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소감]방대한 서양 미술 관련 책들-도서관에 가보면 참 많기도 하다-을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분류 방식이 딱 마음에 들어 선택한 책. 책의 분량이 좀 아쉽긴 하나 어머니를 그린 화가가 이게 다인지는 알 수 없는 터. 이는 전문 연구자의 몫이니 아쉬운 대로 서양 미술에 접근할 수 있어 좋았다. 자화상 전이라는 책과 함께. 책 분량은 200여 쪽이 채 안 되는 데 낯선 화가들이 꽤 많다. 영어위키나 검색해야 나올 정도로 우리에겐 잘 안 알려진 화가들. 화가에 대한 소개가 너무 간단해 좀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만족했다. 서양미술을 교양 수준으로 알고자 하는 내 의도에 어느 정도 만족이 되는 것이어서.
아래는 이 책에 대한 소개(교보문고)와 독후감 중 마음에 드는 분 자료를 옮겨다 놓은 것인데 서점은 그렇다치고 독후감 자료를 이리 만들 수 있는 분에 대해 경외감이 든다. 어떻게 이리 정교하게 자료를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책 소개 글> =================
위대한 화가들이 그림에 담은 '나의 어머니'
화가들이 사랑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어머니를 그리다』. 자녀를 세계적인 회화의 거장으로 키워낸 어머니들. 화가들은 그런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다양한 모습으로 화폭에 담아냈다. 어머니의 희생과 내조가 있었기에 위대한 화가들은 꿈을 이룰 수 있었고, 그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어머니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책은 화가들이 그린 어머니의 초상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화가와 그 어머니의 일생까지 들려준다. 이야기와 함께 그림을 살펴보면서 화가들이 왜 자신의 어머니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파블로 피카소 등 유명한 화가들부터 에릭 윌슨이나 톰 필립스 같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까지 거장들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
저자 줄리엣 헤슬우드
- 저서(총 3권)
- 런던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으며, 프랑스의 툴루즈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5년 동안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미술 및 건축 답사여행을 기획하고 안내하는 한편, 『피카소를 소개합니다Introducing Picasso』 『서양 회화의 역사The History of Western Painting』 등을 썼다. 특히 『서양 회화의 역사』는 12개 국어로 번역되었으며, 후속편으로 조각 예술에 관한 책을 썼다. 세계 민담에도 관심이 있어 민담집을 펴내기도 했다. 현재 옥스퍼드셔에 살며 미술과 민담에 관한 글을 쓰는 한편 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다.
- 역서(총 29권)
-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세 아서왕 문학 특히 그라알(聖杯) 소설들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그라알 이야기》, 크리스틴 드 피장의 《여성들의 도시》 등 중세 작품들과 자크 르 고프의 《연옥의 탄생》, 조르주 뒤비의 《중세의 결혼》, 슐람미스 샤하르의 《제4신분: 중세 여성의 역사》 등 서양 중세사 관련 서적들을 다수 번역했다. 그 밖에 알베르토 망겔의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 피에르 그리말의 《그리스 로마 신화 사전》,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프랑수아 줄리앙의 《무미 예찬》, 조르주 심농의 《타인의 목》,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등 여러 방면의 역서가 있다.
<목차>
지은이의 말: 왜 어머니인가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하다 _알브레히트 뒤러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 _귀도 레니
변함없는 영감의 원천 _이아생트 리고
어머니는 나의 고향 _앙투안 라스팔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_존 컨스터블
단순하고 소박한 아름다움 _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다정한 스승이었던 어머니 _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어머니의 인자한 미소 _헨리크 로다코프스키
“당신의 아픔을 이해합니다” _에두아르 마네
모든 것을 덮어주는 존재 _폴 세잔
언제나 용기를 북돋워주는 사람 _베르트 모리조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존재 _제임스 맥닐 휘슬러
자녀의 재능을 가장 잘 아는 사람 _존 싱어 사전트
“언제나 곁에 있으마” _쥘 바스티앵-르파주
어머니의 취미를 그리다 _귀스타브 카유보트
언제나 훌륭한 대화 상대 _조르주 쇠라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그리다 _폴 고갱
기억 속의 내 어머니 _빈센트 반 고흐
언제나 나를 위한 걱정과 격려 _카미유 피사로
가장 친한 친구 _메리 커샛
내 인생 최고의 모델 _악셀리 갈렌-칼렐라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다 _에두아르 뷔야르
넓은 세상을 보여준 어머니 _조지프 사우설
새로운 화풍으로 그린 어머니 _페르낭 레제
“어머니께 기쁨을 드리고 싶습니다” _에곤 실레
고통과 역경을 아는 인생 _마크 거틀러
“제 사랑이 어머니께 위로가 되나요?” _마르크 샤갈
“편히 잠드소서, 당신의 마지막을 지키렵니다” _제임스 앙소르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르치다 _오스카어 코코슈카
제 자신감은 어머니에게서 온 것입니다 _파블로 피카소
내 가슴에 묻은 어머니 _아실 고키
평생 의지할 피난처 _헨리 무어
예술의 즐거움을 물려주다 _오토 딕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_프리다 칼로
내가 가장 잘 아는 존재 _에릭 윌슨
