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손택수 검은 소금 손택수 검은 소금 소금도 타는구나 끄슬려, 잿빛이 되는구나 간장독 바닥에서 나왔다는 검은 소금을 본다 간장에 소금이 녹으면 항아리 바닥엔 침전물이 쌓이지 뼈가 녹아버려라 펄펄 끓는 품속을 파고들면서도 사라진 저를 놓치지 않고 똘똘 사리를 뭉치지 네게로 간다는 건 네 속으로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10.27
[스크랩] 황소 / 공난숙 황소 공난숙 풀 한 입 베어먹고 빈 하늘을 향해 음매음매 바람 한 입 마시고 빈 하늘을 향해 음매음매 방천 둑에 앉아 왕방울 두 눈에 하늘 담고 토라짐 없이 끝없는 되새김 꼬리 총채로 쇠파리를 쫓는다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8.02
[스크랩] 세상이 달라졌다 / 정희성 세상이 달라졌다 정희성 세상이 달라졌다 저항은 영원히 우리들의 몫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가진 자들이 저항을 하고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저항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밥이 되었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권력이 되었지만 우리 같은 얼간이들은 저항마저 빼앗겼다 세상이 확실히 달..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6.21
[스크랩] 때로는 한눈팔아도 된다 / 유안진 때로는 한눈팔아도 된다 유안진 선생님, 색칠이 자꾸 금 밖으로 가요 괜찮다,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러겠냐 뻥튀기 구경하다 지각했어요 괜찮다, 지금 한눈팔지 않으면 언제 그러겠냐 길가의 강아지풀 꼬리가 패였는지 개미와 송장메뚜기를 구경해도 된다 낮달과 구름을 쳐다봐도 된다 소..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6.16
[스크랩] 그렇게 소중했던가 / 이성복 그렇게 소중했던가 이성복 세계위에,지붕과 풍경들 위에, 내 몸을 풀어놓고 싶구나, 나의 꿈속에서는 쥐를 쫓는 불타는 욕망과 함께. -파블로 네루다[고양이의 꿈]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 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간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6.16
천수답 - 이성선 천수답 ― 이성선(1941∼2001) 도시의 길들은 바둑판 줄처럼 구획져 뻗고 인간들 마음도 그 길 따라 굳어지고 마침내 이 땅 들의 논들도 모두 가로세로 반듯하게 정리 되어 바람조차 조심히 비켜 간다. 그러나 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는 산골 하늘물만 받아서 벼를 기르는 천수답 밤에는 별빛..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6.10
틀렸다 - 나태주 틀렸다 -나태주(1945~ ) 돈 가지고 잘 살기는 틀렸다 명예나 권력, 미모 가지고도 이제는 틀렸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명예나 권력, 미모가 다락같이 높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요는 시간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허락된 시간 그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써먹느냐가 열쇠..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6.09
[스크랩] 문태준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아침 문태준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 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 가듯 계절을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4.09
[중앙 시조 백일장] 2월 당선작 [중앙 시조 백일장] 2월 당선작 <장원> 동주* -박주은 박제된 그림자를 허리춤에 감고 엮은 빗장 걸린 어둠이 푸드덕,날아 왔다 한 여자 늑골 속으로 폭설이 쏟아질 때 결빙의 강 휘몰아온 남자의 북소리에 스물여덟 공명음 온몸으로 받아들인 맑아진 텃새 한 마리 겨울을 걷어낸다 *동..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3.01
장미와 가시 장미와 가시 ― 김승희(1952∼)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