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1.25
적막한 세상 -권선옥 적막한 세상 ― 권선옥(1951∼ ) 모처럼 서울 갔다 돌아오는 길, 다리 아프게 돌아다니면서 집 구경만 하고 결국 그냥 돌아왔다 이십 년 넘게 아내를 직장생활을 시키고서도 번듯한 서울집 한 채 살 수 없는 나의 형편, 잠이 든 아들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무능한 아비의 자식이 가엾어..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7.01.13
송년(送年) ― 김규동(1925∼2011) 송년(送年) ― 김규동(1925∼2011) 기러기 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 가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깊은 밤하늘을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가고 있는지 별빛은 흘러 강이 되고 눈물이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 만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 속에만 남아..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12.30
가벼운 농담 / 김동준 가벼운 농담 - 김동준(1956~ )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이면 좋겠어 뻐꾸기 울어대는 봄산골이면 좋겠어 마루가 있는 외딴 집이면 좋겠어 명자바람 부는 마당에는 앵두화 속절없이 벙글고 따스한 햇살 홑청처럼 깔린 마루에는 돌쩌귀 맞댄 아랫도리 염불 나고 뼈꾸기 소리인지 곰팡이 슨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11.05
감처럼 -권달웅 감처럼 ―권달웅(1944∼ ) 가랑잎 더미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훤한 하늘에는 감이 익었다 사랑하는 사람아 긴 날을 잎피워온 어리석은 마음이 있었다면 사랑하는 사람아 해지는 하늘에 비웃음인듯 네 마음을 걸어놓고 가거라 눈웃음인듯 내 마음을 걸어놓고 가거라 찬서리 만나 빨갛..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10.28
[중앙 시조 백일장] 10월 수상작 시월은 상달이다. 햇곡식을 신에게 드리기 가장 좋은 으뜸 달인데, 이번 달 백일장 응모작들은 응모편수나 내용 면에서 의외로 소출의 아쉬움이 적잖게 남는다. 아버지 향한 사부곡 담백하면서도 강렬 그런 가운데 가편으로 다가온 김진숙의 ‘새집’을 장원으로 올린다. ‘평생을 돌아..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10.28
[스크랩] 여든 앞둔 황동규 시인이 열여섯에 쓴 〈망부석〉 . 여든 앞둔 황동규 시인이 열여섯에 쓴 〈망부석〉 “아, 얼마나 아름다운 노을입니까” ⊙ 1953년 학생잡지 《학원》 7월호에 투고한 ‘서대문중3 황동규’의 〈망부석〉 ⊙ 〈망부석〉은 고3 때 쓴 국민 애송시 〈즐거운 편지〉와 시적 분위기 닮아 ⊙ 당시 심사는 청록파 조지훈 선생..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10.14
[스크랩] [2016 백교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관식 조선의 [제7회 백교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관식 조선의 ■대상 어머니의 키질 / 김관식 어머니께서는 노을이 질 무렵 부엌 앞에 키를 들고 나와 쭉정이와 알곡이 섞여있는 곡식들을 키질하셨다 어머니가 살아오신 지난날 가슴앓이 같은 붉은 노을에 가족들의 한 끼 알곡을 받쳐들고 헐떡거리..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10.13
시월에 - 문태준 시월에 ― 문태준(1970∼ )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밑에는노란감국화가한무더기헤죽,헤죽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10.07
의자 - 이정록 의자 ―이정록(1964∼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