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명작을 제대로 감상하는 ‘정통’의 방법!
20세기 최고의 안목 케네스 클라크가 뽑아낸 명작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그림을 본다는 것』. 30세의 나이에 영국 내셔널갤러리 관장으로 발탁될 만큼 탁월한 심미주의자로 평가받은 그는 분야를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여 ‘정통’ 서양화 감상법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티치아노의 《그리스도의 매장》,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베르베르의 《 화실의 화가》, 쇠라의 《물놀이》 등 잘 알려진 작품에서부터 와토의 《제르생의 간판》, 컨스터블의 《뛰어오른 말 습작》과 같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에 이르는 16점의 위대한 그림 감상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장감 있는 생생한 설명을 곁들이는데, 대체로 그림에서 받은 충격과 감동을 서두에서 밝힌 다음 작품의 디테일을 면밀하게 검토해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소감을 풍요롭게 풀어놓으면서 전체적인 재해석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화가의 생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여 이해를 도왔으며,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 위대한 작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풍부한 도판을 통해 작품의 이해뿐만 아니라 서양 미술사의 맥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목차
머리말 6
티치아노 : 그리스도의 매장 16
벨라스케스 : 시녀들 36
로히르 반 데르 바이덴 :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54
들라크루아 :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플 입성 76
라파엘로 : 고기잡이의 기적 96
와토 : 제르생의 간판 114
엘그레코 : 그리스도의 옷을 벗김 136
델프트의 베르메르 : 화실의 화가 156
컨스터블 : 뛰어오른 말 습작 172
고야 : 1808년 5월 3일 188
쇠라 : 물놀이, 아스니에르 206
터너 : 눈보라 224
레오나르도 다 빈치 : 성 안나와 성모자 242
쿠르베 : 화가의 화실 260
보티첼리 : 그리스도의 탄생 280
렘브란트 : 자화상 298
그림 목록 332
옮긴이의 말 328
찾아보기 331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림을 '읽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우선 그림의 소재가 어떤 의미지를 지니고 있는지 상징, 뒷이야기 등을 이야기해주며, 다음으로 보다 세부적인 이야기로 들어간다. 특히 중요한 부분을 클로즈업해주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을 일일이 짚어서 설명해주는 챕터에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페이지가 언제 넘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정말 흥미로운 것은, 같은 주제라도 시대와 작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풍경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으로 특정 주제를 어떻게 묘사했느냐에 따라 당대 시대상과 작가의 사고관에 대해서 알아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동방박사가 상업 자본이 흥성하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부유한 상인으로 그려지고, 화려함을 지양하고 검박함이 강조되던 시대에는 시골 양치기처럼 그려지더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림을 본다는 것>을 읽고, 유명한 작품에는 유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이렇게나 단정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명작이라는 평을 듣기에 충분할 것이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림을 보는 법, 그림을 읽는 법을 체득해야먄, 비로소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교하고 복잡한 기교를 보면서 감탄하는 게 고작이고, 기교 이상의 것은 보지 못하게 되는 수도 있다.
도판의 인쇄품질도 좋다. 그림에 대해서는 기껏 좋은 글을 써 놓고서, 도판의 인쇄품질이 좋지 않아 죽도 밥도 되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미술작품이 깔끔하게 인쇄되어 있어서 붓자국이 보일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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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순수한 심미적 감각을 즐기는 시간은 오렌지 향기를 맡는 순간보다 짧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 관장을 지낸 미술사 전문가 케네스 클라크 (1903~83)의 말이다. 우리가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아!'하고 감탄하는 시간은 고작 2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클라크는 "위대한 미술 작품이라면 적어도 그보다 오래 주의를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권한다. 화가들의 생애를 기억하고, 미술사의 맥락을 이해하며 집중하며 보는 과정에서 작품을 온전히 만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클라크는 미술사 분야 거목으로 꼽힌다. 30세이던 1933년부터 46년 미술책 집필을 위해 스스로 사임하기까지 영국 내셔널 갤러리 관장을 지냈다. 『명화란 무엇인가』(1979) 등의 저작과 69년 미술을 통해 서구 문명사를 조망한 BBC 다큐멘터리 '문명'(Civilization)으로 국제적 명성을 떨쳤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가 들려주는 명작 열여섯 점의 이야기다. 티치아노의 '그리스도의 매장', 들라크루아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플 입성', 라파엘로의 '고기잡이의 기적', 쿠르베의 '화가의 거실', 렘브란트의 '자화상', 터너의 '눈보라' 등이다.
