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시(漢詩) 마당 ♣/- 중국 漢詩

野望 - 王績

Bawoo 2017. 7. 18. 22:48


野望

​                                                                                        -  王績

 


東皐薄暮望(동고박모망)해질 무렵 언덕에 올라 먼 곳을 보며

徙倚欲何依(사의욕하의)갈 곳을 못 정한 채 배회하고 있네
樹樹皆秋色(수수개추색)나무들은 모다 가을빛 완연하고
山山唯落暉(산산유락휘)겹겹이 둘러선 산은 노을빛에 물들었네
牧人驅犢返(목인구독반)소치는 아이는 소 몰아 돌아오
獵馬帶禽歸(렵마대금귀)사냥꾼은 말에 새를 달매고 돌아오네.
相顧無相識(상고무상식)서로 보면서도 알은 체 안 하고
長歌懷采薇(장가회채미)노래 흥얼대며 이제를 추억하네

 

 


▶ 東皋(동고): 물 가까운 곳에 있는 햇볕이 드는 높은 곳. 시인이 은거하던 곳을 가리킨다. 전원이나 들판을 가리키기도 한다. 도잠(陶潛)은 「歸去來辭」에서 ‘登東皋而舒嘯, 臨淸流而賦詩(동쪽 언덕에 올라가 조용히 읊조리고 / 맑은 물가로 나아가 시를 짓는다)’라고 읊었다.

▶ 薄暮(박모): 황혼. 저녁때가 가까워질 무렵을 가리킨다. ‘薄’에는 ‘임박하다’라는 뜻도 있다.

▶ 徙倚(사의): 배회하다. 한가롭게 이리저리 거닐다. 머뭇거리다. 우물쭈물하다.

▶ 秋色(추색): ‘春色’으로 된 자료도 있다.

▶ 落暉(낙휘): 해가 지다. 석양.

▶ 犢(독): 송아지. 여기서는 소떼를 가리킨다.

▶ 禽(금): 조수(鳥獸). 여기서는 사냥감을 가리킨다.

▶ 采薇(채미): 고사리를 캐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멸한 뒤 백이(伯夷)와 숙제(叔弟)가 그의 신하가 되기 싫어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고사리로 연명하다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에서 ‘采薇’가 은거자의 삶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

☞동고(東皋)는 원래 물가에 볕이 잘 드는 높은 땅을 뜻하지만 여기서는 시인 자신의 고향인 강주(絳州) 용문(龍門)의 한 곳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왕적은 고향에서 은자로 살면서 동고자(東皋子)를 자호로 사용하였다.

 

‘欲何依’는 조조(曹操)의 「短歌行」에 나오는 구절을 변용하여 의지할 데 없이 보내는 자신의 무료한 일상을 토로한 것으로 그 원문은 아래와 같다.

​月明星稀(월명성희) ​烏鵲南飛(오작남비) ​繞樹三匝(요수삼잡) 何枝可依(하지가의)

"달밝아 별 드문데/ 까막까치남으로 날고/​ 나무위를 세 번씩이나둘러봐도​/마음 편히 내려앉을 가지가없네​"

​​

아래 네 구절은 해지는 산과 들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데, 눈 들어 바라보는 곳마다 가을빛이 완연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왕적의 쓸쓸한 심사가 시 속에 가득하다.

☞왕적의 「야망(野望)」은 5언율시다.

율시는 남조(南朝) 제(齊)나라 영명(永明) 연간(483~493), 심약(沈約) 등에 의해 성율(聲律)의 지식을 운용한 시가창작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형식의 시가체제로 무르익기 시작한 이후, 초당기(初唐期) 심전기(沈佺期)와 송지문(宋之問)을 거치면서 비로소 정형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왕적은 그보다 60여 년이나 이른 시기에 벌써 「야망」 같은 성숙한 율시를 지어냈던 셈이다.

그를 가장 이른 시기의 실질적인 당조시인(唐朝詩人)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왕적(王績, 590?~644)

수말당초(隋末唐初) 시기의 문학가로 자는 무공(無功)이고 강주(絳州) 용문(龍門) 사람이다. 수(隋)나라 말기에 비서정자(秘書正字)로 벼슬길에 나아갔으나 중앙에 있기를 바라지 않아 양주(揚州) 육합(六合)에서 현승을 지냈다. 수나라가 망하고 당나라가 들어선 뒤, 조정의 부름을 받고 나아가지 않다가 문하성대초를 맡아 잠시 지내다가 고향으로 돌아간 뒤 북산(北山)의 동고(東皋)에서 몸소 농사를 지으며 자호를 동고자(東皋子)라고 하였다. 그의 형 왕통(王通) 또한 벼슬을 원하지 않아 은자로 살면서 강학에 열중하며 하분(河汾) 사이 일대에서 종사가 되었다. 왕적은 시문으로 이름을 날렸고 술을 좋아하여 《주경(酒經)》과 《주보(酒譜)》를 찬하기도 했다. 문집으로 《동고자집(東皋子集)》을 남겼다.

[해설 출처:cafe.daum.net/gosacollege/Mpm/124   고사성어 서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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