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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비의 노래’(Brahms, Violin Sonata No.1 in G major Op.78 `Regenlied`)

Bawoo 2014. 1. 25. 22:23

Brahms, Violin Sonata No.1 'Regenlied'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비의 노래’

Johaness Brahms

1833-1897

Kyung-Wha Chung, violin

Itamar Golan, piano

1997.03

 

Kyung-Wha Chung/Itamar Golan perform Brahms Violin Sonata No.1

정경화는 1967년 카네기홀에서 열린 레벤트리트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줄리아드 음악원 동문인 핀커스 주커만과 공동우승을 하면서 세계무대에 데뷔하였는데, 그 3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입니다.

 

1879년 여름, 오스트리아의 푀르차흐에서 휴양 중이던 브람스는 오랜 친구이며 외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인 테오도르 빌로트에게 편지를 썼다. “한 번 연주해보세요. 몇 번이나 해볼 필요는 없습니다. 온화하고 가벼운, 비 오는 저녁의 약간 달콤 씁쓸한 분위기가 날 겁니다.” 그는 브람스의 사보가였던 흘라바체크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연주해본 후에 작곡가에게 답장을 썼다. “어둠 속에서도 눈을 감고 들어야만 할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이군요.”

브람스가 발표한 첫 번째 바이올린 소나타

이 작품은 사십을 넘어선 작곡가가 발표한 첫 번째 바이올린 소나타이다. 이 곡은 1878년 봄에 떠났던 이탈리아 여행과도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휴양지 푀르차흐의 호수도 브람스의 마음속에서 추억의 모티프로 작용했을 것이다. 모두 세 개의 악장인 이 작품의 구조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브람스의 기쁨과 슬픔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녹아들어가 있다. 곡의 부제인 ‘비의 노래’(Regenlied)는 3악장의 시작 부분이 브람스의 가곡 ‘비의 노래’(Regenlied}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독일의 시인 클라우스 그로트(Klaus Groth, 1819-1899)의 시에 곡을 붙인 이 작품을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노래로 들어보는 것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아래는 비의 노래 가사인데, 천천히 음미해보면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물방울이 모래에 거품을 일으킬 때

  나는 어린 시절 꾸었던 꿈들을

  다시 떠올린다.

  찌는 듯한 여름 무더위가

  이따금 신선한 냉기와

  이슬에 흠뻑 젖은 잎사귀

  그리고 진한 푸른색으로 물든 들판에 맞서 발버둥칠 때,

  이 호우 속에

  잔디밭을 맨발로 밟고 서 있을 때,

  이 거품들에 손을 대어볼 때,

  혹은 차가운 물방울들을 맞기 위해

  뺨을 내밀 때,

  그리고 그 싱그러운 공기를 가스에 품을 때의

  환희란!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 들어가는 꽃봉오리처럼

  영혼은 가슴을 활짝 열고 숨 쉰다.

  향기에 취한 꽃처럼,

  천국의 이슬에 흠뻑 젖는다.

  심장부를 흔들며

  증발해버리는 빗방울 하나하나,

  은둔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 안에

  파고드는 우주만물의 신성함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빗방울이 바깥을 두드릴 때마다

  우리가 문간에서 부르던

  옛 노래들을 떠올린다.

  나는 이 달콤하고 촉촉한 빗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성스럽고 순수한 경외감에

  부드럽게 젖는 내 영혼클라우스 그로트 ‘비의 노래’

브람스가 머물던 휴양지 푀르차흐의 호수. 푀르차흐의 고즈넉한 인상도 작곡에 영감을 주었다.

사실, 브람스는 작품을 발표하는 데 있어 신중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 작품 이전에도 바이올린 소나타를 네 곡 정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에서 이십대 초반에 쓴 작품은 분실되었으며 나머지 작품들은 브람스 스스로가 파기한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1853년에 브람스가 디트리히, 슈만과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과의 우정을 기리기 위해 ‘FAE (Frei aber einsam) 소나타’를 작곡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이 곡은 어디까지나 순수한 우정을 위해 쓴 작품이며 오직 스케르초 악장만을 브람스가 썼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의 콘서트용 작품은 아니었다.