클라크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보며 작품 뒤편으로 조심스럽게 숨어버린 화가를 지목한다. 노년에도 괴력에 가까운 활력을 발휘했던 티치아노와 달리 벨라스케스는 작품에서 아무것도 강조하지 않고 어떤 사실의 현장을 개성 있게 선택해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가 스스로 화가의 통찰력을 발견하게 이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색조에 관한 한 벨라스케스의 자질은 최상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본 엘 그레코는 마치 고전 극작가 같다. 표정 없는 인물들을 그린다는 얘기인데, 사실 엘 그레코가 그린 인물들은 손짓을 통해 감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는 '그리스도의 옷을 벗김'이라는 작품을, 손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 중 가장 감동적인 예로 꼽았다.
쇠라의 '물놀이, 아스니에르'를 보며 화가의 고독했던 시간을 읽어낸 대목도 흥미롭다. 그림을 그렸을 당시 쇠라는 모네와 르느와르 등 동시대 인상파 화가들과 어울렸더라면 주눅이 들었을 때였는데, 화가는 오히려 고독과 인내를 통해 성장했단다.
이 책은 그림, 그 이상의 이야기다. 화가의 생애와 작품 디테일, 그리고 서양 미술의 궤적이 어떤 전통 위에서 새겨졌는지를 하나하나 따진다. 그림이 품고 있는 두터운 깊이를 짚어준다.
저자는 "나는 언어라는 낡아 빠진 도구로 그림 표면에 살짝 흠집이나 낼까 말까 한다"며 겸손해했다. 하지만 책은 미술 감상에 관한 한 수작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영국에서 60년 출간됐고 국내에서는 80년대에 『회화감상입문』이라는 제목으로 일어 중역본이 소개됐다가 절판됐다. 단단한 내용을 담아냈지만 부담 없는 분량에 도판을 풍부하게 실었다.< 중앙일보 -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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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의 명화 '시녀들'은 스페인 펠리페 4세(1605∼1665)의 지시로 1656년에 제작됐다. 그림에 등장하는 어린 마르가리타 공주는 펠리페 4세의 딸로 훗날 오스트리아 황비가 됐다. 이 그림 앞에 서면 관람객들이 마치 화면 안에 있는 느낌이 든다. 시각적인 인물과 공간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데 충실한 벨라스케스의 화법 덕분이다.
30세에 영국 런던내셔널갤러리 관장으로 발탁될 만큼 탁월한 심미주의자로 평가받은 저자는 한 편의 그림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을 세심하게 끄집어낸다. 서양미술의 전통과 미학이론은 물론이고 철학 종교 역사 문학 음악 등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정통 서양화 감상법'이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다.
이 책에 초대된 명화는 16점이다. 저자는 그림 감상의 핵심 포인트로 화가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다. "나는 화가들의 생애를 기억하고, 내 앞에 있는 그림이 화가의 발전 과정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찾아보며, 이 화가의 조수가 그렸거나 회화 복원가의 손길이 닿은 부분이 어디인지 추측한다." 화가들의 풍성한 에피소드와 뒷얘기를 곁들였다.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1775∼1851)의 '눈보라'. 찰스 킹즐리 목사의 어머니가 이 그림을 좋아한다고 하자 터너가 말했다. "나는 이런 장면의 실상이 어떤지 보여 주려고 그렸을 뿐이오. 눈보라를 관찰하려고 선원들에게 나를 돛대에 묶어달라고 부탁했지요. 네 시간 동안 묶여 있으면서 도망칠 생각은 해보지 않았소. 어떻게든 그것을 기록해야 한다고 느꼈지요."
네덜란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의 '화실의 화가'는 작가의 작업 공간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림을 그리기 전 페르메이르는 가구를 배치하고 커튼을 고리에 걸었다. 의자와 탁자에 천을 걸치고, 가장 큰 벽면에 지도 또는 그림 한 점을 걸었다. 그는 화면을 머릿속에서 미리 완성한 후 이젤 앞에 앉아 자신이 구상한 대로,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다.
일감을 따내려고 스승을 험담한 이탈리아 티치아노 베셀리오(1487∼1576)의 '그리스도의 매장', 우울증을 딛고 작품에 몰입한 영국 존 컨스터블(1776∼1837)의 '뛰어오른 말 습작', 청각 장애의 침묵 속에서 사건의 핵심을 뽑아낸 스페인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의 '1808년 5월 3일', 파산과 고독 속에서 명작을 그려낸 네덜란드 렘브란트(1606∼1669)의 '자화상' 등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명화의 조건은 무엇인가. "위대한 미술 작품이 영혼에 활력을 주듯 우리의 삶과 관련이 있어야만 한다."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명화 감상법은? "전체적으로 한 번 본 후 부분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색채는 조화로운지, 소묘는 대상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렸는지 관찰하면서 편안하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엄미정 옮김.<국민일보 - 이광형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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