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이 쇼난(横井小楠, 1809년 ~ 1869년)은 일본 에도 바쿠후 말기와 메이지 유신 초기의 정치가, 사상가, 교육가이다.
헤이시로[平四郞]라고도 하며, 쇼난은 호이다. 구마모토 한[藩]의 학교 지슈칸[時習館]에서 유학을 공부했다. 30세 때 에도[江戶 : 지금의 도쿄]로 가서 후지타 도코[藤田東湖] 등과 친교를 맺었으며, 이듬해 고향에 돌아와 사숙을 열고 학문과 정치의 일치를 주장하는 실학(實學)을 제창했다.
그후 각지를 돌아다니다가, 1858년부터 7년 동안 4차례에 걸쳐 에치젠[越前]의 영주 마쓰다이라 요시나가[松平慶永]에게 초빙되어 후쿠이[福井]에 체류하면서, 〈고쿠제산론 國是三論〉을 저술하여 개국통상·부국강병·무사도를 주장했다. 요시나가를 통해 바쿠후의 정치에도 참여하여 바쿠후 개혁, 공무합체(公武合體) 운동을 추진했다. 메이지 유신 후 신정부에 초빙되었으나, 개명적(開明的)인 언동 때문에 보수파에게서 그리스도교도라는 오해를 받아 암살되었다.
그의 입장은 호상농층(豪商農層)을 배경으로 하는 중상주의(重商主義)·농권국가(農權國家)의 수립이었으며, 그의 논책과 서간은 야마자키 마사타다[山崎正董]가 펴낸 〈요코이 쇼난유고 橫井小楠遺稿〉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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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이 쇼난 - 쇼잔 대화 · 쇼잔 한화 ( 沼山對話 · 沼山閑話)
『쇼잔 대화』
대개 인간의 마음에 갖추어져 있는 지각 작용은 무한한 것이며, 그 지각 작용을 넓게 펼치면 세상의 어느 것 하나도 자신의 마음속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없다. 여기서 그러한 마음의 지각 작용은 생각(思)을 의미한다. 그 내용을 살펴 이해하게 되면 세상 만물의 이치가 모두 자신의 것이 된다. 따라서 학문의 중심에 생각 ‘사(思)’ 자가 있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이 기능은 ‘격물(格物)’, 곧 세상의 이치를 깊이 살펴보고 구하는 것이다.
고대의 학문은 ‘생각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삼았다. 자신의 몸을 닦는 일에서부터 천하를 경영하는 일까지 모든 것이 생각에서 비롯된다. 흔히 배움을 학문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학문의 중심이며, 책은 다만 참고할 만한 사전 정도로 여기면 된다.
생각하는 것의 의미가 위와 같으므로 우리는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이 우리 자신의 몸속에 있다는 마음으로 웅대한 크기의 학문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우주에 있는 사물 가운데 하나인 그리스도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리스도교는 불교보다 심원하다. 중국에 온 어느 선교사는 마음 · 눈 · 귀 · 코 · 입을 오관(五官)으로 간주하는 중국의 사고방식을 비판했다. 마음은 몸 전체의 주인이므로 다른 네 가지 기관과 나란히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정밀한 분석은 불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인간 사회의 윤리를 저버리는 불교와 달리 그리스도교는 윤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도 뛰어나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역시 어리석은 존재를 교화하기 위한 가르침이며, 서양의 지식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를 신봉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최근에 또 다른 궁극적 이치에 기초해 민중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고자 경륜궁리학(經綸窮理學)을 발명해 그것을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덧붙였다. 서양 학문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이 경륜궁리학이다. 그런데 이 경륜학의 근본은 굳이 서양에서 찾지 않아도 이미 우리 성인들이 다 가르쳐 왔던 것들이다. 기실 『서경(書經)』의 이전(二典) · 삼모(三謨)에 사고의 기본적 바탕이 다 들어 있는 것이다. 곧, ‘교역융통’이 민중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정치의 기본이며, 일본이 가난해진 것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 대해서도 쇄국 상태였기 때문이다.
근대 서양의 경륜(經綸)은 뛰어난 점이 많지만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상황에 얼마나 적합한가라는 점만을 고려할 뿐 하늘을 마음으로 삼아 공평한 도리에 입각한 것은 아니다. 진실로 공평한 마음으로 하늘의 이치를 따라 그들의 할거주의를 벗어난 이는 워싱턴뿐이리라.
그러나 이러한 할거주의를 벗어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일본의 개국론자들 역시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나라의 근본을 바르고 크게 하여 신성한 도리를 우주 속에 넓히고, 또 부강한 나라가 되어 세계 속을 마음대로 활보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란 하늘과 땅, 자연의 이치, 곧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인(仁)’일 뿐이므로 국가라는 존재를 신성한 도리로 미화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한 활보한다는 사고방식 자체도 모든 사람들을 위한 하늘의 이치가 아니다. ‘사해형제(四海兄弟)’라는 주장에 기초해 만국 일체라는 생각 아래 서로 교역하는 것이 진정한 개국이다.
