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조창규 2015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조창규 쌈 나는 쌈을 즐깁니다 재료에 대한 나만의 식견도 있죠 동굴 속의 어둠은 눅눅한 김 같아서 등불에 살짝 구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낱장으로 싸먹는 것들은 싱겁죠 강된장, 과카몰리* 등 다양한 <쌈장 개발의 기원> 봄철, 입맛이 풀릴 때 나는..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1.01
[경제신춘문예 가작]뿌리 뿌리 최재영 뿌리는 힘이 세다 수십 년 세월을 밀어 올리는 힘으로 매일 쥐눈이콩 같은 눈망울을 매달고 길을 낸다 기억 켜켜이 어둠의 지층을 뚫고 나아간 흔적이 시퍼런 강물처럼 겹겹이 굽이치는 저녁 뿌리는 뿌리만으로도 온전한 몸통을 이룬다 어둠보다 두터운 벽이 있으랴 누구도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1.01
[제10회 경제신춘문예]염민숙·시-시라시 시라시 염민숙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프린트 E-mail PDF 닫기 초봄이면 한강으로 시라시를 뜨러 갔다 빚보증으로 논밭을 날린 후 어머니는 책값이며 차비가 없어 꾸러 다녔다 어머니가 떠오는 시라시는 식구들 마른 삶에 도랑물을 내었다 시라시를 따라 강의 깊은 데까지 가 등에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1.01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1948~ )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 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내는 일엔 희한하..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12.30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12.24
自畵像-윤동주 自畵像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12.19
착한 사람의 풍경-도복희 착한 사람의 풍경 도복희 울타리가 없는 집에는 소란이 들락거렸다 개기월식의 날 동네 개들이 일제히 짖어댔다 빈혈이 쓰러트린 창백한 얼굴은 깨어나지 못했다 매몰된 돼지들의 피가 솟구쳐 도랑으로 흘러갔다 소문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자랐다 밤을 갉아대는 쥐들이 골목에 넘쳐났..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12.13
홍매화 - 도종환 "홍매화" 도종환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 자락 덮어도 매화 한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은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11.21
오래된 기도 - 이문재 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11.21
나 하나 꽃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너도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나도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은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 (1949..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