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친구

Bawoo 2015. 1. 6. 21:58

 

 

친구

 

술을 마셨다.

평소에는 입에도 대지 않는 술을

 친구를 만나서 마셨다.

그것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선 일부러 피하는 술을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마주 앉은 친구가 좋아서,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을 가 있고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나를 알아주는 마음이 좋아서.

 

 

 

많이 마셨다.

술이 나보다 센 친구는 나보다 많이,

술은 약하지만

친구랑 마주보며 이야기하는게 좋은 나는

내 능력 범위내에서

또 많이.

 

소중한 시간을 들여가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들여가며

건네는 술잔에 서로의 마음을 담아

더 이상 마시는게 무리라고 생각되는 시간까지

친구와 나는 술을 마셨다.

술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기분 좋은 그 마음을

서로의 눈을 정답게 바라보며.

 

 

술집을 나서  집으로 가는 길

전철로는 무리인 상태가 된 친구를 택시에 태워

친구를 집까지 잘 데려다 달라고

택시 기사에게 부탁하고

친구 좋아하는 내 마음을 담은 손으로 

친구 손을 잡고  흔들어 주며

조심해 잘 가라는 마음을 담아 흔들어 주며

난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잔뜩 밀려있는 글쓰기 작업 더 늦어지고

내일 그림 그리는 일에도  지장은 조금 있겠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지장이라서

그래서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긴다.

 

친구도 기분좋은 마음으로  잘 가고 있고

내 마음과 같이 다른 지장이 있을 일

출판사 청탁 원고를 쓰는 일

그래도 괜찮아 조금 늦어지면 되지

그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다음에 만나도 또 그럴 것이야라고

나하고 똑같이 생각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2015. 1. 6일 전날 대학동기와 술 마신 것을 생각하면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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