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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장편소설] 할복: 리샤르 콜라스

Bawoo 2024. 10. 18. 14:11
저자:리샤르 콜라스
출간:2024.8.15.
 
[소감] 할복()이란 일본의 사무라이 계급에서 행해지던 의식화된 자살 방법이다. 그런데 프랑스 작가의 작품에 "할복"이란 제목이 붙은 것을 발견했다. 당연히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책소개 내용을 보니 우리나라 이야기까지 들어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했다. 한국전쟁 이야기인데 비중이 상당히 크다. 

작품의 주된 내용은 일본에서 할복으로 삶을 끝낸 독일 태생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이다. 2차 대전, 한국전쟁까지 아우른다. 기간으로 치면 10년이 채 안 되지만 주인공이 할복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간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나치 독일에 부역한 의사이고 어머니는 부유한 집안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다. 요즘 말로 하면 금수저 집안 출신인 것이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아버지-주인공에겐 외할아버지-가 독일과의 평화로운 관계를 바란다는 뜻에 따라 독일로 유학을 갔고 여기서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둘 사이에 할복을 한 주인공이 태어난 것이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데 이전까지 행복한 가정이었으나 독일이 패망하면서 주인공의 삶은 풍비박산이 난다. 의사로서 유태인 학살에 가담한 아버지는 소련군이 베를린으로 진군하자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 
 

 

주인공은 2차 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나면서 삶이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이에 외아버지를 찾아 천신만고 끝에 프랑스에 가지만-이 기간이 4년으로 나오는데 설정상 너무 무리 아닌가 싶다- 외가의 몰락-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비참한 죽음만 목격한다. 이후 자신의 독일집에서 만난 프랑스 출신 용병 두 명의 도움을 받아 종군기자가 되어-나이를 속인다-그런대로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상처뿐인 삶이다. 부모를 비롯하여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두 비참하게 죽고 이외에 자신의 삶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 다 죽어나간다. 특히 한국전쟁기에 한국에 와서 만난 순희라는 아가씨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이도 북한군과 관련이 있을 어느 누구-자신이 묵었던 여관 주인인 거로 생각하고 살해하는 설정-에 의해 아내가 참혹하게 죽임을 당하면서-뱃속에 아이가 있는 임산부였다-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아버지는 나치 독일에 부역한 의사이고 어머니는 이를 반대하나 방조할 수밖에 없는 처지, 외할아버지는 레지스탕스를 비밀리에 도운 것이 발각되어 패주하는 독일군이나 그 부역자에게 살해당하고, 주인공을 위하여 집으로 데려온 유대인 소년은 같이 프랑스로 피난을 가던 중 지뢰를 밟아 폭사하고 만다. 자신을 도와준 프랑스 출신 두 남자도 한 명은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하고 다른 한 명은 프랑스로 돌아가 사업을 하다가 경쟁자 일당에게 살해당한다. 
 
전체적인 짜임새는 2차 대전, 독, 소 전쟁, 인도차이나 전쟁-베트남, 프랑스 전쟁-, 한국전쟁 등 1940년 초부터 1950년 초 10여 년 사이에 있었던 큰 전쟁의 흐름을 조망한 역사소설로 이해하면 좋을 작품이다.  특히 한국전쟁의 비중이 크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일본군의 위안부 제도, 생체 싷험을 자행한 731부대 이야기-이의 희생자로 주인공과 결혼한 순희를 내세웠다. 위안부 생활을 하다가 731부대로 끌려가 생체실험의  주인공이 되었으나 다리만 절단된 채 구조된 설정.
누적된 삶의 상처 때문에 살아갈 의미를 잃은 주인공이 할복자살로 삶을 끝낸 이유는 아버지의 대학 친구인 일본인의 할복 자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작가가 일본에서 30여 년간 살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닐까 싶다.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긍정적 시각. 
 
한국전쟁 관련해서는 상당히 공부가 많이 된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일본도 북한 지역에서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처음으로 본 내용이라 허구인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판단이 안 선다. 개발을 시도했지만 미완으로 끝났다는 내용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 허구인 것으로 생각하는 쪽이긴 하다. 
 
작품성 면에서 큰 점수가 주어지지는 않으나 독일 태생 한 인물의 인생유전을 통해 불과 10여 년 사이에 있었던 비참한 전쟁을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 일독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한국전쟁에 관하여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은 아래 책소개, 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를  참고 바랍니다.
 
