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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엽흔 1, 2: 김현진

Bawoo 2024. 5. 21. 12:25

엽흔 1, 2

저자김현진
 
[소감] 저자(작가)의 " 베트남전쟁 이야기2022.11.21".란 책을 통해 알게 되어 읽어본 작품. 베트남 전장에서 벌어진 이면사 이야기인데 저자가 뜻밖에도 작가였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다룬 작품 중 유명세를 탄 작품은 다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 이 작품을 새로이 알게 된 것이다. 

베트남 전쟁은 1975년에 끝났으니 물경 50년 세월이 지난 터라 이런 작품이 있을 거로는 아예 생각 못하고 있었다. 하긴 이 작품도 2001년에 나왔으니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 벌써 23년 세월이 흘러있기는 하다. 관내 이용 가능한 도서관 중 딱 한 곳만 소장되어 있는 것만도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기니긴 세월.  

작품은 베트남 전장을 주로 다뤘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총 2권 중 1권만 그렇고  2권은 우리나라가 이야기의 장소이다. 주제도 사랑과 우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 베트남 전장에서 맺어진 두 주인공-베트남 아가씨와 우리나라 군인-의 사랑 그리고 전우 세 명의 우정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는데 서사가 큰 내용이기보다는 베트남 아가씨의 순애보에 가까운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 남자들이 우정이 양념(?)으로 들어가 있는데 현실에선 좀 불가능한 우정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장의 참혹함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온갖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기대한 나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읽어보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또 내가 노년에 해당하는 나이인 때문인지는 몰라도 두 주인공의 성애 묘사가 지나치게 길다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전장에서 일어나기 마련인 온갖 사건을 기대했던 나의 마음 탓일 수도 있겠다. 일독해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작품 해설은 아래 출판사 서평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책 제목 "엽흔[葉痕]은 잎이 떨어진 뒤에 줄기 위에 남는, 잎자루가 붙어 있던 흔적"이라고 하는군요.  전장이 안겨준 상처로 이해하면 될런가 모르겠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 안고 있을 아픔 같은 거. 

출판사서평

장편소설 엽흔(葉痕)은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0년대 초, 사이공과 서울을 배경으로 한 스케일이 매우 큰 장편 소설로서, 어린 시절 6.25를 경험하고 청년이 되어 다시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다섯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증오와 복수, 그리고 전쟁이라는 폭력 앞에 무참히 스러지는 인간 양심의 적나라한 모습을 감성적이면서도 명쾌한 문체로 잘 그려낸 문학성이 매우 높은 작품이다.

누구나 이 작품을 읽게 되면 허물어지지 않으려는 인간 양심의 처절한 몸부림과 그것을 눈물겹게 지켜보고 있는 애절한 사랑과 우정에 무거운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한 몇몇 작품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내용이 광범위하고 작품성이 빼어나다는 것도 단번에 깨닫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말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세기 인류가 치른 4大 전쟁은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이다. 그런데 우리는 불행하게도 이 4大 전쟁 중 3大 전쟁을 직접 치른 지구상에 몇 안돼는 비극의 민족으로 아직도 그 아픈 후유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한국전쟁은 이 땅에서 우리 민족끼리 치른 전쟁이라 차치하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에 끌려가 전사한 수많은 사람들의 유가족과 종군 위안부의 상처가 그렇고,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하고 부상당한 수만 명의 우리 젊은이들과 그 유가족, 그리고 고엽제 피해자들이 그렇다.

그리고 민족사적으로 보아도 지난 1세기동안 일제하에서의 2차 세계대전, 그리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보다 더 큰 역사의 소용돌이를 이 땅에 몰고 온 사건은 없었다. 이렇듯 우리의 20세기 역사는 전쟁으로 얼룩진 피와 통곡의 역사였다. 그럼에도 우리의 문학은 이런 민족의 역사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했고, 세계를 향해 목놓아 소리치지도 못했다.

