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이재무 까치집 ― 이재무(1958∼ ) 까치집은 볼 때마다 빈집 저 까치 부부는 맞벌이인가 보다 해 뜨기 전 일 나가 별 총총한 밤 돌아오는가 보다 까치 아이들은 어디서 사나 시골집 홀로 된 할머니에 얹혀사나 허공에 걸린 빈집 심심한 바람이나 툭툭, 발길질하고 달빛이나 도둑처럼 들렀다 가고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10.09
석류(石榴)-조운 석류(石榴) -조운(1900~56)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발레리는 ‘석류들’이라는 시에서 “그대 알맹이의 과잉에 못 이겨/반쯤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이여”라고 노래한다. 석류는 안이 가득 차면 단단..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10.03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 박남희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박남희 어머니를 뒤지니 동전 몇 개가 나온다 오래된 먼지도 나오고 시간을 측량할 수 없는 체온의 흔적과 오래 씹다가 다시 싸둔 눅눅한 껌도 나온다 어쩌다, 오래 전 구석에 처박혀 있던 어머니를 뒤지면 달도 나오고 별도 나온다 옛날이야기가 줄..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10.01
무지개를 사랑한 걸 ―허영자(1938∼) 무지개를 사랑한 걸 ―허영자(1938∼)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을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 것 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멀었던 그 시간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9.25
나무와 그림자 - 김남조(1927~ ) 나무와 그림자 - 김남조(1927~ ) 나무와 나무그림자 나무는 그림자를 굽어보고 그림자는 나무를 올려다본다 밤이 되어도 비가 와도 그림자 거기 있다 나무는 안다 나무가 실체라면, 그림자는 허상이자 이미지다. 둘은 닮았지만 같지는 않다. 항상 나무를 올려다보는 그림자! 그림자는 나무..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9.24
[2015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투명인간 - 못생긴 너에게 김소현 <시 부문 당선작> 투명인간 - 못생긴 너에게 김소현 오늘은 티브이에 나오는 범죄자의 마음을 이해하였다 나는 잠깐 무표정하다가 웃는 얼굴을 연습해보았다 그럴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건전하게 너를 사랑할게. 오늘의 운세에선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천천히 목표한 곳만큼 전진하..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9.23
빈 잔 ―김완하(1958∼ ) 빈 잔 ―김완하(1958∼ ) 정선생 모친 장례식장에서 박선생 소개로 만난 사람 엊그제 연로한 부친 묫자리 보러 가서 좋은 터 있기에 자기 것도 예약해 두었다며 그때 바로 옆자리 예약하는 자기 또래의 사내와도 인사 나누었다며 나중에 묘지 이웃으로 만날 사람이기에 굳게 악수도 나누었..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9.21
키질 - 조혜영 키질 조혜영 늦가을 콩밭에서 어머니 거둬 들인 콩나락 키질을 하는데 킬킬킬 흰콩이 볶아대듯 달아난다 성한 놈은 성한 놈끼리 깨진 놈은 깨진 놈끼리 못난 놈은 못난 놈끼리 혼돈 속에서 한데 뭉치다 알맹이는 키 안에서 웅크리는데 무지랭이 앞다투어 경계를 넘는다 <인천 지하철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9.19
사람의 바다 - 이경 사람의 바다 -이경 作 어떤 돈은 맡아보면 확 비린내가 난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사치가 되는 시장 바닥에서 썩어 나가는 고등어 내장 긁어낸 손으로 덥석 받아 쥔 천 원짜리 날비에 젖고 갯비린내에 젖고 콧물 눈물 땀에 젖은 그런 돈이 있다 등록금을 주려고 찬물에 씻어도 뜨거운 불에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9.16
어머니 - 오세영 어머니 ―오세영(1942∼ )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 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적시는,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