목사로 특승되었으나 사직상소를 간절하게 올려 돌아가 쉬도록 특전을 받았다. 그는 평장동(平章洞)에 정자를 짓고 ‘池月(지월)’이란 편액을 달고 자연과 벗하며 시로써 일생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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