그것은 항상 새로운 주제만을 추구하고 한번 다루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조망하지 않으려는 기성 작가들의 태도에도 적잖은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인구에 회자하는 세계적인 명작 대부분이 전쟁이라는 포대 속에서 태어났다는 걸 생각하면 이 땅의 작가들이 얼마나 우리의 전쟁 역사에 대해 소홀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런 때 우리는 김현진의 장편소설 엽흔(葉痕)을 출간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고 뜻있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역사의 끈으로 한데 묶어 무대에 올려놓고 그 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다른 민족 즉, 베트남인의 시각으로 조명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베트남 여자 랑은 앞서 말했던 그런 몇몇 작품에 등장하는 그런 종류의 인물이 아니다. 이 책의 랑은 완전히 우리와 동화된, 역사적으로 우리와 동일한 아픔을 겪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바로 우리의 누이고 자매이다. 끝으로, "밖으로는 세계화다, 정보화다, 하며 인간공동체를 외치고 있지만,

안으로는 더욱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21C에 있어서 인간에게 가장 큰 생존 무기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사람에게 사람 말을 하며, 사람 말을 사람 말로 알아듣는" 지극히 동물적인 "순수함"을 되찾는 것뿐"이라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작가의 말대로 소설 "엽흔"이 21C 새로운 휴머니즘의 한 패러다임으로 평가되길 기대해 본다.

등장인물
<u>응웬 띠 랑(Nguyen Thi Lang)</u>
여, 24세, 암호명 : 에이.엘(A-L)
월남 외무성 고위 간부인 응웬 반 지안 씨의 딸. 아버지가 외교관으로 서울에 오래 근무한 인연으로 어릴 때부터 한국어에 능통하다. 사이공 대학 역사학부 3학년 때 학생 동원령이 내려지자 주월 한국군 사령부 정보요원으로 취업하게 된다.

대학에서 미인 중의 미인으로 뽑힐 만큼 빼어난 용모와 어머니의 철저한 가정 교육으로 유교적 가치관이 뚜렷한 여자. 미군 홍보 영화 출연 제의와 온갖 유혹도 다 뿌리치고 한국군 사병 이찬진을 사랑해서 아이까지 낳지만, 3년만에 다시 만난 사랑하는 사람은 전쟁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어버려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패망으로 치닫는 조국에 대한 충정과 혼자된 아버지에 대한 효심, 그리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겨울 달처럼 냉염한 모습으로 꼿꼿하게 버텨낸다.

<u>이찬진</u>
남, 27세. 주인공.
소심한 성격과 지나치게 양심적으로 행동하려는 의지 때문에 도덕성과 윤리관에 융통성이 거의 없는 남자. 다섯 살 어린 나이에 6.25를 겪게 되는데, 어느 날 외할아버지와 자신을 아껴주던 머슴이 인민재판에서 대창에 찔려 죽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마저 충격을 받아 투신 자살해버리자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외롭게 자란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는 대창에 찔려 피를 울컥울컥 토하며 죽어가던 머슴 판돌이 아저씨의 생생한 모습이 각인 되어 하루도 잊혀지지 않고 그를 괴롭힌다. 대학생이 되어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누구에게도 사람을 죽이거나 죽이라고 명령할 권리는 없다!"라는 자각적 결론을 내리게 되고 비로소 그 굴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그 결론을 양심으로 실천하려 노력하지만 살육이 난무하는 전쟁 앞에서 그의 양심은 여지없이 짓밟혀버리고 만다. 베트남 외무성 고위 간부의 딸 응웬 띠 랑을 만나 동정과 순결을 주고받으며 애틋한 사랑을 꽃피우지만 그것도 한순간, 안케패스 작전에서 충격을 받고 실신, 본국으로 후송되고 만다. 그리고 의병 제대를 한 뒤 전국을 구름처럼 떠돌며 끝까지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지만 끝내는 알콜중독자로 전락해 심인성 기억상실증까지 걸려 과거를 잃어버린다.

