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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단편소설 야상록(夜想錄)

Bawoo 2016. 8. 9. 22:31

전경린 단편소설 야상록(夜想錄)

[듣기-http://asx.kbs.co.kr/player.html?title=라디오드라마&url=rdrama$ra060910.wma&type=301&chkdate=20160809220516&kind=radiodrama]

[유부남과 사랑을 한 시골 출신 미혼 여인의 이야기.  모든 이야기 전개는 시골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와 단둘이 있는 가운데 과거와 현재를 넘느들며 진행이 된다. 주인공은 어머니에게 아이 아버지가 누군지도 안 알려주고 낳은 전력을 갖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우제를 지내야 하는 날 전날에 애인인 듯한 남자- 자세히 말하지는 않지만 아이의 아버지일 것이다-가 상복을 입고 찾아오고 떳떳이 문상을 할 수 없는 입장인 탓에 밖에서 만나 밥을 보내고 삼우제 당일 아침에 집으로 돌아온다 ,당연히 어머니의 노여움이 뒤따르나 이는 친척들한테서 딸을 보호하려는 모성 본능이 작용한 것이다. 작품 전체에 유뷰남을 사랑하는 주인공, 이를 보듬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잘 쓴 작품인데 문학적인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줘야할 터이지만 유뷰남을 사랑하는 여인의 이야기라 그런지 공감하기는 어렵다. 그저 잘 쓰여진 작품이라는 정도.]



[아래는 이 작품을 잘 분석한 글]

출처: blog.daum.net/donaldduck/17237112   오리의 비상(飛上) 훈..

단편소설은 장편의 기법을 차용해 상세한 설명을 인물이나 사건에 부여하기엔

분명이 길이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독자의 상상에 맡겨야 하는 축약은 필수다.

 

2006 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실린 전경린의 '야상록(夜想錄)'을 읽어보면

그 세련된 축약이 보인다.

 

주인공 금자는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남겨진 어머니와 아비가 누군지 금자가 밝히지 않은

딸과 그리고 이혼해서 아이들도 빼앗기고 천정에 와 있는 여동생과 한 방에서

슬픈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작가는 금자의 삶에 깊이 혹은 얇게 관여하고 있는 이들을

단지 금자의 슬픔을 극대화 시키는데 적절히 사용한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금자의 불순한 사랑행각이 금자의 상황을 그리고 그녀의

욕망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금자의 사랑은 심장박동 기계며 링거와

소변 호스를 달고 죽어갔던 아버지, 밤마다 사별한 아버지의 환영을 쫓아 이상행동을

보이는 어머니, 생명력을 잃고 손바닥에 흥건한 땀을 쥔 채 축 늘어진 인형처럼

잠자는 딸내미, 잠꼬대로 자기 아이들을 찾는 여동생처럼 절망적이지만 애절한

갈망이 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금자의 사랑에도 있다.

 

장례를 치루는 동안에는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나뿐 기운 때문에 부정 탄다는

믿음으로 부부관계 조차 삼가는 것이 관례이고 도리다. 그런데 금자는 그런 금기를

깨고 자기를 찾아 온 사내와 금지된 사랑놀이에 빠져든다. 그리고 이 금지된 사랑은

아버지 장례 때문에만 금지된 사랑이 아니다. 금자가 사랑한 남자는 유부남이다.

 

독자는 금자가 유부남을 어떻게 만나 얼마나 사랑하는지 작가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 한다. 게다가 작가는 아버지가 그 동네의 다른 영감들보다 무슨 병으로 먼저

죽는지를 밝히지 않으며, 딸내미의 탄생을 밝히지 않으며,

여동생이 왜 이혼했는지도 밝히지 않는다. 이것이 어쩌면 축약일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금자와 남자의 사랑이 유리창의 틀에 갇힌 감나무 잎 그림자처럼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사랑이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금자는 마을 기차역에 도착해 있다는 남자의 전화를 받고 역에 나가서는

남자에게 문상은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금자는 이 남자와의 사랑을

창틀 밖으로 끄집어낼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금자는 왜 금기까지 깨고 사람들의 눈총 받을 것이 뻔한 일을 알면서

그 남자와 모텔에 들어 남자의 품에 파묻혀 잠을 깼어야 했을까?

 

그것은 아마 어머니가 죽은 아버지한테 집착하듯이, 딸내미가 엄마 품에서도

아빠의 부재를 잠 속에서 갈망하듯이, 여동생이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것 같이

도저히 지금 이 현실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과 갈망 그리고 집착이

하나로 뭉쳐 욕망이 돼서 하룻밤 사랑으로 불타 오른 것은 아닐까.

 

이제 결말에 도달하면 금자가 남자를 기차에 태우고 나서 차창에 비췬 남자를

보며 당신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속으로 속삭이며 안녕을 고한다.

 

금자가 한 사랑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대낮의 햇살을 받으며

부딪히며 부서져 짙은 그림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밤의 그림자처럼 흐릿한 윤곽 사이를 넘나들다가 흐지부지 태양의 등장으로

사라지는 그런 사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작가가 축약해버린 내용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금자의 사랑이 왜 저렇게 결말지어져야하는지에 대해서는 그저 독자의 상상만이

다양하게 남을 뿐이다.


[작품 전문 볼 수 있는 곳-cafe.daum.net/wondongpa/Cd2S/272   의성김 원동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