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를 곁에서 떠나 보내는 아픔을
아직껏 한번도 제대로 안겪어 보고 살아왔다.
이미 세상을 뜨신지 몇년이 되신 부친은
우리 삼남매와는 처음부터 떨어져 사셨기에
당신도 우리 삼남매도 서로 많이 무심한채 그리 살아온 탓에
당신 임종도 안알리신채
나도 모르는 수양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뜨시고 말아
큰 아픔을 겪을 새도 마음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큰 아픔을 겪어야 할 때가 가까와 온 것 같다.
혈육 중에 가장 가까운 분인 모친의 삶이
이제 얼마 안남으신 것 같다.
동생과 같이 살고 계셔
어쩌다 한번 찿아 뵐 때 마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 늙어버린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은 마음 뿐이었는데
이젠 그런 마음도 가질 수 없이
가슴으로만 추억해야 할 때가 머지 않은 것 같다.
문득,
내 기억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대학 동기녀가
몇년전 큰 아픔이 있었다는 쪽지를 보내왔던 것이
생각이 났다.
사랑하는 오빠를 이른 나이에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을 이야기한 것이었는데
나는 그 아픔을 가슴으로 못받아 들였었다.
그런 아픔을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그런데 이제는 그녀의 아팠을 마음을 알 것 같다.
정확한 날짜만 모를 뿐
머지않아 떠나보내 드려야만 하는 늙고 병드신 어머니.
내년이면 90이신 나이니
이번의 쓰러지심이 결코 회복은 쉽지 않을 터.
어머니는 힘든 세월을 살아오셨다
자식이 부모에게 바라는 많은 기대를
채워줄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어
우리 삼남매를 그저 품안에 거두어 주는 것만으로
어미로서 당신의 의무를 다하실 수밖에 없어
그것이 한없이 안타까웠을 어머니
그 어머니가 머지않아
우리 삼남매 곁을 떠나실 것 같다.
마음이 지옥이다.
201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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