 

 

책소개

1965년 1월 1일, 새해의 첫 태양이 도쿄타워를 비추던 그 순간, 프랑스 신문기자인 에밀 몽루아의 생명의 빛이 꺼져가고 있었다. 사무라이를 동경했던 그는 소설 『금각사』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처럼 할복으로 생을 마감했다. 같은 날 아침, 주일 프랑스대사관에 근무하던 R.C는 조용한 새해 연휴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배달된 의문의 소포에는 36개의 수첩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의 친구이자 멘토인 에밀 몽루아의 편지와 인생 이야기가 담긴 수첩이었다. 에밀은 편지에서 36개의 수첩을 꼭 읽어 달라고 했다. R.C는 그 수첩을 읽으며 에밀의 파란만장한 삶과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에밀의 진짜 이름은 볼프강 모리스 폰 슈페너. 독일과 프랑스의 혼혈로 태어난 그는 나치 독일의 암흑기를 경험하고,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채 수많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 친구 에밀, 일본인 겐소쿠, 그리고 한국 여성 선희. 각각의 인연은 그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며, 그의 운명을 뒤바꾼다.
전쟁과 우정, 사랑과 죽음, 그리고 속죄. 에밀의 인생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복잡한 서사였다.
그가 왜 할복을 선택했는지, 그 속에 담긴 비밀은 무엇인지, 이제 독자들은 그의 수첩을 통해 에밀 몽루아가 태어난 나치 베를린에서 광복의 파리, 그리고 프랑스 일간지 특파원으로 취재했던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굽이를 따라가는 개인적인 드라마에 휩쓸리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봉인된 그의 운명이 마침내 세상의 끝자락에 있는 일본에서 좋든 나쁘든 그를 따라잡을 때까지···.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 리샤르 콜라스[Richard Collasse]

1953년에 태어난 저자는 프랑스 국적으로 일본에서 30년 이상 생활하며 ‘일본통’으로 불릴 정도로 일본과 일본 문화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 명품 브랜드 전문가로 샤넬 재팬의 사장을 20년간 역임했으며, 문학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져 일본 문화를 테마로 한 장편소설을 주로 집필했다. 2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전쟁과 사랑, 속죄를 그린 에밀 몽루아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할복Seppuku』을 비롯해 『흔적La Trace』, 『사야Saya』, 『논밭 속 바다 L'Océan dans la rizière』 등이 있다.


역자 : 이주영
숙명여자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로 일본학을 전공했다. 도미니크 로로의 『지극히 적게』와 『모두 제자리』, 그리고 『인간증발-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등과 같은 일본 테마 의 프랑스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으며 국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일본문화론 시리즈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에 ‘자포니즘 연구가’ 타이틀로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NHK국제라디오 「하나카페」와 「Friends Around The World」에 출연하기도 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그는 정신이 멍했고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그때, 그는 저 멀리 무엇인가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의 자줏빛과 섞여 희미하게 보였다. 바로 흰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철탑, 도쿄타워였다. 새해 첫날의 태양 빛을 받은 도쿄타워는 마치 붉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던 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의 마음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14~15p)

그는 한때 사랑했던 여인의 얼굴을, 그리고 수없이 마주했던 아시아 여러 나라의 풍경 떠올렸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던 향기를 떠올리며 코로 들이마시는 시늉을 했다. 이어서 떠오르는 태양 빛에 빠져들었다. 그다음 그는 주변을 찬찬히 지켜봤다. 흥건한 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 흰색 기모노의 가장자리부터 적셔가는 모습, 기모노가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을. 그때, 그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15p)

총사령관으로 여러 전쟁터를 직접 누빈 외할아버지는 전쟁이 얼마나 비정하고 부조리한 살육인지 깨달았습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외할아버지가 딸에게 독일어를 공부시키기로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상대 나라의 언어를 완벽하게 익혀 사고방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32p)

“넌 어떻게 생각해? 학교에서 유대인에 대해 하는 이야기 말이야.”
“내 생각은… 그래, 학교에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해. 학교에서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에밀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제가 에밀의 손을 잡자 에밀이 힘차게 악수를 하며 미소를 지었어요.
“우리, 앞으로 아주 잘 지낼 것 같은데.”
에밀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99p)