어머니를 그리기는 왜 어려운가 _루시안 프로이트
내가 좋아하는 모델 _데이비드 호크니
지난날을 함께 회상하다 _톰 필립스
옮긴이의 말: 우리 모두는 어머니의 자식이다
<출처: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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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bandinlunis.com/bandi_blog/document/45447882 님의 자료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쯤은 다들 생각해 봤을 겁니다. 남편? 아내? 자식? 연인? 친구? 아니면, 역사의 영웅 또는 위인? 그것도 아니면 시대를 리드라는 지식인? 글쎄요. 여기에 거론된 모든 이들이 제 인생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그래도 제 인생에 있어서만큼은 ‘어머니’에게 받은 영향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아마 다들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누구이든 간에, 그 전에 우리는 누군가의 자식입니다. 이것은 내 존재의 뿌리를 찾거나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에게 ‘어머니’는 그저 내 존재의 시작, 뿌리라고 함부로 기호화 시킬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저를 빗대 얘기하자면, 어머니는 스승이고 친구이고, 연인이고, 안식처이고 버팀목이기에 ‘뿌리’, ‘시작’이라는 말로는 그녀를 다 표현할 수 없네요.
여기서 잠깐! 저처럼 누구나 자신의 어머니를 어떻게 표현하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해 봤을 거여요. 예술가라면 글이나 그림, 음악으로 어머니를 표현했을 텐데, 우리 대부분은 그런 능력이 없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죠. 말재주라도 좋으면 내 어머니가 어느 누구보다 훌륭하고, 강인하면서 아름다운 사람인가를 멋지게 표현이라도 하겠지만 그런 재주도 없네요. 안타까운 현실이죠. 그래서 저는 누군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그린 글과 그림을 통해서, 가끔은 음악으로 내 어머니를 만납니다. 특히, 그림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마음을 길어 올린다는 점에서 어떤 분야보다 어머니를 마주하기가 용이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애처롭고 안쓰럽고 크나큰 슬픔의 감정을 동반하기도 하죠. 하지만 누군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은 분명 내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어머니를 모델로 한 그림을 본다는 것은 크나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왜냐면 어머니는 곁에 있어도 그리운 존재이기에 언제나 우리를 눈물 흘리게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영국에서 미술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줄리엣 헤슬우드가 지은『어머니를 그리다』는 이런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책입니다. 이유를 묻는다면,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게요. 이 책에는 당신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 미술사까지 크나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화가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그린 초상화가 매 페이지마다 큼직만하게 실려 있습니다. 알브레이트 뒤러로 시작해서 렘브란트, 앵그르, 마네, 폴 세잔, 휘슬러, 존 싱어 사전트, 쇠라, 고갱, 고흐, 뷔야르, 에곤 실레, 샤갈, 오스카어 코코슈카, 피카소, 마크 거틀러, 프리다 칼로, 아실 고키, 데이비드 호크니 등등, 총 40명이나 되는 화가들의 어머니 초상화가 소중하게 담겨 있어요.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 위대한 화가들의 어머니들도 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고, 안식처였으며 친구였고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준 존재였습니다. 볼품없는 노인의 모습으로 그려질 때도 있고 고단한 노동으로 삶에 지친 모습으로 화폭에 담겨, 우리를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통과 회환에 찬 모습일지라도 어머니이기에 그림 속 어머니의 얼굴에는 자식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신뢰가 담겨 있어요. 그 사랑과 신뢰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더군요. 누구의 어머니이든 간에 그림 속에서 나의 어머니를 발견했거든요. 예술사적인 의미와 가치를 떠나 단지 어머니를 그렸다는 것만으로 걸작일 수밖에 없는 그림 속 나의 어머니를 이제부터 소개해드릴게요. (책에 나와 있는 순서와 상관없이 서술합니다.)
늙고 초라한, 그러나 강인한 내 어머니
알브레이트 뒤러(1471~1528)
나르시시즘에 빠진 게 의심될 정도로 자신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 알브레이트 뒤러(1471~1528)의 어머니는 스케치 형식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뒤러는 매우 사실주의적 화풍을 가진 화가이죠. 그래서 그럴까요? 그는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그렸습니다. 자신의 초상화는 엄청 꾸며서 그린 것과 다르게 말이죠. 각설하고, 그는 자신의 그림 속에서 결코 어머니를 미화하지 않았습니다. 고단한 삶을 말해주는 굵은 주름과 움푹 파인 볼과 상대적으로 튀어나온 광대에서 어머니의 험난한 삶이 고스란히 읽힙니다. 이 책의 시작을 장식하는 뒤러의 어머니 초상화는 저에게 감정적인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내 어머니의 얼굴을 객관화시켜봄으로써 그녀의 힘든 삶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으니까요. 그것도 못난 자식인 저 때문에요.
