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꿈을 꾸었다
50여년 전 내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
첫사랑 소녀와 만나기로 한
꿈을
고등학교 1학년 열차통학 하던 때
첫 눈에 반했던
중학교 1학년 짜리 바로 그 소녀를
만나기로 한 꿈을
꿈에서 나는 용기가 있었다
현실에서는 단 한 번도 못 해본 말이었는데
그저 마음 속에만 품고 가슴앓이 한
짝사랑이었는데
소녀보고 만나자고 그랬고
소녀도 좋다고 그랬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음 날 만나기로
그런데 앗불사!
잠을 깨어보니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시간
전화를 해야 했다
근데 왜 이리 전화번호가
안 눌러지나
한참을 버벅거려 겨우 전화를 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녀의 목소리
현실에서는 단 한 번도 못 들어봤던 목소리
그 목소리 너무나 아름다웠다
내 목소리는 틀림없이
갈라진 쇳소리였을텐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약속 시간에
못 맞추게 됐다고 그랬다
.
.
그 뒤는 나도 모른다
잠이 깨어버려서
.
.
꿈에서도 소녀와의 인연은
맺어지지 못했다.
.
.
만나자는 말을 건네고
만나기로 하기까지는 했지만
결코 만나지 못하고서
목소리만 겨우 듣고서
.
.
꿈에서조차
소녀와는
맺어지지 못 한 것이다
.
.
70을 내일 모레로 바라보며
몸이 자꾸만 망가져가는 것을
절감하는 지금인데
꿈에서나마 좀
맺어지면 얼마나 좋았을까
야속하기만 한 꿈 같으니
매정하기만 한 꿈 같으니
2016. 6. 15 조간 읽고 잠시 잠든 중에 꾼 꿈을 글로 옮겨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