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681

시골 창녀: 김이듬

시골 창녀 김이듬 진주에 기생이 많았다고 해도 우리 집안에는 그런 여자 없었다 한다 지리산 자락 아래 진주 기생이 이 나라 가장 오랜 기생 역사를 갖고 있다지만 우리 집안에 열녀는 있어도 기생은 없었단다 백정이나 노비, 상인 출신도 없는 사대부 선비 집안이었다며 아버지는 족보를 외우신다 낮에 우리는 촉석루 앞마당에서 진주교방굿거리춤을 보고 있었다 색한삼 양손에 끼고 버선발로 검무를 추는 여자와 눈이 맞았다 집안 조상 중에 기생 하나 없었다는 게 이상하다 창가에 달 오르면 부푼 가슴으로 가야금을 뜯던 관비 고모도 없고 술자리 시중이 싫어 자결한 할미도 없다는 거 인물 좋았던 계집종 어미도 없었고 색색비단을 팔러 강을 건너던 삼촌도 없었다는 거 온갖 멸시와 천대에 칼을 뽑아들었던 백정 할아비도 없었다는 말은..

[2009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 - 진보경

호모 리터니즈 진보경 나는 빈 칸에 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다.‘해당 정보와 일치하는 아이디는 다음과 같습니다.jeonghyuns**’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끝 두 자리는 별표로 표시한다는 설명이 붙지만 나머지 철자는 뻔하다.정현수.그러니까 숨겨진 두 글자는 알파벳 ‘oo’인 ..

[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아칸소스테가 - 채현선

아칸소스테가 - 채현선 외출했던 아내가 이구아나 한 마리를 안고 돌아왔다. 초록빛 몸통에 꼬리에는 우둘투둘한 융기가 한 줄로 돋아 있었다. "도트."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내게 아내가 말했다. "도트?" "이 아이 이름이야. 인사해. 이제부터 우리와 함께 살 거야." "도트? 점?" "응. 그런..

[2009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빛- 이동욱

빛        - 이동욱                 절망의 순도에 대해 생각하는 밤이다. 이것은 증류수처럼 고요한 시간의 기록이다. 그 속에서 나는 물방울처럼 웅크린다. 나는 킬러다. 내 시력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의사가 내게 한 말이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나는 내 절망의 ..

[2009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소설 당선작]스미스- 김지숙

[2009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소설 당선작] 김지숙 스미스 길을 잃은 것 같았다. 한 블록 정도 온 길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그 길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고만고만한 옷가게와 식당과 커피숍이 줄지어 있었다. 길치인 나에게 바둑판처럼 길이 난 명동 번화가는 최악의 공간이었다. 큰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