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봄바다」 유재영 「봄바다」 첫 알을 낳은 물오리가 갈대숲을 차고 날아오르자 펄 속에서 기어 나와 느긋이 해바라기를 즐기던 달랑게 가족들이 놀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때 가장 느린 속도로 전력을 다해 달려가는 어린 게가 있었다. 조금 전 어미 등에 업혔던 한 쪽 다리가 잘린 녀석이었다.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1.22
이준관, 「여름 별자리」 이준관 「여름 별자리」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에 가서 별을 보았다. 감자밭에서 돌아온 어머니 호미 같은 초승달이 서쪽 산자락으로 지고 감자꽃 같은 별들이 돋아났다. 어미곰과 아기곰이 뒹굴며 노는 큰곰 작은곰 별자리 은하수 물방울을 퉁기며 솟구치는 돌고래 별자리 나는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1.21
문태준, 「칠팔월(七八月)」 문태준 「칠팔월(七八月)」 여름은 흐르는 물가가 좋아 그곳서 살아라 우는 천둥을, 줄렁줄렁하는 천둥을 그득그득 지고 가는 구름 누운 수풀더미 위를 축축한 배를 밀며 가는 물뱀 몸에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불은 계곡물 새는 안개 자욱한 보슬비 속을 날아 물버들 가지 위엘 앉는다 물..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1.21
박용래, 「하관(下棺)」 박용래, 「하관(下棺)」 볏가리 하나하나 걷힌 논두렁 남은 발자국에 딩구는 우렁껍질 수레바퀴로 끼는 살얼음 바닥에 지는 햇무리의 하관(下棺) 선상(線上)에서 운다 첫 기러기떼. 시_ 박용래 - 1925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1956년 시인 박두진의 추천으로 월간 《현대문학》에 「가을..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1.21
윤제림, 「재춘이 엄마」 윤제림 「재춘이 엄마」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 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庵)같은 절에..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1.21
이병률, 「저녁의 운명」 이병률, 「저녁의 운명」 저녁 어스름 축대 밑으로 늘어진 꽃가지를 꺾는 저이 저 꽃을 꺾어 어디로 가려는 걸까 멍을 찾아가는 걸까 열을 찾아가는 걸까 꽃을 꺾어 든 한 팔은 가만히 두고 나머지 한 팔을 저으며 가는 저이는 다만 기척 때문이었을까 꽃을 꺾은 것이 그것도 흰 꽃인 것이..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1.20
황인숙, 「봄 노래」 황인숙, 「봄 노래」 낮잠 좀 자려는데 동네 아이 쉬지 않고 대문을 두드리네. "공좀 꺼내주세요!" 낮잠 좀 자려는데 어쩌자구 자꾸만 공을 넘기는지. 톡톡톡 누가 창문을 두드리네. "하루해 좀 꺼내주세요!" 아아함, 낮잠 좀 자려는데. 마음껏 꺼내가렴! 대문을 활짝 열고 건들건들 거리로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1.20
두레반 -오탁번 두레반 -오탁번 잣눈이 내린 겨울 아침, 쌀을 안치려고 부엌에 들어간 어머니는 불을 지피기 전에 꼭 부지깽이로 아궁이 이맛돌을 톡톡 때린다 그러면 다스운 아궁이 속에서 단잠을 잔 생쥐들이 쪼르르 달려나와 살강 위로 달아난다 배고픈 까치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까치밥을 쪼아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1.20
[이수익]결빙의 아버지/우울한 샹송 결빙의 아버지 ― 이수익 (1942∼ )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랑이 사이로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1.15
[낭송시]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