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꿈 (夢)]

Bawoo 2016. 6. 15. 11:48



꿈을 꾸었다

50여년 전 내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

첫사랑 소녀와 만나기로 한

꿈을


고등학교 1학년 열차통학 하던 때

첫 눈에 반했던

중학교 1학년 짜리 바로 그 소녀를

만나기로 한 꿈을


꿈에서 나는 용기가 있었다

현실에서는 단 한 번도 못 해본 말이었는데

그저 마음 속에만 품고 가슴앓이 한

짝사랑이었는데

소녀보고 만나자고 그랬고

소녀도 좋다고 그랬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음 날 만나기로


그런데 앗불사!

잠을 깨어보니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시간


전화를 해야 했다

근데 왜 이리 전화번호가

안 눌러지나

한참을 버벅거려 겨우 전화를 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녀의 목소리

현실에서는 단 한 번도 못 들어봤던 목소리

그 목소리 너무나 아름다웠다

내 목소리는 틀림없이

갈라진 쇳소리였을텐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약속 시간에

못 맞추게 됐다고 그랬다

.

.


그 뒤는 나도 모른다

잠이 깨어버려서

.

.

꿈에서도 소녀와의 인연은

맺어지지 못했다.

.

.

만나자는 말을 건네고

만나기로 하기까지는 했지만

결코 만나지 못하고서

목소리만 겨우 듣고서

.

.

꿈에서조차

소녀와는

맺어지지 못 한 것이다

.

.

70을 내일 모레로 바라보며

몸이 자꾸만 망가져가는 것을

절감하는 지금인데

꿈에서나마  좀

맺어지면 얼마나 좋았을까

 

야속하기만 한 꿈 같으니

매정하기만 한 꿈 같으니




2016. 6. 15 조간 읽고 잠시 잠든 중에 꾼 꿈을 글로 옮겨보다.

 


'[斷想, 閑談] > <단상, 한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손녀]  (0) 2016.09.06
[삶]  (0) 2016.06.30
나 이렇게 살고 싶어  (0) 2016.04.19
단상[斷想]  (0) 2016.04.08
무제[無題]  (0) 201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