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미 시인 시 몇 편 겨울 골짜기 가슴 수북이 가랑잎 쌓이고 며칠 내 뿌리는 찬비 나 이제 봄날의 그리움도 가을날의 쓰라림도 잊고 묵묵히 썩어가리 묻어 둔 씨앗 몇개의 화두(話頭) 푹푹 썩어서 거름이나 되리 별빛 또록한 밤하늘의 배경처럼 깊이 깊이 어두워지리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27
조오현 시인(스님) 시 두편 산에 사는 날에 나이는 뉘였뉘였한 해가 되었도 생각도 구부러진 등골뼈로 다 드러났으니 오늘은 젖비듬히 선 등걸을 짚어본다. 그제는 한천사 한천스님을 찾아가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어 보았다 말로는 말 다할 수 없으니 운판 한번 쳐보라,했다. 이제는 정말이지 산에 사는 날에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26
일어서라 풀아 - 강은교 일어서라 풀아 강은교 일어서라 풀아 일어서라 풀아 땅 위 거름이란 거름 다 모아 구름송이 하늘 구름송이들 다 끌어들여 끈질긴 뿌리로 긁힌 얼굴로 빛나라 너희 터지는 목청 어영차 천지에 뿌려라. 이제 부는 바람들 전부 너희 숨소리 지나온 것 이제 꾸는 꿈들 전부 너희 몸을 맺혀 있..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21
풀씨 - 조태일 풀 씨 조태일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 그곳에 묻히리. 햇볕 하염없이 뛰노는 언덕배기면 어떻고 소나기 쏜살같이 꽂히는 시냇가면 어떠리 온갖 짐승 제멋에 뛰노는 산속이면 어떻고 노오란 미꾸라지 꾸물대는 진흙 밭이면 어떠리.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출 곳 없어..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21
무릉가는길 1 - 민영 무릉가는길 1 - 민 영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가까운 길이 있고 먼뎃길이 있다 . 어디로 가든 처마끝에 등불 달린 주막은 하나지만 가는 사람에 따라서 길은 다른 경관을 보여준다. 보아라 길손이여, 길은 고달프고 골짜기보다 험하다. 눈 덮인 산장에는 안개 속에..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20
우기- 도종환 우 기 - 도종환 새 한 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 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없이 흘러갔다..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9
꽃에 대하여 - 권선희 꽃에 대하여 - 권선희 칠칠에 사십 구 여자 나이 마흔 아홉이믄 말이요 길바닥에 내뻔져놔도 아무도 안 줍어 갈 나인기라요 팔팔에 육십 사 남자 나이 예순 넷캉 같은 기지요 무신소리 하노 내 아는 찬모는 올개 예순 셋인데 애인이 예순 다섯인기라 그란데 마 이틀만 연애로 안하믄 온몸..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9
‘콩알 하나’ -김준태 ‘콩알 하나’ - 김준태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할머니의 구멍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다. 그때..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8
우렁이 - 유진택 우 렁 이 유 진 택 제 살 몽땅 파먹히고 먼 길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직감적으로 황새를 의심했지만 살 한 점 남아 있지 않은 몸둥이를 보고 말썽꾸러기 자식인 줄 알았다 머리가 굵어도 밥벌이하지 못하고 제 엄마 치마폭에 붙어 아작아작 등골만 빼먹던 자식 무논에 둥둥 떠서 저승길로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7
선운사에서 - 최영미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