『쇼잔 한화』
유교의 근본적인 사고는 하늘과 사람이 서로 하나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를 철학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송학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이치는 오로지 성(性) · 명(命) · 도리와 같은 사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측면에만 한정되어 있어 하늘과 사람이 현실 상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가 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사유는 부족하다. 그들은 하늘(天)을 말하지만 이치상으로만 인식하거나 마음속의 문제로만 여길 뿐 요 · 순 3대 때의 그것과는 다르다. 요임금 시대에는 하늘을 주재하는 천제가 있어서 하늘에 경외심을 표할 때면 마치 신이 눈앞에 나타나 직접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경외하는 마음으로 받들었으며, 송나라 유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지 그 같은 마음을 지니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사물을 대할 때에도 직접 천제의 명을 받들어 하늘의 조화를 넓히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했다. 따라서 같은 격물이라고 해도 사물에 존재하는 이치를 아는 것에 그치는 송학의 이치와 달리, 3대의 격물은 산천초목과 일체의 것들이 일상의 삶에 쓰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를 다스리고 백성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송학은 이치에 대한 사변적인 논의만 활발할 뿐, 현실에서 하늘과 사람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하나가 되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학문이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서양의 학문처럼 사업을 위한 학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시대에는 세상의 형세에 의존하지 않고,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간에 정도를 바르게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도리가 바르게 서 있다면 자손들은 반드시 그것을 올바르게 행할 것이다.
『쇼잔 대화』(1864)는 당시 구마모토(熊本) 번의 학교인 지슈칸(時習館)의 기숙생이자 훗날 메이지 유신 헌법과 교육 칙어를 기초한 이노우에 고와시(井上毅, 1809~1869, 당시 22세)가 요코이 쇼난(1809~1869, 당시 56세)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한편 『쇼잔 한화』(1865)는 쇼난의 친구이자 그를 형처럼 따랐던 모토다 나가자네(元田永孚, 1818~1891, 메이지 유신에 참가한 구마모토 번 출신의 유학자로 당시 48세)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모토다 나가자네는 이후 메이지 천황의 시강이 되어 교육 칙어의 반포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당시 요코이 쇼난은 구마모토에서 조금 떨어진 쇼잔쓰(沼山津)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한때는 정사총재(政事總裁) 마쓰다이라 가쿠(松平春獄)의 참모관으로 전국 합동 공무합체(公武合體)의 구상 아래 개국을 맞이한 일본의 사상적 지도자 역할을 했다. 그러한 위치에서 물러난 쇼난은 실의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일본과 인류의 장래에 대한 모색은 물론 자신이 신봉하는 유교의 앞날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한 쇼난을 방문해 성숙기에 접어든 그의 사상을 이끌어 낸 사람이 이노우에 고와시와 모토다 나가자네였다.
이노우에 고와시는 쇼난이 주장하는 사해동포설(四海同胞說)에 공감한 것은 아니었다. 고와시는 보기 드문 수재로 날카로운 논객이었다. 그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에 대응하듯 쇼난 역시 ‘생각(思)’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학문관을 피력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와 서양 문명에 대한 공감과 비판을 말하고서 ‘교역융통(交易融通)’을 정치의 기본으로 삼는 입장에서 개국론을 언급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의 할거주의각주[1] 에 대한 비판에 있다. 할거주의는 개인이나 지역 등 도처에 보이지만 그 어디보다 견고하게 존재하는 곳은 국가였다. 우리는 그것을 미화시켜 신성한 도리라고 말하며 침략을 정당화하는 위험성을 품고 있다. 쇼난은 그러한 천(天) 사상에 입각해 국가 에고이즘을 근본적으로 비판했다. 막부 시대 말기의 일본에서 국가 에고이즘이 발휘될 현실적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쇼난은 일본의 행보를 꿰뚫어보고 그와 같이 비판한 것이다.
쇼난은 모토다 나가자네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경세론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유교 사상을 소개했다. 그것은 한마디로 ‘천 사상’이다. ‘천인상관(天人相關)’은 유교의 근본적인 사상이지만 그는 송학(宋學)각주[2] 에서처럼 성(性) · 명(命) · 도리(道)라는 관점에서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으로만 문제를 파악하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현실 상황 속에서 하늘과 인간의 합일을 생각하며 천리의 운용[천공(天工)]을 넓게 펼치는 것이 바로 유교의 과제라고 생각했다. 아울러 그는 천을 천제(天帝)로 인격화했다. 그의 제자들 가운데 실학자가 많이 배출되고 그의 손제자들 사이에서 그리스도교에 입교한 자들이 많이 나온 것은 그의 하늘(天)에 대한 사고가 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쇼난은 1868년 1월 5일 암살당했다. 자객들의 암살 이유는 그를 ‘오랑캐에 부화뇌동해 천주교를 국내에 만연한 매국 간흉’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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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제국대학 국문학과 졸업. 가고시마대학 조교수, 도쿄여자대학 조교수, 오차노미즈여자대학 조교수 등을 거쳐 도쿄대학 문학부 교수를 역임했으며, 정년 후에는 명예.....펼쳐보기
도쿄제국대학 국문학과 졸업. 가고시마대학 조교수, 도쿄여자대학 조교수, 오차노미즈여자대학 조교수 등을 거쳐 도쿄대학 문학부 교수를 역임했으며, 정년 후에는 명예교수로 추대되었다. 일본 국문학계의 권위자로서 국어심의회위원으로 활동. 일본어 대사전 『다이지린(大辭林)』의 편찬자이다. 저서로는 『에도 말과 도쿄 말의 연구』, 『근대 일본어 논고』등이 있으며 국어사전과 고어사전 등을 편찬했다. 도쿄제국대학 국문학과 졸업. 가고시마대학 조교수, 도쿄여자대학 조교수, 오차노미즈여자대학 조교수 등을 거쳐 도쿄대학 문학부 교수를 역임했으며, 정년 후에는 명예.....제공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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