마크 거틀러(1891~1939)
20세기 초 영국의 위대한 화가인 마크 거틀러가 자살로 세상을 떠나자, 영국 타임즈는 “영국 미술계의 크나큰 손실”이라고 썼습니다. 거틀러는 짙고 어두운 강렬한 색상으로 세게 대전의 모순과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인간 삶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반면 독특한 초상화도 많이 그렸어요. 특히나 그가 그린 어머니의 초상화는 자식들을 걷어 먹이기 위해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는 우리네 어머니를 그려, 먹먹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가난했으나 자식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손은 투박하고 두툼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짙은 갈색의 배경과 옷은 어머니의 깊고도 넓은 사랑을 느끼게 하네요. 그러면서도 자식을 위해 평생 예쁜 옷 한 벌 제대로 못 사 입은 어머니의 검소함이 묻어나 눈이 시큰거립니다.
에곤 실레(1890~1918)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의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매우 관능적입니다. 굵고 딱딱한 선묘로 육체의 역동성을 표현하고 음울한 색채로 마무리한 그의 그림 대부분은 모델의 야릇한 포즈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를 단박에 매혹시키죠. 그런데 놀랍게도 에곤 실레가 어머니를 모델로 그린 그림에선 에로티시즘을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세상이 아들의 그림을 인정해주지 않아도 한 평생 아들의 천재적 재능을 믿고 아들이 짧은 생을 마감한 이후에도 아들의 그림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마리 실레는 아들의 그림에선 소파에서 낮잠을 자는 모습으로 그려졌어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잠든 어머니를 가만히 바라보는 일은 매우 감격적이고 슬픈 일입니다. 오직 자식만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어머니의 고단함이 가슴 저리게 전달되거든요. 가끔은 저 감겨진 눈꺼풀이 혹시나 영원히 눈을 뜨지 못하고 자식인 나를 바라보지 못할까봐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머니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건 멈출 수가 없네요. 가슴깊이 마음이 따듯해지거든요.
이 세상 유일한 내편, 어머니
베리트 모리조(1841~1895)
19세기, 산업혁명의 여파로 세상이 급변했어도 여전히 여성의 사회적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었지요. 마네와 모네를 중심으로 인상파가 화풍을 주도하던 그때, 베리트 모리조는 사회적 성차별과 여성화가를 곱게 보지 못하는 미술계의 보수주의에 맞서, 자신의 재능을 당당하게 인정받은 여성화가입니다. 빛을 분할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일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했던 인상주의 특유의 특징이 그녀의 그림에도 나타납니다. 그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에선 그녀의 재능을 믿고 용기를 북돋아준 어머니의 현명함이 일상을 뛰어넘은 위대함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무릎 꿇을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준 사람은 내 자신이 아닌, 어머니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고요. 어머니는 영원한 내편이니까요.
쥘 바스티앵-르파주(1848~1884)
나를 낳아준 부모님보다 이 세상을 먼저 떠난다는 것은 불효 중의 가장 불효일 것입니다. 인상주의 시대에 사실주의적 화풍을 선보였던 바스티앵은 어머니를 남겨 놓고 이 세상을 먼저 떠났어요. 한 평생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죽고 나서도 아들의 무덤에 매일 꽃을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후에는 아들의 옆에 묻혔죠. 화려하진 않은 색조로 시적 감수성을 그림으로 표현해냈던 위대한 화가 바스티앵은 그렇게 지금도 어머니와 함께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가족을 꾸립니다. 곧잘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다고 표현하죠. 하지만 우리 인생의 진정한 동반자는 가느다란 탯줄을 매개로 나에게 생명을 준 어머니일 것입니다. 아들을 바라보는 자세로 앉아 있는 바스티앵 그림 속 어머니는 이렇게 우리에게 말합니다. “언제나 곁에 있으마.”
