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낮 - 최형태 여름 한낮 최형태 발밑 물웅덩이에 구름이 흐른다 쑥쑥 키가 자라는 나무들 무성한 잎새들 사이 언뜻언뜻 비치는 구름하늘을 슬쩍 건넌다 어디선가 안하무인으로 매미가 운다 그 왁자한 울음에 세상천지가 한번 부르르 몸을 턴다 세찬 비 그치고 난 뒤 우산 접어들고 걷는 여름 한낮 -지..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5
나는 왜 예까지 와서 - 이태수 나는 왜 예까지 와서 - 이태수 오다가 보니 낯선 바닷가 솔숲입니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포말을 내려다보는 해송의 침엽들도, 내 마음도 바다빛깔입니다 아득한 수평선 위로 날아가는 괭이갈매기 떼, 마음은 자꾸만 날개를 달지만 몸은 솔숲 아래 마냥 그대로 묶여 있습니다 (…) 솔밭 앞..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4
겨울 강 - 곽효환 겨울 강 곽효환 바람도 얼어붙은 고요한 날 눈 쌓인 계곡과 벌판을 흐르는 겨울 강의 수심을 알고 싶다 저 중심에도 크고 작은 눈발 분분히 날리고 날 선 혹한도 수없이 다녀갔으리라 멀리 외등 아래 흔들리는 강촌마을 깊고 푸른 침묵에 들고 흘러 더 푸른 겨울 강의 불빛 강가의 늙은 느..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4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2
그 강에 가고싶다 - 김용택 그 강에 가고싶다 - 김용택 그 강에 가고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일이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일이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1
엄마 걱정 - 기형도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0
달 - 김윤현 달 김윤현 한 보름은 오른쪽부터 슬슬 줄이며 산다 또 한 보름은 왼쪽부터 슬슬 불리며 산다 한 달을 그렇게 산다 일 년을 그렇게 산다 영원히 그렇게 산다 달은 좌와 우를 맺었다가 풀었다가 우와 좌를 비웠다가 채웠다가 삶이 참 둥글다 그 달빛 비친 곳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좌우가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9
내 작은 비애 - 박라연 내 작은 비애 - 박라연 소나무는 굵은 몸통으로 오래 살면 살수록 빛나는 목재가 되고 오이나 호박은 새콤달콤 제 몸이 완성될 때까지만 살며 백합은 제 입김과 제 눈매가 누군가의 어둠을 밀어낼 때까지만 산다는 것 그것을 알고부터 나는 하필 사람으로 태어나 생각이 몸을 지배할 때까..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8
‘춘자네 다방’ - 강애나 춘자네 다방 -강애나 논산군 벌곡면 삼거리 촌마을 작은 안방 같은 다방 하나 있다네 구수한 노인들의 입에서 보글보글 라면을 끊일 것 같은 주머니 밖으로 튀어나올 듯 구차함이 없고 다정한 충청도 말씨 구수한 믹서 커피 노란자위 동동 햇살 빨아들인 모닝커피 배달도 그 옛날 아가씨 미소로 배달해줄 것 같은 곳 올해 외상도 끊임없이 기다리는 예쁜 손님이라네 동네 어르신 누구라도 과일 안주에 술상 푸짐하게 대접하는 그 다방 마을 인심 해돋이로 솟구치는 곳 장아찌 같이 푹 절인 속 깊은 정이 비오고 눈오는 날 핸드폰으로 오고가며 발 도장 찍고 가는 곳 나란히 찍혀진 눈 발자국 털고 앉아 장 받아라 오메! 바둑내기 이긴 자는 특별커피 한 잔 여름날엔 더워서 선풍기만 윙윙거리고 파리만 손님되어도 벽에 붙은 화선지엔 김..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7
허물어버린 집 -문충성 허물어버린 집 - 문충성 허물어 버린 집이 요즘 꿈속에 나타나 온다 할머니 어머니가 사셨다 돌아가시고 나서 허물어버리면 안 될 집을 허물어버렸다 그 할머니 어머니 꿈속에 없어도 그 집이 꿈속에 나타나 온다 대추나무 당유자나무 후피향나무(…) 저 멀리 혀 빼물고 헬레헬레 진돗개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