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 나희덕 누에 나희덕 세 자매가 손을 잡고 걸어온다 이제 보니 자매가 아니다 꼽추인 어미를 가운데 두고 두 딸은 키가 훌쩍 크다 어미는 얼마나 작은지 누에 같다 제 몸의 이천 배나 되는 실을 뽑아낸다는 누에, 저 등에 짊어진 혹에서 비단실 두 가닥 풀려나온 걸까 비단실 두 가닥이 이제 빈 누..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29
부엌의 불빛 - 이준관 부엌의 불빛 이준관 부엌의 불빛은 어머니의 무릎처럼 따뜻하다. 저녁은 팥죽 한 그릇처럼 조용히 끓고, 접시에 놓인 불빛을 고양이는 다정히 핥는다. 수돗물을 틀면 쏴아 불빛이 쏟아진다. 부엌의 불빛 아래 엎드려 아이는 오늘의 숙제를 끝내고, 때로는 어머니의 눈물, 그 눈물의 등유..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28
묵형墨刑 - 유현숙 묵형墨刑 ​​ 유현숙 ​​나뭇잎을 덮고 잠들었습니다 잠 속으로도 비는 들이칩니다 볕 좋은 오후에는 집을 나서지만 골목 끝이 짧고, 그만 되돌아옵니다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춥습니다 단단한 목질인 자단紫檀은 짜개면 도끼날에 자색 물이 묻어납니다 땅이 뜨거워지는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27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번이나 세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25
문태준 ㅡ '논산 백반집' 논산 백반집 문태준 논산 백반집 여주인이 졸고 있었습니다 불룩한 배 위에 팔을 모은 채 고개를 천천히, 한없이 끄덕거리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며 왼팔을 긁고 있었습니다 고개가 뒤로 넘어가 이내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축 늘어뜨렸습니다 나붓나붓하게 흔들렸습니다 나는 값을 쳐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24
유재영- 바람이 연잎 접듯 외 1편 바람이 연잎 접듯 유 재 영 어린 구름 배밀이 훔쳐보다 문득 들킨 절지동물 등 높인 이끼 삭은 작은 돌담 벽오동 푸른 그림자 말똥처럼 누워 있다 고요가 턱을 괴는 동남향 툇마루에 먹 냄새 뒤끝 맑은 수월재 한나절은 바람이 연잎을 접듯 내 생각도 반그늘 차 한 잔 따라놓고 누군가 기..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24
묵 뫼 ㅡ 신경림 ★ 묵 뫼 ★ - 신경림(1936~ ) 여든까지 살다가 죽은 팔자 험한 요령잡이가 묻혀 있다 북도가 고향인 어린 인민군 간호군관이 누워 있고 다리 하나를 잃은 소년병이 누워 있다 등 너머 장터에 물거리를 대던 나무꾼이 묻혀 있고 그의 말 더듬던 처를 꼬여 새벽차를 탄 등짐장수가 묻혀 있다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24
쉬었다 가자 -김형영 * 쉬었다 가자 * - 김형영 내가 날마다 오르는 관악산 중턱에는 백년 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요 내 팔을 다 벌려도 안을 수가 없어서 못이긴 척 가만히 안기지요. 껍질은 두껍고 거칠지만 할머니 마음같이 포근하지요. 소나무 곁에는 벚나무도 자라고 있는데요 아직은 젊고 허리가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23
한용운 선생의 시 -" 인연설" 인연설 한용운 함께 영원히 할 수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있음에 기뻐하고 더 좋아해주지 않음을 노여워하지 말고 이만큼 좋아해주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만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22
별똥 - 김영무 * 별 똥 * 죽음에도 울음이 터지고 탄생에도 울음이 터진다 남들을 울리며 떠나는 것이 죽음이라면 탄생은 스스로 울면서 올 뿐 삶의 끝과 시작에는 늘 눈물이 있다 캄캄한 하늘 칠흑의 어둠 가르며 별똥눈물 떨어진다 아, 갑자기 환해지는 마음 누가 죽었나 누가 태어났나 <시 해설 > .. ♣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2014.06.19