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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家四時(전가사시). - 김극기(金克己)

Bawoo 2014. 12. 2. 23:20

 

田家四時(전가사시).

                                             김극기(金克己)

 

 

草箔遊魚躍(초박유어약) : 풀밭[草箔]에 고기 뛰놀고

楊堤候鳥翔(양제후조상) : 버들 둑에 철새 날아오네.

耕臯菖葉秀(경고창엽수) : 밭둑에 창포 잎 솟아나고

                    饁畝蕨芽香(엽무궐아향) : 들밥 먹는 이랑에 고사리 순이 향기롭네.

                   喚雨鳩飛屋(환우구비옥) : 비 오라고 비둘기들이 지붕 위에서 날고

               含泥燕入樑(함니연입양) : 진흙을 물고 제비는 들보에 들어오네.

  晩來芧舍下(만래서사하) : 저녁 늦게 나무집 아래 와서

           高臥等羲皇(고와등희황) : 베개를 높이 베니 복희 삼황 된 듯.

 

夏  

                      柳郊陰正密(유교음정밀) : 교외의 버드나무 녹음이 정말 빽빽하고

               桑壟葉初稀(상농엽초희) : 뽕나무 언덕에는 뽕잎이 듬성듬성

          雉爲哺雛瘦(치위포추수) : 꿩은 새끼 먹이느라 파리하고

    蠶臨成繭肥(잠임성견비) : 고치되려 누에는 살쪘네.

熏風驚麥隴(훈풍경맥농) : 훈풍에 보리밭 놀라고

           凍雨暗苔磯(동우암태기) : 언 비에 이끼 낀 물가가 어두워

       寂寞無軒騎(적막무헌기) : 말 탄 사람도 없이 적막하여

        溪頭晝掩扉(계두주엄비) : 시내 끝은 낮에도 문 닫았네.

 

秋  

搰搰田家苦(골골전가고) : 헐떡헐떡 시골집 고난이여

  秋來得暫閑(추래득점한) : 가을 와도 점점 막히는구나.

              雁霜楓葉塢(안상풍엽오) : 단풍잎 떨어진 언덕에 기러기 하얗고

     蛩雨菊花灣(공우국화만) : 메뚜기 비에 국화만 그득하네.

         牧笛穿煙去(목적천연거) : 목동 피리소리 연기 뚫고 가는데

          樵歌帶月還(초가대월환) : 나무꾼 노래 달빛 끼고 돌아오네.

  莫辭收拾早(막사수습조) : 빨리 줍기를 사양하지 마소

                          梨栗滿空山(이율만공산) : 배와 밤이 공산에 가득하오.

 

冬  

         歲事長相續(세사장상속) : 철따라 일은 계속 서로 이어졌으니

    終年未釋勞(종년미석노) : 해가 다해도 일은 끝나지 않네.

                板簷愁雪壓(판첨수설압) : 판자에 쌓인 눈이 눌리는 것도 근심이고

          荊戶厭風號(형호염풍호) : 싸리문에 바람소리 나는 것도 싫소.

              霜曉伐巖斧(상효벌암부) : 서리 내린 새벽에 바위를 도끼로 패고

月宵乘屋綯(월소승옥도) : 달밤에 집에서 새끼를 꼬네.

佇看春事起(저간춘사기) : 저간에 봄 일이 시작되는데

           舒嘯便登臯(서소편등고) : 편하게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려나.

 

金克己(김극기 1379(우왕 5)∼1463(세조 9). 고려 말 조선 초의 학자ㆍ문신.

본관은 광산(光山). 자는 예근(禮謹), 호는 지월당(池月堂).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10세에 시를 지어 세인을 놀라게 하였다.

고려가 망한 뒤로는 유세(遺世 : 세상일을 잊음)의 뜻을 가져 거업(擧業)에 힘쓰지 아니하고 이름난 산수를 찾아 시작(詩作)으로 소일하였다. 문명으로 이름이 나자 태종 때 윤상(尹祥)의 천거로 남대(南臺)로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다가 그 뒤 부득이 한번 나아갔다가 바로 그만두었다.

세종 때는 그의 고명(高名)을 듣고 교리(校理)로 부르고 역마까지 보냈으나 세 번이나 거절하는 상소를 올리자 은명(恩命 : 임금이 내리는 임관명령)을 끝내 거절한다하여 북도(北道) 우후(虞侯)에 좌천시키므로 하는 수 없이 임지로 향하였다.

북변(北邊)에 있으면서 그의 시작은 한층 더 깊이를 더하게 되었다. 곧 이어 제주목사로 특승되었으나 사직상소를 간절하게 올려 돌아가 쉬도록 특전을 받았다. 그는 평장동(平章洞)에 정자를 짓고 ‘池月(지월)’이란 편액을 달고 자연과 벗하며 시로써 일생을 보냈다고 한다.

 

* 출처: 시- 카페 한시 속으로 / 프로필-다음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