있는 그대로에 어머니의 삶
귀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
화가계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퀴스타브 카유보트는 매우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죠. 그는 고용인의 신분에 벗어나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게 된 가난한 동료화가들의 그림을 많이 사주었습니다. 죽은 후에는 그 그림들을 국가에 기증해, 오늘날 오르세 미술관을 있게 만들었죠. 카유보트는 자신의 그림에서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냈습니다.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우리네 어머니의 삶이 펼쳐지는 듯합니다. 이 평화로운 어머니의 초상화는 새삼 자식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짐하게 만듭니다. 어머니의 남은여생을 평안하게 만들어주고 지켜주는 것, 그것이 이 못난 자식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이겠죠.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1864~1901)
19세기 파리의 명소 물랑루즈아시죠? 환락과 퇴폐가 공존하던 그곳을 떠올리면 떠오르는 화가가 있습니다. 바로 로트레크죠. 20세기 포스터의 역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그는 주로 사창가를 소재한 그림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퇴폐적인만큼 아름답고 어딘지 모르게 처연합니다. 게다가 지금 봐도 세련미가 철철 넘쳐흐릅니다. 이종사촌 간이었던 부모님의 근친결혼 때문에 신체적 기형을 안고 태어난 로트레크는 어머니의 고독한 삶을 자신의 그림에 담았습니다. 부유한 귀족집안이었지만 바람기가 심한 남편 때문에 평생을 고독하게 살아야 했던 로트레크 백작부인. 그림 속 어머니는 눈꺼풀을 내리깐 채 회환에 찬 자신의 삶을 조용히 조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지금까지 내 어머니의 고통을 진심으로 공명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더구나 여자로서 어머니의 삶을 생각본 적이 별로 없었다는 것도 알았죠. 이래서 못난 자식인가 봅니다. 고통에 찬 어머니의 인생을 딸인 제가 이제는 끌어안고 대신 울어주고 싶어집니다.
가장 거룩한 사람, 어머니
헨리크 로다코프스키(1823~1894)
<어머니를 그리다>에서 처음 알게 된 화가가 헨리크 로다코프스키입니다. 그의 대한 자료를 찾아봐도 별 소득이 없네요. 하지만 그가 남긴 어머니의 초상화는 이 책에 담긴 그림 중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일 것입니다.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인 어머니를 그린 거냐고요? 아니요. 로다코프스키가 그린 것은 바로 어머니의 미소입니다. 검은 배경 속에서 얼굴과 팔만 또렷하게 드러난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가 어머니하면 떠오르는 그것, 바로 그 자체입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용서하고 웃어주는 어머니. 그리고 언제든 달려가기만 하면 나를 안아주는 어머니의 팔. 힘들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 우리는 그 인자한 모습에서 삶의 용기를 얻고 사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1834~1903)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머니의 초상화라면,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 휘슬러의 그림일 것입니다. 회색과 검정이 배색으로 조화, 톤 다운된 이 그림의 실제 작품명은 <회색과 검정의 배열 제1번>입니다. 곧은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는 어머니의 옆모습을 그린 이 그림에선 평생을 올곧게 살았던 어머니의 위대함이 고스란히 전해지죠. 자식을 위해서라도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살고 있는 나의 어머니, “난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합니다.”
제발 내 품에서 돌아가시기를…
아실 고키(1904~1948)
아르메니아 태생의 미국화가 아실 고키는 잭슨 폴락과 함께 미국 미술계를 이끈 화가입니다. 그는 초현실주의 화풍의 화가입니다. 그 역시 어머니를 그렸습니다. 그는 1915년 아르메니아 인종학살을 피해 러시아령으로 피난 가던 중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평생 가난과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의 어머니는 아실 고키의 품에서 지난한 삶을 마감했어요. 아실 고키는 어머니와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을 평생 간직했습니다. 그 사진을 보고 이 그림을 그렸죠.
정면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동자에선 삶의 강인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반면 어머니의 옆에 서서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실 고키의 눈동자에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있습니다. 아실 고키처럼 우리는 평생을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합니다. 어떻게 해도 슬프게 기억될 수밖에 없는 존재, 어머니. 그래서 이 그림을 보고 저는 그렇게 큰소리로 울었는지 모릅니다.
『어머니를 그리다』에는 총40여점의 화가들의 어머니 초상화가 실려 있습니다. 미술사적인 설명은 전혀 없어요! 때문에 미술사적인 지식을 얻고자 이 책을 선택하는 건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기에 지금까지 본 어떤 미술서적보다 큰 감동을 저에게 선사했습니다. 나를 사랑으로 키우고 언제든 나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나의 어머니. 저는 이 책에서 못난 딸년을 위해, 오늘을 사는 내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누군가의 자식일 수밖에 없는 우리는 불효자식이라는 멍에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모님에게 효도를 해도 말이죠. 어머니의 사랑을 자식인 우리가 어떻게 보답하고 가늠할 수 있을까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우리 모두 불효자식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저는 이 책에 실린 40여점의 어머니 초상화 중에서 제 리뷰에 소개한 그림들에서 직접적으로 내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당신이 만약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어떤 그림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고 그리워할지 궁금해집니다.
오늘, 내 마음의 캔버스에 어머니를 그려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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