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대낮의 소리-이원수 푹푹 찌는 벼논, 찰부락 찰부락 발소리 한여름 묵묵히 고됨을 견디는 아버지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이원수 지음 이수지 외 그림 웅진출판, 120쪽, 7000원 적막하다. 여름 한낮, 뭇 생명이 소리 없는 몸짓으로 생과 싸울 때 오로지 먼 산 뻐꾸기만이 자신의 생을 울음으로 알리고 있다. 그..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8.29
맨발 -문태준 맨발 ―문태준(1970∼)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8.18
별을 보며 ― 이성선(1941∼2001) 별을 보며 ―이성선(1941∼2001)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8.14
묵화(墨畵) ―김종삼(1921∼1983) 묵화(墨畵) ―김종삼(1921∼1983)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묵화’는 먹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당연히 흑백이다. 여백도 많다. 채색도 디테일도 빠졌으니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이 간결한 세계..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8.07
나 아닌게 너 인가 나 아닌게 너인가 윤 어천 나 아니라고 하지마 나라고 말해버려 아니라면 난 없는 게야 있다고 버팅겨 발꿈치에 힘 끌어서 뱃구레에 꽉 채워 잘 났다는 분네들 뭐가 그리 잘 났소 엄마 속에 들었다 세상 본 게 잘 났소? 나도 나도 잘 났소 우리 엄마가 잘 낳았소 약빠르게 제 가는 분 어딘..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7.01
<조수옥> 시인 시 몇 편 <하지> 서당골 코빼기산 닭 벼슬바위가 거뭇하다 툇마루에 앉아 책을 보는데 객지에 산다는 동창 부음을 받고 가슴께에 조등을 내건다 감나무 아래 늙은 개가 땅바닥에 졸음을 내려놓았는데 한 평 그늘이 묘혈 같다 마늘단이 까실히 말라가고 처마 밑 제비 살던 오막살이 한 채 적막..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6.22
앉은뱅이고추밭으로 부는 바람/박완호 앉은뱅이고추밭으로 부는 바람 박완호(1965~ 마땅한 찬거리가 없는 저녁 무렵이면 할머니 담장 옆 손바닥만 한 고추밭에 난쟁이처럼 쪼그리고 앉은뱅이고추를 한 바가지나 따시네 매운맛 되게 풍기는, 삼복의 논두렁을 겨우 건너온 할아버지 구부정한 발길이 지게작대기처럼 와 얹히는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6.18
망종(芒種) - 홍해리 망종(芒種) 홍해리 고향집 텃논에 개구리 떼 그득하것다 울음소리 하늘까지 물기둥 솟구치것다 종달새 둥지마다 보리 익어 향긋하것다 들녘의 농부들도 눈코 뜰 새 없것다 저녁이면 은은한 등불 빛이 정답것다 서로들 곤비를 등에 지고 잠이 들것다. - 시집『愛蘭』 (우이동 사람들. 1998)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6.06
비 개인 여름 아침 / 김광섭 비 개인 여름 아침 - 김광섭(1905~77)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살에 닿는 햇볕이 촛농처럼 뜨겁다. 팔다리가 그을리고, 마음은 고독하다. 장밋빛 하늘, 찐 감자, 수제비, 수박, 짧은 연애의 끝, 뱀의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6.01
쫄딱 - 이상국 쫄딱 ―이상국(1946∼ ) 이웃이 새로 왔다 능소화 뚝뚝 떨어지는 유월 이삿짐 차가 순식간에 그들을 부려놓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짐 부리는 사람들 이야기로는 서울에서 왔단다 이웃 사람들보다는 비어 있던 집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예닐곱 살쯤 계집아이에게 아빠는 뭐하시냐니까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