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 강민숙 빈 집 강민숙 비스듬히 열린 대문짝 사이로 햇살 밀리어 간다 몇 년 동안인지 제자리에 피었다 주저앉은 잡풀들 깨진 장독대에 반쯤 고인 빗물 참나리 꽃이 고개 내밀어 제 얼굴 잠시 비추어 보는 사이 잠자리 몇 마리 마당을 돌다 사라진 문패 없는 집 섬돌에도 꽃들은 피고 있는가 빈 집..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6
시간의 못 - 가영심 시간의 못 가영심 틈 새 벌어진 담벽 금 간 사이 깊숙히 고된 삶으로 나날이 깊어지던 주름살들처럼 보이지 않는 통증의 뿌리 늙어버린 시간의 못으로 박혀 있었다 시간의 못은 삶의 깊이마다 뻗어가던 갈증이었나 가슴 속 불꽃 회오리는 시든 꽃의 덧없음으로 기워가던 누더기 꿈과 욕..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6
단절에 관하여 - 송복 단절에 관하여 - 송복- 거짓된 소통보다는 차라리 단절이 낫다 단절은 자신의 사지를 절단하고 자기의 본성을 지켜낸다 잘라진 상처를 달래며 고립의 쓴 나물을 먹으며 오래 침묵하며 자신의 본성을 가꾸어 나간다 유유상종이 소통인 세상에서는 단절은 이단이고 패배자지만 소통의 거..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6
박재삼 시인 - 울음이 타는 강 울음이 타는 강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그 기쁜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4
최하림 시인 시 두 편 겨울 정치(精緻)/최하림 큰 나무들이 넘어진다 산과 산 새에서 강과 강 새에서 마을 새에서 길을 벗어난 사람이 어디로인지 달리고 길러진 개들이 일어서서 추운 겨울을 향하여 짖는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작은 강을 따라 우리들은 입을 다물고 걸어간다 저녁 그림자처럼 걸어간다 마을도..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3
산책길에서 - 김윤성 ‘산책길에서’ 아까부터 수면 가까이 잠자리 하나 날고 있다 꼬리로 살짝살짝 물을 치며 날고 있다 물 속에 비친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유난히 눈부시다 어디가 물속인지 어디가 물 밖인지 산란을 마친 잠자리는 풀잎에 가서 앉을까 말까 하다가 다시 돌아와 살짝살짝 꼬리로 물을 찬다..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2
봄비 - 이수복 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7.01
안도현 시인 시 몇 편 오래된 우물 -안도현 뒤안에 우물이 딸린 빈집을 하나 얻었다 아, 하고 소리치면 아, 하고 소리를 받아주는 우물 바닥까지 언젠가 한 번은 내려가 보리라고 혼자서 상상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물의 깊이를 알 수 없었기에 나는 행복하였다 빈 집을 수리하는데 어린것들이 빗방울처럼 통통..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30
느티나무 -김영호 느티나무 - 김영호 고향 보리미의 동구 밖, 느티나무는 늘 등이 굽었다. 눈빛은 언제나 반쯤 열린 한지문 구름이 비껴가는 이 나무 아래 나의 조부는왕골밭 두꺼비에게 산해경 책장을 넘기게 하며 냇물 소리로 시를 쓰셨을 것이다. 머리가 반백인 느티나무 그의 귀밑머리 사이로 아버지를..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30
고재종 시인 시 몇 수 -면면綿綿함에 대하여- 너 들어보았니 저 동구 밖 느티나무의 푸르른 울음소리 날이면 날마다 삭풍 되게는 치고 우듬지 끝에 별 하나 매달지 못하던 지난 겨울 온몸 상처투성이인 저 나무 제 상처마다에서 뽑아내던 푸르른 울음소리 너 들어보았니 다 청산하고 떠나버린 마을에 잔치는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