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과 냉면
1.
지난 금요일 오전
친구로 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내려갈테니 같이 냉면 먹자고 자기가 사주겠노라고.
헐~
인사동 간 김에 전시회 보고 오라고
이곳 저곳 볼만한 곳 알려줬더니
전시회는 안보고 같이 냉면 먹자고?
전시회는 안보냐고 물었더니
혼자서는 못다닌단다.
이것도 헐~
난 혼자 다니는 것이 훨씬 편하던디...^^
2.
난 냉면 아니 찬 음식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위 기능이 시원치 않은 것이 주 이유인데
그러나 친구가 사주는 냉면은 맛이 엄청 좋게 잘 먹는다.
공짜라서가 아니고
친구가 나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슴을 잘 알기 때문이다.
3.
이날
친구는 시간,금전 지출이 이래저래 많았다.
애초 둘이만 만났으면
막걸리 한잔은 내가 사려고 했건만
친구가 갑자기 선배,친구,동기들을 불러 판을 크게 벌리는 바람에
내 홀쭉한 주머니가
친구에게 사정을 했다.
'오늘은 자네가 다 책임지게나.'ㅎㅎ
4.
난 남에게 신세 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이런 성격 형성의 원인이 무엔지
곰곰 따져본 뒤 모친의 영향이란걸
뒤늦은 나이에 알았지만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오히려
자그마한 관계만 있어도 온갖 일에 손을 벌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태가
나는 너무도 싫다.
5.
친구를 만나고 부터
내가 세운 원칙이 있다.
아직 현직인 친구보다야 내가
여유롭지는 못하나
친구의 호주머니에 무한정 기대지는 말자.
다만 자그마한 부분이나마
내 마음의 성의는 표하자.
6.
대학입시 때문에 공부한 시 외에는
시에 관심을 둔 적이 별로 없는데
요즘은 시에도 조금씩 관심을 갖는다.
시를 좋아하고 직접 쓰기도 하는
친구의 영향인데
좋은 벗이란 이렇게 자극이 되고 활력소가
되어 주는 법인가 보다.
7.
정기 구독하는 모 경제지에 그것도 1면에
주1회 실리는 시가 있는데
이 시가 내 취향과 딱 맞는다.
아름다운 시어를 녹여들여
보기만 해도 예쁜 그런 시도 좋지만
난 살아온 이야기를 줄줄 풀어 놓는
그런 시가 더 마음에 드는데
이 시가 딱 그렇다.
그래서 이 시인의 시집을 사보기로 했다.
생애 처음 사보는 시집
그것도 요즘은 책 구입 자체를 안하는 때에 ㅎㅎ
8.
두질을 구매 신청했다.
하나는 내것 또 하나는 친구 것.
그리곤 책이 도착한 날 문자를 날렸다.친구에게.
'시집과 냉면이' 준비되었으니
스케줄 비었을 때 넘어와라.^^
2013.7.6 아침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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