“그래, 그래, 볼프강. 하지만 우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어.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아버지가 겐소쿠를 연민 어린 눈으로 바라보더니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으며 겐소쿠에게 대답했습니다. 아버지가 목소리를 낮추는 바람에 귀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전쟁 때는 그 선서를 지킬 수 없어.” (121p)

우리가 타락하는 것은 욕망이 너무 커서야. 우리는 무엇인가를 알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무엇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집중하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해. 하지만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어. 모든 인간은 삶을 마감할 때 자신이 걸어온 길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 어떤 용서도 구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았구나. 나에게조차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았어.’ (151p)

“젠장! 몰랐잖아! 말을 함부로 해서 미안하다, 꼬마야! 이놈의 전쟁으로 우리 모두 이성을 잃었어! 우리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우리가 인간이 맞는지 짐승이 아닌지, 그것도 모르겠어. 어쩌면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미안하다, 꼬마야!”
이렇게 말해주는 앙주는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 맞았습니다. 전쟁으로 방향과 이성을 잃기도 했지만 인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그랬습니다. (212p)

제가 직접 가담한 부끄러운 만행은 아니었지만 왠지 죄책감에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부모님도, 친할아버지도, 겐소쿠도, 죽음이라는 안락함 속으로 사라졌지만 저 혼자 살아서 대신 죄를 짊어진 채 벌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제가 누구를 위해 복수 같은 것을 할 수 있을까요? (296p)

J.T는 사무라이들이 높이 평가하던 용기, 헌신, 남다른 애국심과 같은 미덕이 한국군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독립을 되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한국은 애국심이 아주 강했습니다. (328p)

겐소쿠는 자기 아들과 딸이 차라리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심정이 이해되었습니다. 조상이 지은 죄는 우리 자신이 지은 죄보다 감당하기 버거우니까요. (348p)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한국 문화에도 매료되었습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알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랜 전통을 지닌 가문 출신의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이 귀한 도자기들을 팔아야 했습니다. 일요 장터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도자기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바닥에 깔린 천 조각 위에 도자기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도자기의 가격을 너무 싸게 깎는 흥정은 차마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456p)

앞으로 달라질 일이 없다면 직접 그 유령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제 운명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겐소쿠가 맞았습니다.속죄는 불가능했습니다. (486p)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20세기 유럽과 극동아시아를 넘나든 한 인생, 그 비밀을 파헤치다
리샤르 콜라스의 소설 『할복』은 1965년 도쿄에서 할복으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인 에밀 몽루아의 삶을 통해 20세기의 격동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에밀이 남긴 36개의 수첩을 매개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풀어나가면서 독자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신비로운 새벽으로의 초대
『할복』은 독자를 일본의 신비로운 새벽으로 이끌며 시작된다. 1965년 1월 1일 도쿄에서 한 프랑스인이 할복으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이 소설의 시작을 알린다. 그가 할복한 그날 아침, 주일 프랑스대사관에서 근무하는 R.C는 의문의 소포를 받게 된다. 소포에는 에밀 몽루아라는 인물이 남긴 36개의 수첩과 편지가 들어 있다. 에밀은 이 수첩들을 출판해달라고 부탁하며,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를 넘나든 에밀의 정체
에밀 몽루아는 단순한 프랑스인이 아니다. 그의 본명은 볼프강 모리스 폰 슈페너로, 독일과 프랑스의 혼혈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행복한 삶을 살 것 같았던 그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유대인 소년 에밀, 일본인 겐소쿠, 그리고 한국인 선희와의 인연은 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이들은 모두 20세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는 비극적인 인물들이다.

격동기의 역사를 체험한 인생
소설은 에밀의 삶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독소전쟁, 한국전쟁 등 격동기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한국전쟁에 대한 묘사는 한국 독자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줄 것이다. 에밀은 한국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한국인들과 깊은 교류를 맺고, 한국 문화에 심취한다. 그러나 동시에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을 목격하며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할복의 비밀을 찾아서
에밀이 할복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삶, 역사의 아이러니, 그리고 동서양 문화의 충돌이라는 다양한 주제를 탐구한다. 에밀의 삶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며, 독자들은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여 함께 웃고 울게 된다.

인간의 존재와 의미를 탐구하다
『할복』은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 인간의 존재와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에밀을 통해 20세기 유럽과 극동아시아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의 삶과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 소설은 우리에게 역사를 잊지 말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