<u>강상욱</U>
남, 26세, 이찬진의 친구.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남자. 아버지 강상규가 6.25 때 한마을에 사는 홍대중을 대신해서 부역에 나갔다가 행방불명이 된다. 홍대중은 혼자된 강상욱의 어머니를 능욕하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강상욱은 홍대중을 암살하려다 실패, 고향을 도망쳐 나와 시골 장터에서 장돌뱅이로 전전하며 숨어살게 된다.

그러다 복수를 하기 위해 살인 연습을 한다며 월남전에 참전하지만, 이찬진을 만나면서부터 마음이 조금씩 순화되어 파멸을 면한다. 그 뒤 김남철과 함께 찬진이를 찾아 서울에 온 랑을 돌보며 친구를 위해 헌신한다.

<u>김남철</u>
남, 26세, 조직 폭력배 보스.
여순반란 때 부모를 잃은 고아. 서울 영등포 양남동 로터리를 중심으로 한 조직 폭력배 박쥐파의 보스. 이웃 문래동 작두파의 농간으로 살인 누명을 쓰고 구속, 우여곡절 끝에 누명은 벗었지만 조직을 스스로 해체해야 하는 운명을 맞고 자신은 군에 강제로 끌려간다.

작두파에 의해 월남까지 쫓겨가게 된 김남철은 이찬진과 강상욱을 만나 깊은 우정을 나눈다. 위문공연 단원으로 취업, 자신을 면회 온 조직원 고재임에게 세 가지 특명을 줘서 내일의 복수를 기약한다.

<u>고재임</u>
여, 22세, 조직 폭력배 중간책.
여고 1학년 때 계모만 감싸고도는 아버지가 미워 가출, 유흥가에서 도망치던 도중 박쥐파 조직원에게 구출돼 김남철의 수하가 된다. 박쥐파 내에서 유일한 여자 중간책. 예쁘고 영리한 아가씨.

조직이 와해되고 사모하는 보스 김남철이 월남까지 쫓겨가게 되자, 위문단에 참가하여 전쟁터까지 면회를 가는 다부진 여자. 그곳에서 김남철의 밀명을 받아 "천궁"이라는 새로운 여자 조직을 만들어 작두파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남철이가 제대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u>차재천</u>
남, 27세, 육군 중위.
주월 한국군 사령부 첩보국 근무. 응웬 띠 랑의 직속 상관. 사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미국 정보 학교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 장교. 랑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줄다리기를 한다.

파리 평화 회담이 조인되어 우방 군이 모두 철수한 뒤에도 차 중위는 랑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원해서 월남 정부군의 정보 고문단으로 남는다. 그러나 정보 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중에 타고 가던 헬기가 추락, 하반신 불구가 되는 불운의 장교. 그때부터 랑은 우정으로 그를 따스하게 감싸주지만 끝내 자살하고 만다.

<u>응웬 반 지안(Nguyen Van Gian)</u>
남, 52세, 월남 공화국 외무성 고위 관리.
파리에서 유학을 했지만 정작 아세아 국가에 정통, 주 한국 대사관에서 오래 근무했다. 민족 해방전선 게릴라에게 아내와 아들을 잃고 딸 랑과 단 둘이 살고 있다. 국가의 멸망은 점점 눈앞에 다가오고, 유일한 혈육인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로서 눈물겨운 결심을 하게 되는데….

저자 소개
김현진
1948년 경남 산청 단계에서 출생, 진주고를 졸업했다. 진주교육대학 2학년 때 현실참여(3선 개헌 반대운동)와 학업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양쪽 다 포기하고 전국을 돌며 유랑생활을 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였고, 忠顯新聞 편집국장을 역임하였다.
1968년 단편 [생명의 意味]로 두류문학상 수상. 1992년 忠顯新聞 창간기념 전쟁문학 특선으로 단편 [유리 상자] 발표. 이 외, 중편 [미포만의 전설](1976년) 단편 [하사와 병장](1977년) 등 미발표 작품 20여 편이 있음.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