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술을 마셨다.
평소에는 입에도 대지 않는 술을
친구를 만나서 마셨다.
그것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선 일부러 피하는 술을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마주 앉은 친구가 좋아서,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을 가 있고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나를 알아주는 마음이 좋아서.
많이 마셨다.
술이 나보다 센 친구는 나보다 많이,
술은 약하지만
친구랑 마주보며 이야기하는게 좋은 나는
내 능력 범위내에서
또 많이.
소중한 시간을 들여가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들여가며
건네는 술잔에 서로의 마음을 담아
더 이상 마시는게 무리라고 생각되는 시간까지
친구와 나는 술을 마셨다.
술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기분 좋은 그 마음을
서로의 눈을 정답게 바라보며.
술집을 나서 집으로 가는 길
전철로는 무리인 상태가 된 친구를 택시에 태워
친구를 집까지 잘 데려다 달라고
택시 기사에게 부탁하고
친구 좋아하는 내 마음을 담은 손으로
친구 손을 잡고 흔들어 주며
조심해 잘 가라는 마음을 담아 흔들어 주며
난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잔뜩 밀려있는 글쓰기 작업 더 늦어지고
내일 그림 그리는 일에도 지장은 조금 있겠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지장이라서
그래서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긴다.
친구도 기분좋은 마음으로 잘 가고 있고
내 마음과 같이 다른 지장이 있을 일
출판사 청탁 원고를 쓰는 일
그래도 괜찮아 조금 늦어지면 되지
그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다음에 만나도 또 그럴 것이야라고
나하고 똑같이 생각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2015. 1. 6일 전날 대학동기와 술 마신 것을 생각하면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