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나 이렇게 살고 싶어

Bawoo 2016. 4. 19. 23:13

 

이렇게 살고 싶어

 

 

 

아주 깊지는 않은 산 중턱 한 귀퉁이

그리 멀지 않게 보이는 앞 산 아래로는

아주 깊어 보이지는 않는 계곡

천천히 흐르는 물 모습이 보이고

그 계곡을 따라 나 있는 길로

이따금씩 차들이 다니는 모습도 보이는 곳

 

 그런 곳에다가 

자그마한 오두막 하나를 짓는거야

찻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양지바른 곳에.

 

방은 침실 겸 작업실로 하나만 만들고

마당 한 켠엔 자그마한 전시장을 만들고

차들이 다니는 길가에는 "바우 작업실"이라고

아주 자그마한 푯말을 세우는 거야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도 알려 줄 겸

지나다니는 차들 중에

혹 들러 볼 차들이 있을 것을 생각해서

 

어느 산골짝에

아주 멋진 그림을 그리는 노인이 한 명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러려면 먼저

그림이 좋아야겠지

문외한들이 봐도 감탄할 만한

그런 수준이 되어야겠지

아직은 그런 수준이 못 되니

더 열심히 그려야 되겠지.

 

 

마당에는 자그마한 꽃밭을 만들거야

거기에다가 채송화, 봉숭아, 과꽃 같은 꽃을 심는거야

민들레, 들국화 같은 들꽃도 좋겠지

장미같은 화려한 꽃나무는 안 심을거야

화려한 모습이 싫어서

저물어가고  있는 내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아지도 한 마리 길러야 겠구나

아무리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산골짜기에 늘 혼자 있으려면

좀 적적하기도 할테니까 동무 삼아서.

 

개 평균 수명이 15년이라니

아마 나하고 같이 늙어가겠지

내 지금 나이 예순하고도 일곱이니

15년 뒤면 80줄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뜰 수도 있겠지.

 

공기가 좋은 곳이니

나나 강아지나 수명이 늘어나

건강하게 좀 더 살게만 된다면

이도 좋은 일인거고

 

자그마한 텃밭도 당연히 있어야겠지

내가 먹을 푸성귀 정도는 따먹을 수 있을 만큼

 

사람 사는 세상에 나가는 일은 

한 달에 한 번만 할꺼야

병원에 약도 타러 가고

도서관에 책도 반납하러 가면서

 

그러고 보니 병원, 도서관이

너무 멀지는 않은 곳이어야 되겠네

인터넷도 되어야 하고.

변변치 않은 솜씨의 글줄이나마 쓰고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읽어주는 책도 들으려면

 

뭐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안짝이라면 괜찮아

작은 차나 오토바이를 하나 장만하든지 해야겠지만

 

책 읽는 것도 때가 되면 그만둘꺼야

점차 나빠져 가는 눈이

언제까지 책을 읽도록 허락하지는 않을테니까.

대신 듣는 거를 많이 할꺼야

읽고 싶은 책 못 읽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눈에 무리가 와 있는거니 어쩔 수 없잖아

 

귀도 안 들리면 어떡하냐고?

뭘 어떡해

그때되면 다 손 놓고

죽을 때나 기다리라는 하늘의 뜻일텐데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지.

 

아쉬워하지는 않을꺼야

어차피 한 번은 떠나야 하는 이승이니

담담하게 받아들일테야

 

 

가족들은 어쩌냐고?

뭐 걱정 안 해도 돼

아내는 아들 내외와 손주 돌보면서 지내면 되니까

자식이야 자기 생업, 가족이 있으니까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보면 되지 뭐.

 

.

.

.

 

근데

얼마나 들까

 

.

.

 

이리 지내려고 하면. ㅠㅠ

 

 

 

2016. 4. 19 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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