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인물들의 진짜 인생 엿보기 / 구청푸, 성쉰창 지음 / 시그마북스
우리가 읽어온 소설 '삼국지'는 대부분 명나라 때 나관중이 지은 '삼국연의'를 번역한 것이며, 그 기초가 되는 자료는 진수의 '정사 삼국지'와 그에 대해 배송지가 주석을 달은 주석본 등이다. 굳이 알려주지 않더라도 제갈량이 동남풍을 빌었다거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등잔을 밝혀놓고 북두칠성에 기도를 드렸다는 대목들은 누구나 허구라 짐작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재미있어할 만한 이야기들은 거의 다 소설적 허구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진수의 삼국지는 그 분량이 위, 오, 촉나라 순으로 많다. 대부분 촉나라의 인물들을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과는 반대이다. 먼저, 도원결의를 통해 의형제를 맺었던 유비, 관우, 장비는 나이순으로 그 서열을 정한 것일까? 유비가 161년에 태어났다는 기록은 있으나 관우와 장비에 대한 나이가 정확히 기록된 문서는 없다고 한다. 다만 도원결의 자체가 허구이고 관우와 장비가 나이에 관계없이 유비를 귀족의 자손으로 대우했다는 사실만 남아있다. 어쩔 수 없이 '삼국연의'에 의존한다면 관우는 유비보다 한 살 적고, 장비가 관우보다 네 살 적다고 보면 되지만 이것은 확실한 것이 아니다.
인물의 생김새를 묘사할 때 우선적으로 나오는 것은 키가 얼마냐 하는 것인데, 삼국연의에서 유비의 키는 7척 5촌, 관우는 9척, 장비는 8척, 조조는 7척으로 나온다. 이런 설명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 당시의 1척은 지금의 23센티미터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관우는 무려 207센티미터, 장비는 184센티미터의 거한이고, 유비는 172.5센티미터로 비교적 장신 축에 들어갈 것이고, 조조는 161센티미터의 왜소한 체격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역사적 기록과 비교해 봤을 때 꽤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의 촉서 편에는 '관장마황조전'이 실려있는데, 소위 우리가 '오호장군'이라 알고 있는 관우, 장비, 마초, 황충, 조운에 대한 기록이다. 그런데 그 기록이 황당할 정도로 너무나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한 인물당 겨우 두 장 안팎 뿐이다. 그렇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영웅담들 역시 허구가 많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서는 촉나라에 대한 역사 기록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진수 삼국지의 위서와 오서가 촉서에 비해 분량이 훨씬 많다는 점도 같은 이유이다. 조조의 포로로 있다가 유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섯 관문을 통과하고 여섯 장수의 목을 베었다는 '오관육참장'이라거나, 엄안이 황충을 보좌했다는 이야기, '읍참마속'으로 유명한 제갈량이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이야기들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
실제와 다르게 묘사되어 억울한 인물들도 많다. '반골'이 있다해서 제갈량으로부터 반역자로 점찍힌 위연은 오호장군에 비해 손색없는 장수였는데, 원래 그는 반역의 의도도 없었고, 등불을 발로 차서 제갈량의 수명 연장을 방해했다는 이야기 역시 당연히 허구이다. 진수의 기록에서 보듯이 유비와 막역한 사이였던 관우 장비를 빼면 그 다음 순위가 마초이다. 그만큼 마초의 비중과 능력이 출중했다. 적벽대전에서 제갈량과 주유의 라이벌 싸움에 끼어 큰 소리를 못 내고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묘사된 오나라 노숙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문관, 책사, 서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진수와 배송지의 기록은 노숙에 대해 '지략이 뛰어날 뿐 아니라 호탕하고 강인한 무장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고 전한다. 의외로 노숙은 문무를 겸비한 뛰어난 인재였던 것이다.
허구로부터 더 큰 재미와 교훈을 얻을 수도 있고, 역사 기록 역시 모두 진실이라 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런 기록에라도 의지하는 것이 진실추구가 인간의 본능이라고 믿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위안이 된다. 혹자가 믿고싶은 것을 믿는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서도 역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
- 무릇 진정한 삶의 묘미란 평화롭고 안일한 시대에서는 깨달을 수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격동의 시간 속에서야 참된 삶의 진가를 깨달을 수 있다. (10쪽)
삼국지의 진실과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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