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응" - 문정희

Bawoo 2015. 12. 23. 20:21

  •                                                            -문정희 作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응' 한 글자에 생명의 근원인 해와 달과 우리가 디딜 지평선이 다 들어있구나. 그렇다면 국어대사전의 수십만 개 나머지 단어들은 '응'이라는 글자에 대한 주석인지도 모른다. '응'은 만물을 낳는 긍정의 체위다. '아니'라고 했으면 생명의 연쇄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밥 먹을래? 응. 영화 볼래? 응. 청소할래? 응. 심부름할래? 응. 아래위 뒤집어도 바로잡아도 똑같다. 힘들여 입 열지 않아도 절로 새어나오는 '응'은 신뢰와 사랑의 언어이다. 오늘 우리 응? 응!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