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흠 의『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 |
[소문의 무서움을 절감하게 하는 작품. 작가도 이를 의도하고 썼다고 한다.
한 마을에서 두 여인이 실종된다. 농장에서 일하는 탈북여인과 딸, 마을 유지의 약사 며느리.
소문은 약사 며느리에게 집중된다. 제약 영업사원과 바람이 나서 도망갔다는 이야기부터 시아버지와 그렇고 그런 사이란 소문까지. 급기야는 실종 약사의 남편도 아버지를 불신하게 되고. 약사 며느리는 저수지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는데 작가는 일부러 그리 썼다고 하는데 구성상의 미스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남편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편 탈북녀는 영국에서 발견되는데 같은 탈북자의 꼬임에 빠져 영국까지 갔으나 사기만 당하고 돌아오고 있다는 설정이다. ]
소문이 어떻게 강력한 현실로 성장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소문의 사회학적 관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 달 전, 림혜숙이 어린 딸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졌다”라는 첫 문장에서 시작되는 소설은 “황 약사의 며느리가 조용히 사라진 것은 한 달쯤 전이었다”는 문장으로 연결되면서 한 동네에서 두 건의 실종 사건이 일어났음을 예시한다. 탈북 여인 림혜숙을 찾아 나선 농장주 김씨가 현상금이 적힌 전단지를 뿌린 후부터 제보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지만 정작 흔적을 찾기 어렵다.
황 약사 며느리 실종 사건의 경우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금구 사거리엔 약국집 며느리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는 소문으로 변질된다. 결국 황 약사와 농장주 김씨가 두 실종 사건의 주범으로 몰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소문에 대한 탐색자가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전도가 일어난 것이다. 소문을 만들어내는 것은 동네 아이들인데 어른들끼리 나누는 대화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커서 소설가가 되겄어. 자네 애들은. 그렇게 따지면 동네 사람 전부가 다 기지. 허허허. 에에, 말을 들어보라니깐. 저기 농장에서 없어진 모녀 있잖아, 탈북자. 글쎄, 그 모녀를 돼지들이 먹어치웠다는 거야.”(32쪽)
바로 이 지점에서 소문은 사회학적 관점을 넘어 그 사회집단이 만들어낸 언어이자 또 다른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언어사회학의 영역으로 확산된다. 여기서 소설이라는 장르와 문법에 대한 백가흠의 날카로운 자의식이 탄생한다. 그리고 그것은 소설가로서 자신의 ‘근원’을 더듬는 다른 작품들로 이어진다. [문화일보에서 발췌]
- 출생-1974년 7월 26일 (만 41세), 전북 익산시
- 학력-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 데뷔-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광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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