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김유정 신인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작]온에어-최지송 [2014 김유정 신인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작] 온에어 최지송 아프리카 티브이를 보는 일이 잦았다 민수의 방송은…이십사시간 카메라를 켜놓고 벌레처럼 꾸물거리는 장면을 공개했다 새벽 두 시, 나는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았다. 아프리카 티브이 앱을 터치하고 곧장 ‘민수의 방’으로 .. ♣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2014.10.08
도시의 달 / 벽동 이도행 도시의 달 긴장하는 콘크리트 숲 그 안의 삭막한 도시 도시는 암흑이다 퇴로가 차단당한 절망이다 서로 이마를 기댄 채 죽어가는 작선의 빌딩 사이로 始終을 알 수 없는 미로가 오염된 강물처럼 흘러가고 천신만고 구름다리 타고 올라 천상에 닿으면 저 혼자 하얗게 무너지는 달빛 달빛..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10.07
2004 [이상문학상 수상작]화장(火葬) - 김훈 2004 [이상문학상 수상작] 화장(火葬) - 김훈 "운명하셨습니다." 당직 수련의가 시트를 끌어당겨 아내의 얼굴을 덮었다. 시트 위로 머리카락 몇 올이 삐져나와 늘어져 있었다. 심전도 계기판의 눈금이 0으로 떨어지자 램프에 빨간 불이 깜박거리면서 삐삐 소리를 냈다. 환자가 이미 숨이 끊어.. ♣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2014.10.06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유이우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 유이우 - 자유에게 자세를 가르쳐주자 바다를 본 적이 없는데도 자유가 첨벙거린다 발라드의 속도로 가짜처럼 맑게 넘어지는 자유 바람이 자유를 밀어내고 곧게 서려고 하지만 느낌표를 그리기 전에 느껴지는 것들과 내가 가기 전에 새가 먼저 와주었던 일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9.22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쏘아올리다 / 정희선 쏘아올리다 - 정희선 서향으로 난 베란다 창문으로 해가 길게 들어왔다. 아침에만 잠깐 볕이 들던 반지하보다는 나은 환경이다 싶었지만 한여름 늦은 오후까지 들이닥치는 불볕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여름 해는 저물기 직전까지 열기를 내뿜었다. 해가 붉게 닿는 방바닥이 눅진하게.. ♣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2014.09.22
도라지꽃-곽재구 도라지꽃 곽재구 대청마루 위 할머니와 손녀 감자 세알이 화안하다 기둥에는 두해 전 세상 떠난 할아버지의 붓글씨가 누렇게 바래 붙어 있는데 山山水水無說盡이라 쓰인 문자의 뜻을 아는 이는 이 집에 없다 할머니가 감자 껍질을 벗겨 소금 두알을 붙인 뒤 손녀의 입에 넣어주는 모습을..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9.17
나무 같은 사람/이기철 나무 같은 사람 이기철 나무 같은 사람 만나면 나도 나무가 되어 그의 곁에 서고 싶다 그가 푸른 이파리로 흔들리면 나도 그의 이파리에 잠시 맺는 이슬이 되고 싶다 그 둥치 땅 위에 세우고 그 잎새 하늘에 피워 놓고도 제 모습 땅 속에 감추고 있는 뿌리 같은 사람 만나면 그의 안 보이는..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9.12
고향길 / 신경림 고향길 신경림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아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위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9.08
성황당 - 정비석 성황당 정비석 "제에길 뭘 허구 송구 안 와!" 순이는 저녁밥 짓는 불을 다 때고 나서, 부지깽이로 닫힌 부엌문을 탕 열어젖히며, 눈아래 언덕길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아래로 뻗은 길에는 사람은 커녕 개새끼 하나 얼씬하는 것 없었다. 한참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던 순이는 다시 아까와 .. ♣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2014.09.07
나도향- 벙어리 삼용이 ( 영화 및 원작소설) 벙어리 삼룡이( Deaf Samryongee - 1964 ) =========================================================================================================== < 원작 소설 > 벙어리 삼룡이 나도향 1 내가 열 살이 될락말락 한 때이니까 지금으로부터 십사오 년 전 일이다. 지금은 그곳을 청엽정(靑葉町)이라 부르지만 그때는 연.. ♣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201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