 

Anne-Sophie Mutter/Alexis Weissenberg perform Brahms Violin Sonata No.1

Anne-Sophie Mutter, violin

Alexis Weissenberg, piano

2003

 

어두운 기억, 희망의 뉘앙스가 뒤섞인 브람스의 낭만주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성공의 기쁨을 맛보았던 브람스가 자신감 있게 써내려간 작품이 바로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이며, 이 작품을 시작으로 마지막 바이올린 소나타인 3번을 작곡하기까지 놀라운 집중력으로 대단히 생산적인 시기를 보냈다. 1888년까지 약 10년 동안 교향곡 3번과 4번, 그리고 피아노 협주곡 2번 등의 작품을 작곡하면서 브람스는 자신의 인생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 곡은 '비의 노래'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3악장 흐르는 빗방울과 같은 선율과 우수에 찬 분위기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낭만주의의 핵심적인 문구는 ‘먼 곳에 대한 동경’이며, 독일의 낭만파 시인 빌헬름 바켄로더가 말한 그리움의 나라는 바로 음악의 나라였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독문학 교수였던 프리드리히 군도르프는 낭만주의에 대해 “시작은 화약과 같았고, 곧이어 마법의 분장으로 이어졌으며, 마지막에는 수면제로 끝났다”고 결론짓고 있는데 우리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 작품은 어둠의 기억으로만 물들어 있지 않다. 여기에는 어떤 경쾌한 발걸음 같은 희망적인 뉘앙스들이 내포되어 있으며 세상에 대한 긍정도 함께 숨 쉰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이 비극적인 색채로 치장된 절망의 노래라면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사십대 중반을 이제 막 넘긴 브람스의 비전이 제시되어 있다. ‘브람스 서클’의 일환이었던 엘리자베트 폰 헤어초겐베르크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음악이 가져다준 감동에 대해 적고 있다. “어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곧 눈물을 흘려야했다.”

Viktoria Mullova/Piotr Anderszewski perform Brahms Violin Sonata No.1

Viktoria Mullova, violin

Piotr Anderszewski, piano

Complete

1악장: 비바체 마 논 트로포

1. Vivace ma non troppo (Viktoria Mullova / Piotr Anderszewski)

온화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악장으로 피아노가 코드를 연주하고 이어 바이올린의 화음과 피치카토가 물결치듯이 평온하게 움직인다. 이 속에는 감정이 녹아들어가 있다. G장조의 제1주제는 이 악장의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하는데 제시부와 재현부의 진행은 우아하면서도 상냥하게 진행된다. 특별히 감정에 호소하는 118~126마디는 브람스 음악의 진면목을 과시한다.

2악장: 아다지오

2. Adagio (Viktoria Mullova / Piotr Anderszewski)

피아노가 메인 테마를 연주하고 이어서 바이올린이 노래한다. 브람스가 작곡한 느린악장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이 악장은 분위기의 미묘한 변화가 대단히 신선하다. 민요 스타일의 친근한 음악은 호소력이 짙으며, 1악장과 3악장의 화사함과는 또 다른 세계를 선사해주는데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감정의 진폭을 느낄 수 있다.

3악장: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

3. Allegro molto moderato (Viktoria Mullova / Piotr Anderszewski)

클라우스 그로트의 시에 음악을 쓴 ‘비의 노래’ 선율이 하나의 주제로 쓰였으며, 지극히 우아하게 전개된다. 중요한 포인트는 피아노 파트에 흐르는 빗방울을 연상시키는 듯한 선율과 약간은 우울한 정서의 바이올린 사이의 음악적 흐름이다. 모든 것을 체념한 것처럼 느껴지는 음악은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말해준다.

 

추천음반

아돌프 부슈(EMI)와 제르킨의 연주는 녹음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향기를 잃지 않고 있다. 최고의 파트너십은 바로 이들의 연주가 아닐까 싶다. 오귀스탱 뒤메이(DG)와 피레스의 음반도 훌륭하며 유려하게 흘러가는 선율 감각과 섬세함이 인상적이다. 오소스토비치(Hyperion)와 톰스의 연주는 과장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경화(EMI)와 피터 프랭클의 브람스는 드라마틱한 연주로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그렇다고 해서 극단으로 내달리지 않는다. 강력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매우 특별한 음반이다.

 

김효진(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전문지 <스트라드> <콰이어 & 오르간> <코다> 등을 거쳐 현재 클래식 음반 잡지 <라 뮤지카>의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해설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0.01.20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1890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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