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어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마리의 수컷 공작새가 아주 어려서부터 코끼리 거북과 철망 담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주고받는 언어가 다르고 몸집과 생김새들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어느덧 수공.. ♣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2014.08.14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진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8.13
소나기- 황순원(소설, 영화) 소나기 황순원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는 개.. ♣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2014.08.08
해방전후(解放前後) - 이태준 호출장(呼出狀)이란 것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시달서(示達書)라 이름을 바꾸었다고는 하나, 무슨 이름의 쪽지이든, 그 긴치 않은 심부름이란 듯이 파출소 순사가 거만하게 던지고 간, 본서(本署)에의 출두명령은 한결같이 불쾌한 것이었다. 현(玄) 자신보다도 먼저 얼굴빛이 달라지는 안해.. ♣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2014.08.08
<단편소설> 사평역 - 임철우 사평역 임철우 내면 깊숙이 할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별로 복잡한 내용이랄 것도 없는 장부를 마저 꼼꼼히 확인해 보고 나서야 늙은 역장은 돋보기 안경을 벗어 .. ♣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2014.08.05
둥그런 잠 - 이가림 둥그런 잠 - 이가림 오동꽃 저 혼자 피었다가 오동꽃 저 혼자 지는 마을(…) 버려진 옛집 마당에 서서 새삼스레 바라보는 아득한 조상들의 뒷동산 어릴 적 어머니의 젖무덤 같은 봉분 두 개 붕긋이 솟아 있다 저 아늑한 골짜기에 파묻혀(…) 연한 뽕잎 배불리 먹은 누에처럼 둥그렇게..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8.04
권태응 시인 시 몇 편 감자꽃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 오리 둥둥 엄마 오리 못 물 위에 둥둥 동동 아기 오리 엄마 따라 동동 풍덩 엄마 오리 못 물 속에 풍덩 퐁당 아기 오리 엄마 따라 퐁당 --------- 어젯밤 손님 사랑방 문 앞..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8.03
신동엽 시인 시 두 편 종로 5가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밤 열한시 반, 통금에 쫓기는 군상(群像) 속에서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의 눈동자와 내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 품고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8.01
신석정 선생 시 몇 편 산수도 숲길 짙어 이끼 푸르고 나무 사이사이 강물이 희여… 햇볕 어린 가지 끝에 산새 쉬고 흰 구름 한가히 하늘을 거닌다. 산가마귀 소리 골짝에 잦은데 등너머 바람이 넘어 닥쳐와… 굽어든 숲길을 돌아서 돌아서 시냇물 여음이 옥인 듯 맑아라. 푸른 산 푸른 산이 천 년만 가리 강물이..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8.01
파초우(芭焦雨)/고사(古寺)1- 조지훈 파초우(芭焦雨) - 조지훈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촛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 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 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